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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유리 구슬 2.


" 이야~ 구슬 굉장히 많다~ ! "

소연이가 어깨를 으쓱합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구슬이 잔뜩 들어있는 예쁜 통을 가지고 온 소연이입니다.

아이들이 너도 나도 자기만의 보물을 건네줍니다.

오늘도 구슬을 가지고 온 녀석들이 가장 많습니다.

동글동글 모나지 않고

매끌매끌 거칠지도 않고

반짝반짝 아이들 눈처럼 빛이 나기 때문일까?

구슬에 비춰지는 선생님의 얼굴엔 호기심이 가득합니다.

" 나도 좀 보여줘! 나도... "

친구들이 너도나도 보여달라 야단입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하는 물건은

친구들이 놀고 싶어하는 아이가 되는 것처럼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꿀꺽꿀꺽~

숨 차게 마시는 한 컵의 물이 목 구멍을 넘어가듯

시간은 절로 절로 흘러 갑니다.

" 선생님! 구슬 통이 없어졌어요 "

점심 시간 설겆이를 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울먹이는 소연이가 말합니다.

" 잘 찾아봤니? "

"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

" 그래? 그럼 설겆이 마치고 같이 찾아보자. "

" 네 "

정말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물건이 놓아 둔 곳에 없으면

물건이 없어졌다 잘 말하지만

오늘은 교실을 아무리 뒤져도 정말로 보이지 않는 구슬 통입니다.

" 어디 갔을까? "

울상이 된 녀석을 바라보며

선생님도 함께 걱정합니다.

그 때입니다.

한 녀석이 다가와 지나가듯 말합니다.

" 선생님! 친구들 가방 보지 마세요. 가방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

" ? "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친구들 가방을 열어본 적이 없는 선생님에게

왜 저런 소리를 하지?

" 너희들 소연이 구슬 통 못 봤니? "

놀이에 빠진 녀석들은

쳐다 보지도 않고 대답만 던져 줍니다.

" 아니요! 못 봤어요! "

" 어디 갔을까? 소연아! 계속 찾아보자 "

집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교실, 베란다,현관, 복도

심지어 화장실 변기 속까지 찾아 보았지만

구슬 통은 아무곳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 거참~ 희안하네~ "

소연이를 봅니다.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입니다.

' 혹시? '

가방을 보지 말라던 한 녀석의 말이 떠오릅니다.

선생님 마음에 의심이 생깁니다.

에이... 그럴리가...

하지만 밑져야 본 전아닐까?

하지만...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 혹시 소연이가 자기 가방인 줄 알고 잘못 넣었을 수도 있으니까

너희들 가방 좀 볼께. 그래도 되지? "

집에 가기 위해 가방을 멘 녀석들 중에서

한 녀석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 선생님! 전 모르겠는데... 제 가방 속에 소연이 구슬 통이 있어요.

전 정말 모르겠는데요 "

아까 그 녀석입니다.

친구들 가방을 보지 말라던 녀석.

음...

" 소연아! 구슬 통 찾았다! "

" 어디서 찾았어요? "

" 으...응? 응... 저 친구 가방에 들어 있었데... 소연이가 잘못 넣었나 봐. "

" 어? 난 가방에 넣은 적 없는데? "

" 그럼... 다른 친구가 소연이 가방인 줄 알고 넣었나 보지. "

" 그런가? "

표정이 밝아진 소연이가 구슬 통을 받아 듭니다.

구슬 통을 건네 준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음...

한 명, 두명

아이들을 앉아 줍니다.

구슬을 건네준 녀석을 안을 차례입니다.

녀석을 안으며 귓속말을 합니다.

" 정말... 너는 모르는데... 구슬 통이 가방에 들어 있었니? "

" 네~ 정말이에요. "

" 그렇구나. 거~ 참... 희안하네~ , 알았다. 집에 잘가~ 사랑해~ "

녀석을 품에 꼬옥 안습니다.

' 너를 믿을께. '

발소리도 요란하게 뛰어가는 녀석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다음 녀석을 품에 안습니다.

동글동글 모나지 않고

매끌매끌 거칠지 않고

반짝반짝 반짝이는 구슬같은

녀석의 말을 믿습니다.

설령 녀석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 하더라도

녀석을 믿어주는

선생님의 마음이 진실보다 더 소중하리라 믿으며...

선생님의 마음을

녀석도 분명 알것이라 믿으며...

내일도 분명

아이들은 반짝 반짝 반짝이는 구슬을 건네주며 말할 것입니다.

" 선생님! 친구들 보여 주려고 가져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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