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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사랑에 빠진 달봉이 1. " 선생님~ 요즘에는 왜 달봉이 얘기 안 해 줘요~ " 무지개 승하가 뾰로똥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 달봉이 이야기 듣고 싶어? " " 네~ " " 알았어. 그럼 아이들 모이라고 해~ " " 네!~ " 딸랑딸랑 웃음방울을 달고 달려가는 무지개 승하. 무릎 밑에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습니다. " 음... 무슨 이야기로 해 줄까? " " 재미있는 걸루요~ " " 웃기는 걸루요~ " " 무서운 거 해 줘요! " " 싫어~ 무서운거는. " 살며시 입 꼬리가 올라갑니다. " 그럼~ 너희들이 골라봐~ 1번! 방귀쟁이 달봉이 2번! 울보쟁이 달봉이 3번! 뒤죽박죽 달봉이 4번! 사랑에 빠진 달봉이! " " 사랑에 빠진 달봉이요~ " " 그래? 알았어. 자~ 그럼 귀를 쫑긋세우고 잘 들어봐~ " 단 것을 보고 입맛.. 더보기
아침 참새 햇빛 들이치는 현관문을 열면 아침 참새들이 짹짹거리며 들어섭니다. 가지가지 색색의 옷을 입은 작은 참새들이 쉴 틈도 없이 조잘거리며 종종걸음으로 달려 옵니다. " 사랑합니다!~ " 계단을 밟으면 절로 울려나는 인사 말처럼 선생님 품이 열리며 시작되는 아침 인사. " 김 달 봉~ " 여섯 살 주희입니다 있는 힘껏 달려와 품에 안기고는 엉덩이를 뒤로 빼며 베시시 웃습니다. " 나 잡아봐라~ " " 고추 잠자리인가? 어디... 잡았다! " " 못 잡았지? 못 잡았지? " 주희 뒤로 머리 하나는 작은 녀석이 퉁퉁거리는 얼굴을 내밉니다. " 돼지 꿀꿀이! " " 어디? 돼지 꿀꿀이가 어디에 있어? " " 여기! " 손가락이 코에 걸립니다. " 나 안 했다~ " 현관문에 붙어 게걸음으로 들어오던 여섯 살 지우가 후.. 더보기
은행 잎이 구릅니다. 타닥타닥타다닥... 은행잎이 구릅니다. 예쁘게 물든 노란 잎을 시샘한 심술쟁이 바람이 몸서리치듯 가지 새를 훓어 저 멀리 날려 버립니다. 행여나 돌아올까 봐서. 오늘은 바람이 붑니다. 땀에 절은 옷을 벗으며 무릎에 베인 핏자국을 봅니다. 넙죽 넙죽 절 할 때마다 따끔한 것이 잡념을 쫓기에 좋아 내버려두었더니 허물 벗어진 위로 피가 베어 나왔습니다. 노란 은행잎 마냥 빨갛게 물든 것도 가을인 듯 싶습니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도 하늘이 파랬습니다. 파란 하늘은 첫 기운을 맑게 하고 두 눈을 시리도록 행복하게 하여 온 몸을 간질이듯 절로 웃게 합니다. 이 커다란 행복을 놓치는 이 있을까 하여 아침부터 파란 하늘을 문자에 실어 보냅니다.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내 마음이 닿는 사람까지. 잠깐이라도 망설여.. 더보기
선생님의 여자 친구 “ 사랑합니다!! " 현관을 들어서는 녀석들을 힘껏 안습니다. 품에 들어 선 녀석들이 묻습니다. " 선생님~ 좋은 일 있어요? " " 응~ " " 뭔데요? " " 그건... 쉿~ 비밀이야~ 흐흐... " " 가르쳐 줘요~ " " 비밀이래두~ " " 가르쳐 줘요~ 가르쳐 줘요~ " 오늘따라 웃음방울이 더욱 큰 선생님. 선생님 비밀이 뭘까... 궁금보가 커지는 아이들이 선생님 바지단을 잡고 매달립니다. " 싫어~ 싫어~ 비밀이야~ " " 가르쳐 줘요~ 가르쳐 줘요~ " " 비밀인데 어떻게 가르쳐 주냐! " " 나한테만 살짝 가르쳐 줘요~ " " 그럼 비밀이 아니게? " " 안 가르쳐 주면 나 내일부터 풀씨 학교 안 올꺼야~ " " 잉? 이 녀석이 선생님한테 협박을 하네? " " 그러니까 가르쳐 줘요~ 네? .. 더보기
생활 나눔 아이들이 말합니다. " 선생님! 제가 나보고 놀렸어요 " " 제가 내 숟가락 통 던졌어요 " " 제 정리 안 해요 " " 제가 나 때렸어요 " 어떤 녀석은 이야기마저 꿀꺽 삼키고 눈물만 찔끔거리고 있습니다. 눈물을 조금 나눠 갖으면 이 녀석 역시 친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닙니다. 때린 녀석이 달라지고 맞는 녀석이 달라지고 놀리는 녀석이 달라지고 숟가락 통 던지는 녀석은 달라져도 이와 같은 일은 여지없이 오늘도 일어납니다. 놀린 녀석을 부르고 숟가락 통 던진 녀석을 부르고 정리 안 한 녀석을 부르고 때린 녀석을 부른 후에 왜 놀렸느냐 왜 던졌느냐 왜 정리 안 했느냐 왜 때렸느냐 물으면 또 다른 '○○ 때문'이 나옵니다. 또 다른 '때문'을 따라 어떨 때는 한 걸음, 어떨 때는 열 .. 더보기
