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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마지막 희망이의 일기 사백 칠십 번 째 이야기를 끝으로 희망이의 일기를 마칩니다. 그동안 희망이와 함께 해 주신 풀씨 가족들과 사랑이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우리네 아이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비록 옥길동을 잠시 떠나는 희망이이지만 보다 큰 울타리 안에서 늘 함께 할 것을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빛 바랜 일기를 통해 옥길동을 다시 한 번 떠 올려 봅니다. 사랑합니다!! 1. 옥길동에 처음 온 날!- 그 해 겨울!! 눈이 왔습니다.. 펑펑 하늘이 깨져서 하늘가루가 쏟아지듯 예쁘던 눈이 무섭게 내리던 그 해 겨울.. 처음 회관 터에 왔던 생각이 납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밭에 질퍽질퍽한 흙 땅을 떼어내며 그렇게 걸어오던 그 자리에 지금은 예쁜 아이들의 집이 지어 졌습니다. 시멘트가 얼고 그 위로 눈이 내리고 털어 내고 털어 내면.. 더보기
불이야!! 잠결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 누구였더라? “ 창욱아~ 창욱아~!! " 아~ 아버지! 눈보다 몸이 먼저 일어납니다. 분명 아버지 목소리입니다. “ 왜요! 무슨 일이에요! ” 목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시커먼 아버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라집니다. “ 어서 나와봐라! 불났다! ” 불!! 허겁지겁 옷을 입습니다. 방문을 여니 부엌이 온통 발자국 투성 입니다. 화장실에서 물통 채 들고나서는 아버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현관문을 나서자 시뻘건 불길이 보입니다. 폐지에 불이 붙었습니다. 아버지 리어카에 실려있던. 찬장을 열고 냄비를 꺼내 들고 물을 담습니다. 들락날락 하시는 아버지 따라 물동이를 나릅니다. ‘ 그런데, 대체 불이 왜 난거지? ’ 골목 길이 온통 연기 투성 .. 더보기
이상한 게 나타났어요! " 선생님! 이상한 게 나타났어요! " 겨울방학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방학이라 풀씨 학교 꼬맹이들은 볼 수 없지만 다행히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특강이 있어 방학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이 그 첫 번째 날입니다. 오늘은 달봉이 선생님이 점심을 준비하는 날이라 열심히 된장국을 끓이고 있는데 요리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 헐레벌떡 부엌으로 달려오십니다. " 선생님! 이상한 게 나타났어요! " " 이상한 게? 그게 뭐 에요? " " 와 보세요 " 교실에 들어서니 노랑 내가 진동을 합니다. " 읔~ 이게 무슨 냄새 에요? " " 몰라요. 이상한 게 들어오자마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 마침 요리 수업시간이라 음식 냄새인 줄 알았는데 코끝을 팍 찌르는 것이 도저히 음식 .. 더보기
심심한 방학 보내기 머리가 무겁습니다. 방학이라 감기 건네 주는 녀석들도 없는데 어디서 찾아 온 감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방학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바지런한 동글 먼지들은 아이들 옷장이 자기네 집이라도 되는 양 동네 친구들 죄다 모아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심술궂은 선생님이 훅- 하고 입 바람 불며 훼방을 놓아도 훠이~ 하고 날아 올랐다 이내 다시 모입니다. ' 그래~ 아이들 없는 교실, 너희들이라도 실컷 놀아라 ' 심심하면 뭉치는 녀석들. 실타래처럼 돌돌 뭉쳐 바퀴 마냥 굴러다닙니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신이 난 녀석들은 복도 여기 저기를 굴러다니느라 난리입니다. 심심한 선생님은 교실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그림을 그립니다. 텅 빈 나무 블록 장 앞에는 나무 블록으로 열심히 자동차 길을 만들고 있는 식물박사 슛돌이 지호.. 더보기
아버지의 여자 친구 아버지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아버지 스스로는 친구가 아니라 필요해서 이용해 먹는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아들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여자 친구는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목소리 큰 할머니이고 내 집 네 집 가리지 않고 드나드는 팔방미인(八方美人)입니다. 아침이면 이쪽 골목 끝에서 저쪽 골목 끝까지 내 집 마당 쓸 듯 청소를 하시고 이 집 저 집 쓰레기를 한데 모아 동네를 윤기 나게 하는 분입니다. 앞이 막힌 파란 색 고무 슬리퍼를 신고 슬리퍼와는 어울리지 않는 다리 짧은 짙은 색 '몸 빼 바지'를 입고 한 쪽 팔을 기억 자로 접어 뒤뚱뒤뚱 걷는 할머니. 한 눈에 봐도 몸이 불편한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성한 사람보다 더 부지런하시고 더 열심히 하십니다. 자세한 연.. 더보기
