달봉샘의 성장통

있는 듯 없는 듯

달봉샘 2010. 5. 4. 23:34

점심 시간입니다.

교실을 닦기위해 걸레를 가지고 오는 길입니다.

선생님은 식사를 마치면

부엌으로 달려 가 찬합을 헹구고

물 젖은 큰 걸레를 가지고 옵니다.

언제나 똑같은 일, 언제나 똑 같은 차례.

두 녀석이 커다란 물통을 낑낑대며 들고 옵니다.

'아! 양칫물이 없는 모양이구나!'

아이들이 들기에는

크기도 크고 무겁기도 한 물통.

그래서 당연히 선생님 몫으로 생각했던 물통.

선생님 생각일 뿐이었나 봅니다.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땀 방울만 줄줄이 흘리며 들고 옵니다.

가만히 지켜봅니다.

의자 위에 물통을 올리고

양칫물을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씨익 웃어줍니다.

친구들이 양치를 합니다.

큰 걸레로 교실을 닦다 말고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반찬보다 밥이 많은 녀석이

반찬을 찾는 까닭입니다.

반찬을 꺼내주고 교실로 옵니다.

아이들이 큰 걸레를 잡고 교실을 닦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다른 선생님이 있는 것처럼

깨끗하게 닦고 있습니다.

가만히 지켜봅니다.

구석구석 교실을 닦은 후에

선생님에게 걸레를 건네 줍니다.

씨익 웃습니다.

선생님도 씨익 웃습니다.

선생님의 할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아이들이 하는 일이 점점 늘어납니다.

시키지 않아도 부탁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할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언제인가 교사 연수를 위해 읽은 책 내용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교사는 있는 듯, 없는 듯 해야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시키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없어야 하며,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기 위해서는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하도록 없어야 하며

함께 나누기 위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단지

인생을 먼저 산 경험자 일 뿐입니다.

시키기 위해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함께하는 선생님입니다.

가르치기 위해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므로 함께 배웁니다.

하루 하루 더해가는 시간속에서

선생님도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필요로 할 때 있어 주고

스스로 할 때 지켜보고

때를 아는 것이 어른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어른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운다!

코끝이 찡하도록 실남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