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를 넘어 썸네일형 리스트형 4월 24일 생활나눔 아~ 힘들다. 몸에 있던 기운들이 죄다 빠져나간 듯 힘겹다. 달랑달랑하는 핸드폰 배터리 같이 새 아침에 일어나도 밤새 마라톤을 한 사람처럼 차릴 기운이 없다. 아침에는 칫솔 들기도 버겁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누구 얼굴인가! 살아있는 파김치다. 긴 한숨이 꼬리를 물고 끊어지지 않는 콧물처럼 늘어진다. 여자들이 아침에 화장을 하듯 아침마다 없는 기운을 만들어 본다. 거울을 보고 “ 넌 멋있어. ” 최면을 몇 차례 건다. 하나도 안 멋있다. 힘이 안 난다. 좋아하는 일들을 생각한다. 하고 싶어 스스로 만든 일인데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을 때는 그 밑에 깔려 숨도 못 쉰다. 자정이 넘는 회의를 하는 날은 삼, 사일이 힘들다. 하루 한 번의 모임과 수업을 그 날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날 눈덩이 불 듯 일이 .. 더보기 생활나눔 생활 나눔 분주한 가운데 헐떡이며 달려와 서둘러 생활 나눔을 적으려다 문득 나눔이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쁨이나 행복, 삶의 즐거움은 하나에서 둘 만큼 나눠 나눈 만큼 더하고 슬픔이나 아픔, 삶의 괴로움은 하나에서 반으로 나눠 나눈 만큼 덜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생활 속에서는 마치 재활용을 하듯이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갈라내듯 나눠 똑같은 시간을 더 값지게 보내도록 하는 것! 또한 나눔이란 나누고자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양 손으로 손뼉을 치듯 나눔을 받아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한 주일을 돌아보면 나눔이라 만들어진 시간들이 참 많은데 나는 얼마만큼 나눔을 정성껏 나누고 소중히 받고 있나 돌아본다. 내 것을 나누기에 바빠 남의 것을 받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나눔밖에 되지 않으니 결국 .. 더보기 소 주인 소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한 마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죽어라 일만 하는 소였고 또 한 마리는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르게 웬 종일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소였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두 소는 생김새가 하도 닮아서 겉으로 봐서는 어떤 소가 일만 하는 소인지 어떤 소가 놀기만 하는 소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소 주인은 중대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일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소를 장에 내다 팔기로 한 것입니다. 음식만 축내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의 이런 결정을 눈치 챈 두 소는 누구랄 것도 없이 밤 새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 주인은 밤 새 울어 두 눈이 퉁퉁 부은 두 소 중 한 마리를 이끌고 장으로 향합니다. 장으로 끌려가는 소를 보는 또 한 마리.. 더보기 비가 온다. 배탈이 났다. 하루 종일 굶다가 저녁에 해물 찜을 배터지게 먹었더니 정말 배가 터지려는지 부글부글 난리가 났다.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부터 갔다. 아버지는 다리만 내어놓고 주무시고 계신다. 아무도 보지 않는 텔레비전만 혼자서 떠들고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우울했다. 비 온다고 우울해질 나이는 아닌데... 풀씨 학교에 도착하니 허리보다 작은 녀석들이 반갑다고 웃음보를 터뜨린다. 이럴 때면 눈물이 핑 돈다. 반기는 녀석들을 가슴으로 안으며 홀아비 가슴으로 자식 키우는 아빠처럼 녀석들 웃음에 살짝 숨어도 본다.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켠다. 아이들이 하나 둘 기웃거리더니 슬금슬금 고양이마냥 문지방을 넘더니 폴짝 뛰어 무릎 위에 앉는다. " 선생님, 일 해야 되는데? " " 무슨 일? " 무슨 일이라... 갑자.. 더보기 아이들 농사 밭으로 갑니다. 선생님은 삽을 들고 아이들은 호미 통을 들고서. 어제는 김장하기 위해 배추를 뽑았고 오늘은 배추밭을 엎어 양파 밭을 만듭니다. 삽을 든 선생님은 고랑 흙을 퍼 둔덕을 만들고 이랑에 앉은 아이들은 갈라진 흙더미를 호미로 부숩니다. 밭 사이 삐죽 고개 내민 배추 뿌리 꽁지를 찾은 아이들이 인삼이랍시고 호들갑을 떱니다. 꼬맹이 심마니들처럼 '인삼이다!' 