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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아버지와 아들 시집 간 누이동생 집들이에 다녀 왔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동네방네 눈물로 손 내밀어 마련한 단돈 오백만원으로 시집 간 동생입니다. 알뜰 살뜰 개미처럼 살아 반듯한 서른 세평 아파트를 마련했다 하여 기쁜 마음으로 동생 집을 찾았습니다. 네 살 동이 여자 아이 하나를 두고 이제 곧 태어 날 두 번째 아이를 배에 둔 동생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빠랍시고 해 준것, 해 줄것도 없어 지갑에 넣고 다니기만 하던 한강 유람선 티켓 두 장과 예쁜 조카 입히라고 여름 옷 한 벌 준비하여 그렇게 찾아 간 집입니다. 늦은 시간 막내 고모와 고모부께서 바쁜 일 중에 어렵게 오셨습니다. 나이 서른 여섯에 반듯한 집 마련한 매제라고 어깨 두드리며 칭찬 하시다 말고 오랫만에 보는 텔레비젼 앞에서 입 다물.. 더보기
생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앉은뱅이 책상에 앉은 시간 늦은 저녁 11시 55분. 오늘은, 이제 5분 남은 희망이의 생일 날입니다. 이른 아침 하얀 거품으로 양치하며 빙긋 웃고 있는 오늘은 희망이가 태어난지 36년 째 되는 날입니다. 집을 나서며 핸드폰을 꺼내 선생님들과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 행복한 월요일 기쁨 하나! 오늘은 창우기의 36번 째 생일입니다. 모두들 두 팔 벌려 축하합시다! ' 허겁지겁 버스에 오릅니다. 징~~~ 핸드폰이 부르르 떨며 생일 축하 문자들이 날아듭니다. 킥킥... 웃음이 납니다.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 내가 먼저 알리는 일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 나름의 행복입니다.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버스오는 소리에 후다닥 현관문으로 달려갑니다. 어느 때처럼 노란 의자에 앉아 옥길동 회관.. 더보기
꼬마야 꼬마야 거기 가는 꼬마야 나 좀 보고 가려므나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는지 모르겠으나 숨 한 번 돌리고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니 가던 걸음 멈추고 걸어온 길 위에 앉아 보려므나. 꼬마야 꼬마야 무엇을 그리 쥐고 가느냐 네 손에 힘줄이 터질듯이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손 한 번 편다고 날개 달고 날아가지 않을 것이고 손 한 번 편다고 바퀴 달고 굴러가지 않을 것이니 마음 편히 손을 놓아 바람 한 점 들이려므나. 꼬마야 꼬마야 네가 쥔 것이 무엇인지 어디 한 번 보자꾸나 네가 쥔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가느냐 내 보기에 네 손에 아무것도 없는데 너는 무엇이 그리 중하여 손 한 번 펴 보지 못하고 그리 힘껏 쥐고 가느냐 네 손에 있는 것은 네가 움켜쥔 욕심밖에 없구나. 꼬마야 꼬마야 손을 펴 바람도 만져보고 네 가는 길.. 더보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속담 속에 깃든 S. O. S) 거지도 손 본 날이 있다하여 깨끗한 양복 신주 모시듯 모셔 놓고 갓 마흔에 첫 보살이라 오래 기다리던 일이 뒤늦게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데 여기 저기 솔깃하여 이 말 저 말 기다려도 검다 희다 쓰다 달다 말이 없어 검둥개 돼지편이다 믿고만 있으면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것마냥 그나마 있던 젊음마져 도망갈까 두려워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구 준비도 없이 바램만 있으면 염치없음도 상 염치라 개 장수도 올가미가 있어야하듯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기는 하는데 개미 쳇바퀴 돌듯 마음만 급하구 진척은 없어 마음을 다시 잡아 하나부터 준비하길 하던 놀음도 멍석깔면 못한다 했지만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듯 스스로 멍석깔아 동네방네 얼굴 내밀어 봅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 더보기
그냥 하는 일 손을 흔듭니다. 팔이 빠져라.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흙먼지 사이로 달려갑니다. 누가 볼새라 흔들던 손 하늘로 뻗어 기지개를 켭니다. 허공 위로 팔버둥 몇 번 까치 뒷꽁무니를 쫓다 내립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복도에 군데 군데 흙덩이들이 널려 있습니다. 똥 강아지 찔끔 지려놓은듯. 커다란 비를 들어 쓱싹 쓱싹 쓸어냅니다. 그냥 씁니다. 복도를 쓸다보니 교실로 이릅니다. 교실 바닥에도 흙 알갱이가 수북합니다. 쓱싹 쓱싹 쓸어봅니다. 그냥 쓸어봅니다.. 탁 탁 쓰레기 통을 두드리며 흙 먼지를 털어 넣습니다. 베란다로 나섭니다. 여기 저기 누워있는 의자들을 세워 놓고 길쭉한 베란다 창을 엽니다. 자료실. 자료라고 하기에는 구닥다리 골동품이 즐비합니다. 책방이랍시고 만들고 있는 방에 자료들은 어지럽고 알몸을 .. 더보기
