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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그냥 하는 일


손을 흔듭니다.

팔이 빠져라.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흙먼지 사이로 달려갑니다.

누가 볼새라

흔들던 손

하늘로 뻗어 기지개를 켭니다.

허공 위로 팔버둥 몇 번

까치 뒷꽁무니를 쫓다 내립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복도에

군데 군데 흙덩이들이 널려 있습니다.

똥 강아지 찔끔 지려놓은듯.

커다란 비를 들어

쓱싹 쓱싹 쓸어냅니다.

그냥 씁니다.

복도를 쓸다보니

교실로 이릅니다.

교실 바닥에도 흙 알갱이가 수북합니다.

쓱싹 쓱싹 쓸어봅니다.

그냥 쓸어봅니다..

탁 탁

쓰레기 통을 두드리며

흙 먼지를 털어 넣습니다.

베란다로 나섭니다.

여기 저기 누워있는 의자들을 세워 놓고

길쭉한 베란다 창을 엽니다.

자료실.

자료라고 하기에는

구닥다리 골동품이 즐비합니다.

책방이랍시고 만들고 있는 방에

자료들은 어지럽고

알몸을 들어낸 나무침대가 생뚱맞아 보입니다.

남의 집 기웃거리듯

어지러진 물건들을 구경하다 말고

집히는 대로 쌓아봅니다.

그냥 쌓아봅니다.

" 정리 하세요? "

" 어? 아니..뭐.. 시간도 남고 해서.. 그냥..

안 도와줘도 돼. 그냥 하는 일이야~ "

" 정말요? "

" 응~ "

그냥 시작한 일이

한 두시간을 훌쩍 삼킵니다.

" 선생님~ 저희 퇴근할께요 "

" 그래요. 잘 가요 "

여기저기 도드라져 있던 물건들이

하나 둘씩 제자리 찾듯 반듯해져 갑니다.

솔솔하니 재미있어집니다.

뭉개져 있던 이불을 들어

탈탈 먼지를 털어 냅니다.

오래된 먼지가 수북히 떨어집니다.

나무침대 위로 이부자리를 펼칩니다.

그냥 그냥 하다보니

창 밖이 거무스름합니다.

" 시간이 벌써 이리 됐나? "

아기자기 예쁜 책방이 만들어지고

보기에도 포근한 잠자리가 만들어집니다.

' 칸막이가 필요한데... 커텐으로 할까? '

못질하기에 바람 숭숭 허술한 벽이라

궁리 끝에 퍼즐 맞추듯 사방팔방 못을 박습니다.

커텐을 답니다.

보들보들 속 비치는 커텐 안에

아픈 친구 쉬는 방이 만들어집니다.

그냥 그냥 하다보니

이것 저것 손 안 대는게 없습니다.

책 방에 커텐도 달고

교실에 그림 판도 달고

구석구석 숨어있던 물건들도 제자리에 돌려 놓고

사무실 발 길에 채이던 전화선도 고정하고

볕 잘 드는 사무실 창에 커텐도 새로달고

이 책상 저 책상 굴러 다니는 휴지도 붙박이로 달고

고냥 뒀어도 되는 일을 그냥 하다보니

밤이 깊어 11시입니다.

' 이제 고만해야지. '

자정에서 뱅그르르

한 바퀴 반을 돌아 한 시 반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글을 씁니다.

그냥 씁니다.

앞 일 뒷 일 재지 않고

그냥 하는 일로 그냥 보낸 하루

그냥 그냥 하게 된 일이지만

하고 싶어 한 일입니다.

그냥 속에

욕심없는 마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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