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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고양이 똥 꽃


두 눈을 꼭 감고 현관문을 엽니다.

하나.. 두울..셋!

눈을 번쩍 뜨면 베시시 웃음이 납니다.

오늘은 한움큼 더 생겼네...

현관문을 열때마다 옥길동 언덕에 초록물이 듭니다.

재미있는 봄놀이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동그라미를 만듭니다.

"선생님이 어제 찐득이를 다시 만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한 손으로는 하룻동안 굶은 불쌍한 녀석 밥을 주고..

한 손으로는 선생님 마음 아프게 한 녀석 꿀 밤을 주고..

찐득이는 좋으면서도 싫었겠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동그란 아이들의 틈 사이로 동그란 눈들이 통통 구릅니다.

"찐득이 녀석 화장실에 말이죠.. 찐득이 화장실은 모래가 깔린 상자인데요..

똥에 오줌에 냄새나는 그 화장실에 말이죠.. 이름을 모르는 꽃이 핀 것 있죠?"

아이들의 열린 입이 새로운 동그라미를 만듭니다.

"그것이 너무 너무 신기해서 선생님은 똥냄새나는 것도 잊고 계속 쳐다 봤어요"

" .........................보여 줄까요??"

"녜!!"

대답소리에 회관이 넘어졌다 일어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 방으로 갑니다.

하루 저녁 말도 없이 집을 나갔던 찐득이 녀석은

목에 쇠줄을 차고 벌을 받고 있습니다.

"자.. 이게 찐득이 화장실인데요... 보세요.. 꽃이 피었죠?"

"우와. .그게 무슨 꽃이에요?"

"똥꽃이야.. 똥꽃..."

"히히히..헤헤헤"

"글쎄.. .이렇게 보면 콩나물 같기도 한데... 아직 어려서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요?"

" 선생님이 문제 하나 낼께요.. 동물들 몸 속에는 씨가 하나씩 있어요..

그 씨는 둘이 만나면 다시 하나가 되지요.. 그 하나가 바로 생명이 되는 거에요"

"선생님.. 사람도 동물이죠?"

"맞아요.. 사람도 동물이어서 우리 친구들 몸 속에도 씨가 하나씩 있죠...

엄마씨, 아빠씨가 만나 소중한 우리 친구들의 생명이 만들어 진 것처럼..

동물들은 씨를 하나씩 다 가지고 있죠...

그럼... 저기 보이는... 나무나 꽃들의 씨들은 누구 몸 속에 있을까요?"

"할아버지 나무요..."

"할아버지 나무 몸 속에서 저 씨들이 생겨나서 할아버지 나무들이

저 나무와 꽃들을 낳을까요?"

"............................"

"흙이요"

입도 없이, 숨도 없이 눈만 있던 지원이가 말합니다.

"맞아요.. 저 흙이, 저 땅이 바로 엄마이고 아빠이지요.. "

선생님 한 번 , 땅 한 번 끄떡 끄떡 절구질을 합니다.

"자..오늘 몸놀이는 성원이가 가져 온 나팔꽃씨를 화분에 심는것으로 할 거에요"

" 신난다.. "

한 자루 삽을 들고, 옹기 종기 화분을 손에 손에 들고

옥길동 작은 언덕, 흰둥이 하늘이 언덕으로 오릅니다.

한 삽질에 화분 하나... 흙을 담고 흙을 고르는 아이들 조막손이

눈부신 봄빛에 흙빛입니다.

"창근아.. 여기 물뿌리개에 물 좀 떠 올래?.."

"녜.."

씩씩한 창근이.. 대답도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선생님.. 물 언제 와요?"

출렁출렁 물소리, 창근이가 오지 않습니다.

"무거운가 보다.. 용문아.. 네가 가서 창근이 좀 도와줄래?"

씩씩한 용문이..대답도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 선생님.. 창근이 와요.."

물이 반도 차지 않은 물뿌리개를 들고서 창근이가 옵니다.

"하늘이가 무서워서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늦었어요"

'아참.. .창근이는 하늘이를 무서워하지...'

물을 주고 화분마다 이름을 적어서 햇볕 바른 곳 양지 바른 곳에 놓아 둡니다.

"내일부터 나팔꽃씨를 잘 도와주세요.. 작은 씨앗에서 꽃이 나올려면

햇빛의 따뜻함이, 바람의 시원함이, 비의 사랑이 필요하지만

그것 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팔꽃씨를 보살피는 사람의 마음이에요."

선생님이 아침마다 현관문을 열듯이

우리의 아이들이 사랑을 열어 나팔꽃 씨 예쁜 꽃을 피워주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아이들과 함께

옥길동 초록빛 들판에 두 손을 담가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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