기 싸움 병아리 선생시절 말로 토해내고 땀으로 흘려내어 손끝 발끝으로 쭈욱 쭉 기운이 빠져 아이들이 가고나면 선 자리에서 폭- 자부라질 것만 같았는데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고나니 눈 빛으로 가슴으로 절로 기운을 받게 되어 오히려 아프던 몸도 아이들 통해 낫게 되기에 비로소 아이들과 통했다 싶었는데 웬걸 올 들어 만난 스물 한 명의 스승들은 줬다 뺐었다 실랑이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 하루라도 스승 모시기를 게을리하면 어제 줬던 기운마져 빼앗아 갑니다. 말을 하되 허공에 흩뜨리지 말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정성들여 담아내고 열 마디가 날아와도 하나 하나 귀를 열어 마음까지 길을 트면 가슴과 가슴을 맞댈 때에 너와 내가 따로없이 한 가슴이 됩니다. 주기만 하기를 삼 년 받기만 하기를 삼 년 주거니 받거니 삼 년 삼 년도 .. 더보기
아버지의 냉면 설겆이를 합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아버지께서는 화분에 흙을 붓고 계십니다. 월세살이 남의 집 앞에는 리어커가 두 대 며칠 전부터 푼 돈이라도 벌어야지 하시며 시작하신 고물줍는 일입니다. " 냉면 하나 해 줄까 " " 아버지는 식사 하셨어요? " " 나는 뭐... 생각없다. " " 아버지 안 드시면 무슨 재미로 먹어요? " " 같이 먹으면 되지. 해 줄까? " " 네~ " 아버지 음식 솜씨는 일품입니다. 어머니 살아 생전 어머니 솜씨였다 생각했던 음식 맛 알고보니 아버지 손 맛이 많습니다. 뭘 먹기에 부담스런 시간이지만 혼자서는 잘 드시지 않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더부룩하더라도 함께 먹어야 마음이 편합니다. 금새 뚝딱 냉면 두 그릇이 만들어집니다. 예순 셋 되신 아버지 냉면 그릇에는 계란이 하나 서른.. 더보기
내가 되고 싶은 것 " 선생님은 커서 뭐가 되고 싶은세요? " " 선생님은 아빠가 되고 싶어.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그리구... " " 에이... 선생님은 벌써 다 컸잖아요... " " 아니야.. 아직도 다 안 컸어. 몸만 다 컸지 마음은 계속 자라고 있어. " 마음은 계속 자라고 있어. 꿈은 계속 자라고 있어. 키가 다 컸다구 꿈까지 다 큰 것은 아니야. 더 이상 자라는 게 없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야. " 몸에도 계속 자라는 거 있잖아요. 머리카락... " " 그러네~ 머리카락은 자르고 잘라도 계속 자라네~ " " 아~ 또 있어요. 선생님 수염... " " 그러네~ 수염도 계속 자라네~ "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지만 길다고 느껴지면 이발을 해. 수염도 계속 자라지만 매일 아침 아무 생각없이 면도를 해. 생각없이 하늘 .. 더보기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아이들과 몸 장난을 합니다. 손도 작고 발도 작고 힘도 작은 작은 녀석들이 한 여름 파리처럼 끈적끈적 달라붙습니다. 한 두 녀석 떼어 내기는 참으로 쉽습니다. 앞으로만 오는 녀석의 중심을 살짝 돌려만 주어도 팽그르 팽이돌듯 돌다가 이내 픽~ 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다행히 보이는 것이 작은 녀석들은 넘어짐도 작습니다. 폭신 폭신 침대에 살포시 내려앉는 깃털처럼 넘어지고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녀석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녀석들도 너댓이 넘으면 전혀 다른 모양이 됩니다. 시커멓게 때 낀 양말 바닥에 호떡마냥 짓눌린 밥덩이를 떼어내는 것처럼 아무리 떼어내고 떼어내도 떼어내는 만큼 달라붙어 힘 쓰는대로 숭숭 기진맥진(氣盡脈盡)하고 맙니다. 마침내 고목나무 쓰러지듯 꼿꼿하던 두 다리가 무너져 내립니다. 쿵~ 소리도 .. 더보기
습관 밤새 태엽을 감습니다. 밤새 쉬지않고 감긴 태엽은 눈을 뜸과 동시에 풀리기 시작합니다. 느슨해질대로 느슨해진 태엽은 삐그덕 삐그덕 쇠 붙이는 소리를 내며 작은 몸뚱아리 안에서 또 다시 감기를 되풀이합니다. 감겼다 풀렸다 한 알 한 알 쏟아지는 모래 알처럼 다 쏟아지고 나면 다시금 뒤집어지는 모래시계처럼 태엽감듯 다시금 감기고 다시금 풀립니다. 일상은 되돌아 오는 바퀴처럼 한바퀴 돌 때마다 만들어지고 다시금 만나는 한 곳은 한 바퀴를 더한 어제가 됩니다. 감겨지는 태엽은 절로 풀어지고 뒤집혀지는 모래시계는 절로 떨어지고 되돌아오는 바퀴는 절로 굴러갑니다. 절로 절로 절로 되는 일은 반복인 줄 모르게 반복됩니다. 절로 절로 절로 되며 쓸모 속에 만들어 지는 것은 우리가 삶으로 끌어 안은 나의 습관입니다. 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