강아지 없는 방학 한 녀석만 남았습니다. " 준형아~ 집에 안 가니? " 집에 가는 시간이면 가장 먼저 가방 들고 나가던 녀석이 오늘따라 일어설 줄 모릅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나갔는데도. 두 다리 쭈~욱 펴고 앉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네킹처럼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 준형아~ 차 떠날 것 같애. 어서 가자~ " 그래도 준형이는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평상시와 같은 것은 있습니다. 못 들은 체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방학하는 날입니다. 끝끝내 일어설 줄 모르는 녀석을 얼음판에서 엉덩이 쓰케이트를 타듯 끌고 나옵니다. " 자~ 다 왔다. 이제 신발 신자~ " 그런데도 꼼짝을 하지 않는 녀석입니다. ' 왜 이러지? 이 녀석이? ' 버스는 부릉부릉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옥길동 언덕.. 더보기
술 마시고 일기 쓰기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한 술 이번 주만 세 번을 마시고 지금도 알딸딸한 가운데 일기를 씁니다. 무언가 답답한 구석이 있어서 평상시에는 줘도 마시지 않던 술을 자청하고 있습니다. 생각도 마찬가지지만 무조건 넣기만 하면 속병이 되고 맙니다. 들어가는 만큼 나가는 것도 있어야 하고 이러한 순리를 거스르려는 고집은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말이죠. 곧기만 하면 부러지기도 쉽다고 그동안 너무 나무토막 같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제 생긴 모양 때문에 넘어져도 크게 다치는 나무토막 말입니다. 모자란 구석도 있어야 사람 냄새가 나는데 속 알맹이는 그렇지 않으면서 너무 곧은 척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스스로 그렇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드러내고 살아야.. 더보기
오 계절 찬바람이 부니 두 손 모아 호호 불어 까먹던 군고구마가 생각납니다. 아이들 작은 손들 모아 지핀 군불에서 은박지와 뒹굴며 검게 익던 고구마가 그리워집니다. 닳고닳아 흙물이 배어나던 눈밭에서 엉덩이 까지도록 내려 타던 눈썰매도 타고 싶습니다. 참새도 외투입고 다니는 추운 겨울에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꽁꽁 언 얼음장같습니다. 복도를 구르는 털실 같은 먼지덩이들도 한 겨울 비질에는 시름시름합니다. 꽃을 그리던 아이들이 눈사람을 그리고 찬물에 머리감던 아이들이 고양이 세수를 하는 겨울입니다. 한 여름 더위에 활짝 열린 교실 대문 소리도 요란하게 잘도 닫고 다니던 녀석들이 한 겨울 꼭꼭 닫은 창은 긴 꼬리 뱀처럼 열면 닫을 줄 모릅니다. 계절이 어떠하든 아이들 숨바꼭질은 청개구리 같습니다. 허리춤에 차던 녀석들이.. 더보기
아웃사이더는 없다! 오늘은 '책 사랑 이야기 준형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침에 만나는 준형이는 책 방 주인 같습니다. 언제나 동화책 한 권을 겨드랑이에 끼고 나타납니다. 선생님을 만나면 먼 길 온 택배 아저씨 마냥 책 한 권 던져주며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사라지는 준형이 입니다. 아침 몸 깨우기를 하더라도 이미 깨운 몸 다시 왜 깨우냐는 듯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놀이만 합니다. 이름을 부르면 한참 만에야 고개를 기웃합니다. 선생님 마음에 준형이는 동그라미 밖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준형이를 데려올까 부르는 마음에 애가 탑니다. 하지만 애타는 건 선생님 마음 뿐 입니다. 동화책 일기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무릎 앞으로 엉덩이 걸음으로 앉습니다. 언제 왔는지 준형이 동그란 눈이 선생님 코앞에 와 있습니다. 동.. 더보기
나만 하는 놀이 땡땡땡! 종 소리가 들리면 꽁꽁 언 겨울 바람 호호 불어가며 베란다에서 놀던 아이들 몸 터에서 몸 위로 몸을 겹쳐 놀던 아이들 복도에서 복도로 어슬렁 걸음을 걷던 아이들 책 방에서 책 너머로 이야기를 던지던 아이들 폴짝 폴짝 토끼마냥 뛰는 발발이 껴 안고 콩딱 콩딱 뛰던 아이들이 달려옵니다. 짝짝짝짝! 박수소리에 이리 삐뚤 저리 빼뚤 동그라미가 만들어지고 몸을 두드려 몸을 깨우는 몸깨우기가 시작됩니다. 입이 바쁜 아이들은 입을 움직이고 손이 바쁜 아이들은 손을 움직이고 선생님 보기에 바쁜 아이들은 데구르르 눈을 움직입니다. 들이쉬고 내 쉬고 아랫 배가 홀쭉해지면 작은 컵 하나 들고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조심 조심 뜨거운 물 받은 후에 살금 살금 앞굼치로 고양이 걸음. 홀짝 홀짝 뜨거운 물 마시며 목구멍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