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태엽을 감습니다.
밤새 쉬지않고 감긴 태엽은
눈을 뜸과 동시에 풀리기 시작합니다.
느슨해질대로 느슨해진 태엽은
삐그덕 삐그덕 쇠 붙이는 소리를 내며
작은 몸뚱아리 안에서 또 다시 감기를 되풀이합니다.
감겼다 풀렸다
한 알 한 알 쏟아지는 모래 알처럼
다 쏟아지고 나면 다시금 뒤집어지는 모래시계처럼
태엽감듯 다시금 감기고 다시금 풀립니다.
일상은 되돌아 오는 바퀴처럼
한바퀴 돌 때마다 만들어지고
다시금 만나는 한 곳은
한 바퀴를 더한 어제가 됩니다.
감겨지는 태엽은 절로 풀어지고
뒤집혀지는 모래시계는 절로 떨어지고
되돌아오는 바퀴는 절로 굴러갑니다.
절로 절로 절로 되는 일은
반복인 줄 모르게 반복됩니다.
절로 절로 절로 되며
쓸모 속에 만들어 지는 것은
우리가 삶으로 끌어 안은 나의 습관입니다.
물건은 쓰임으로 낡고
몸 뚱아리는 삶으로 늙습니다.
물건은 쓰임으로 낡되
만들어진 대로 쓰임을 다할 때 행복하고
몸 뚱아리는 삶으로 늙되
영혼의 도구로 쓰여질 때 비로소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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