소리치면 우수수 낙엽 떨어지듯 아이들이 몰려갑니다. 둔덕에는 꼬맹이들 호미자국 고랑에는 꼬맹이들 궁둥짝자국 절구 찧듯 콕콕 참새 모이 찧듯 콕콕. 거름을 뿌립니다. 담벼락 밑 볼록 흙을 뒤집으니 흙 속에 잠자던 검은 거름이 솟습니다. 호호- 아이들 입김 같은 더운 기운이 땅덩이 숨을 쉬듯 푹푹 솟구칩니다. 삽 질 한 번에 땅덩이 하나가 떨어집니.. 더보기 구름산에 대한 전설 구름 산에 대한 전설 2008. 4. 22 2학년 녀석들 귀가 지도를 하는 중에 한 녀석이 오늘은 왜 이야기를 안 해 주냐고 묻는다. 오늘은 힘이 없다고 말하고 나니 아이들이 시무룩해진다. " 짧은 거라도 해 줄까? " "네~ " 넝쿨 어린이 날 행사 때 인형극으로 만들 도덕 산에 대한 전설을 들려준다. 아이들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 구름 산에 대한 전설도 얘기 해 줄까? " " 네! " 녀석들이 신나한다. 사실, 구름 산에 대한 전설은 없다. 아니 내가 모르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설에 솔깃한 녀석들을 앞에 두고 거짓 얘기라도 해야 할 듯 싶었다. "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이 뭔 줄 아니? " " 백두산이요~ " " 사실 옛날에는 구름 산이 백두산보다 더 높았어. 그래서 그때는 이름이 구름.. 더보기 고요와 침묵 고요와 침묵(沈黙) 오늘은 일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의 구분이 없어진 탓에 토요일을 더 길게 쓰고 나니 일요일은 그만큼 짧아진다. 세 네 번을 깨면서도 정오가 되어서야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요일이면 나는 말을 잃는다. 대화 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벽에다 대고 떠들 수도 없는 일 원치 않는 침묵이다. 일요일은 대부분 침묵의 날이다. 이런 날 생각은 늘 시끄럽다. 깊지도 않고 얕은 것이 번잡스럽다. 차라리 깊으면 고요하기라도 할 텐데 얕은 것이 많기만 하다. 생각이 얕으면 짜증이 잘 나고 조급해지기 일쑤며 변덕스러워진다. 이럴 때면 방이 마치 감옥 같다. 스스로 갇힌 감옥. 답답하여 숨통이 막힌다. 참으로 평화롭지 못하다. 결국 가방을 열어 일감을 찾는다. 덩어리 일감들이 수북하다. 가끔 헷.. 더보기 나만의 명상법 눈을 감는다. 살아있음을 느끼며 천천히 숨을 쉰다. 숨결 따라 하루를 되짚어간다. 순서 없이 아이들 얼굴이 떠오른다. 늘 나를 웃게 해 주는 녀석들이 있다. 만남이 곧 웃음인 녀석들이다. 내게는 그 녀석들이 바로 행복이다. 때 묻지 않은 녀석들 분명 이 녀석들도 때를 묻히며 살 테지만 고운 때만 묻히기를 빌어본다. 얼굴이 겹쳐지는 녀석도 있다. 좋으면서도 싫은 표정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게 해 준 녀석. 고맙다. 또 한 녀석이 떠오른다. 가슴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녀석 하지만 녀석과는 아직 마음 길이 닿지 않고 있다. 못내 안타까운 마음만 가슴에 묻을 뿐이다. 언젠가는 녀석과도 한 마음이 되겠지. 부디 그때까지 선생님이 곁에 있도록 허락해 주길. 가만히 생각하면 떠오르지 않는 녀석도 있다. 마치 그림자처럼.. 더보기 곰순이 곰순이가 왔다. 집에 가는 길에 공원 정자에서 울고 있던 곰순이 큰 놈이라 한 눈에 보이던 녀석 스치는 길에 한 눈에 눈 속에 들어와 되돌아 와 눈을 맞추게 했던 녀석 녀석을 안고 집으로 왔다. 차에 탄 아이들이 자기들보다 더 큰 녀석을 안고 킥킥 깔깔 뒹굴다가 곰순이 배 한 번 힐끔 선생님 배 한 번 힐끔 " 닮았다~ 근데 더럽다. " 내 몸이 더러워진 것 같은 마음에 녀석을 안고 집으로 왔다. 세탁기가 작은지 곰순이가 큰 지 둘이 안 맞는다. 좁은 욕실에 눕혀놓고 큰 아이 목욕 시키듯 비누칠하고 때 밀고 물을 뿌린다. 물 먹은 곰순이는 선생님보다 더 무겁고 선생님은 녀석 덕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다. 자정이 넘은 시간 꾸뻑꾸뻑 졸고 있는 곰순이를 찰캭~ 몰래 찍어본다. 울 아버지 서른아홉 먹은 큰 .. 더보기 한바탕 싸우기 1. 전초전. 승합차에 1학년 녀석들을 태우고 YMCA로 향합니다. 1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얼굴에는 일곱 살 티가 그대로 남아있는 녀석들 녀석들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합니다. 아마도 부모님들은 더하겠지요? “ 선생님~ 첫 키스 해 봤어요? ” 애림이가 빙글 웃으며 묻습니다. “ 해 봤지~ ” “ 정말요? ” “ 그럼~ ” “ 언제요? ” “ 스무 살 때! ” “ 첫 키스가 뭐야? ” 콧구멍을 파던 정우가 시큰둥하게 묻습니다. “ 뽀뽀보다 심한 거야~ ” 애림이가 동생에게 알려주듯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정우가 키득 웃습니다. “ 선생님~ 첫 키스 해 봤어요? ” 정우 녀석이 재차 묻습니다. “ 해 봤다니까~ ” “ 언제요? ” 다른 녀석이 똑같이 묻습니다. “ 스무 살 때~ ” ..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