선생님 뽑기 놀고 있는 아이들을 찬찬히 보다 생뚱맞게 묻습니다. “ 어떨 때 선생님이 싫어? ” 한 녀석이 톡 하니 튀어나옵니다. “ 화 낼 때요. 화 낼 때 정말 싫어요. ” “ 선생님이 화를 잘 내? ” “ 네~ ” 으잉? “ 내가 언제 화냈다고 그래! ” “ 저번에도 화나서 우리 벌 세웠잖아요. ” “ 화나서 벌 씌운 게 아니라 잘못해서 벌 씌운 거야. 그리고 화 안 났었어. ” “ 거짓말! 화 났었잖아요! ” 한 녀석이 튀어 오르니 덩달아 여기 저기서 튀어 오릅니다. 와~ 억울하다~ 하지만 이 녀석들도 억울한 게 많나 봅니다. “ 그럼~ 너희들이 선생님 해 볼래? ” “ 네~ 우리가 하면 그렇게 안 해요 ” “ 그래? 그럼 누가 선생님 해 볼래? ” “ 저요~ ” “ 저요! ” 배추밭에 배추 오르듯 손들이 쑤.. 더보기
약속 토요일 아침... 핸드폰 알람이 울립니다. “ 무슨 날이지? ” 핸드폰을 들여다 본 순간, “ 아~ ! ” 여름 졸업생 캠프 때 졸업생 녀석들과 한 약속 캠프 아닌 때에 한 번 만나자는 약속 놀이 공원에 가자던 약속 그 날이 바로 내일입니다. “ 이를 어쩌지... ” 내일부터 주말마다 행사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아빠들과 함께 하는 아빠랑 추억 만들기. 함부로 하지도 함부로 어기지도 않는 약속 더욱이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서는 더더욱. ‘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에요~ ’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실망하는 표정도. “ 음... ” 난감합니다. 어기고 싶어 어기는 것도 아니지만 나부터도 꼭 함께 하고픈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방법은... ’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더보기
향수 향수(鄕愁)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컴퓨터를 앞에 두고 앉아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풀씨 학교 선생님 방에 앉아 있으며 더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도 없는 옥길동 회관 풀씨 학교 선생님 방에 컴퓨터를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향수(鄕愁)는 고향 떠난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래 전이라 하기에는 불과 몇 해되지 않은 옥길동 기숙(寄宿) 추억이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것처럼 비 온 뒤 맑고 밝아진 세상처럼 선명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적' 입니다. 옥길동의 고즈넉한 정적! 가만히 귀 기울이면 허공을 나는 작은 모기의 웅얼거림이 들립니다. 간간이 들여오는 개 짖는 소리... 메아리처럼 회관을 울리다가 점점이 커졌다 아렴풋하게 작아집니다. 가만히 좀 .. 더보기
달봉이는 살아있다! “ 선생님~ 달봉이 진짜로 있어요? ” “ 그럼~ 있고 말고. 선생님 집에서 같이 사는걸? ” “ 한 번 데려와 봐요. ” “ 왜? ” “ 같이 놀게요 ” “ 달봉이가 오면 큰일 나~ ” “ 왜요? ” “ 얼마나 장난꾸러기인데~ ” “ 그래도 괜찮아요. ” “ 아냐~ 선생님이 안 괜찮아~ 달봉이가 오면 선생님이 수업을 못 해 ” “ 에이~ 달봉이 보고 싶은데... ” 선생님 핸드폰에도 달봉이가 있습니다. 달봉이 인형을 찍어 놓은 사진. 사진은 왜 인형이냐고 물으면서도 아이들은 달봉이 사진을 좋아합니다. 아침이면 참새마냥 짹짹거리며 학교에 오는 녀석들. 선생님을 보면 달봉이를 보는 듯 인사합니다. “ 어이~ 김달봉~ ” 짓궂은 일곱 살은 인사도 짓궂습니다. “ 달봉이다~ ” 그나마 여섯 살 녀석들은 그림을.. 더보기
욕심 A4 하얀 종이로 1209장 100매 짜리 파일 여섯 묶음 비워 내려 적은 희망이의 일기가 내 손안에 쥐어져 있습니다. 내 욕심의 두께가 되어. 살아있음으로 꼭 해야 하는 것은 하나 없다 하지만 내 하고 싶은 것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하여 내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니 몸에 꼭 끼는 옷을 입은 양 하루가 답답합니다. 이상타? 분명 내 하고 싶어 한 일인데... 욕심이라 하기에는 마음에 마뜩지 않지만 아마도 내 욕심이 원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 혼자 힘으로 태어난 이 없듯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혼자 힘으로만 살 수 없습니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하지만 욕심이 앞서다보면 저도 모르게 혼자 사는 듯 하게 되고 그리하여 채울수록 더 모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비우려고 시작한 일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