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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선생 노릇


꿀꺽~

침 한 번 삼킨 것 같은데

참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니, 참으로 많은 것이 새로워졌습니다.

숨 한 번 들이쉬니 새로 태어나고

숨 한 번 내어쉬니 오늘에 살고 있습니다.

익숙한 몸짓으로 얼싸안던 녀석들이

눈 깜짝할 새 호르륵 날아간 둥지에

한뼘 아래 작은 녀석들이

다른 모양 다른 색깔로 제 둥지를 만듭니다.

고개 숙여 허리 구부리고

낮추고 낮출수록 제 멋이 살아나는

발목쟁이 작은 들꽃마냥

새로움으로 작아진 아이들에게

고개 숙여 무릎 앉아

낮춤으로 가슴을 맞댑니다.

어딜가나 아이들은 있지만

아무 곳이나 있지는 않듯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선생 노릇이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될 노릇이기에

누구나로 시작된 노릇이

아무나로 퇴색되지 않도록

하루에도 골백 번 고개 숙여 낮추고

하루에도 수천 번 무릎 굽혀 아이들을 맞습니다.

봄이 오면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얻어

한 해 한 해 저물 녘 마다

세월에 쌓이는 허물을 벗어 던지며

하늘 같은 품을 갖는 꿈을 꿉니다.

선생은,

조각할 줄 모르니

아이들을 깎아댈 이유가 없고

부아 난 어미 새마냥 쪼아댈 사연도 없고

급히 서둘러 아이들을 데려갈 곳도 없으니

넉넉한 마음으로 훠이 훠이 팔 저으며

머리 끝 하늘마냥 큰 가슴만 소망합니다.

제 욕심 많은 죄로

아이들을 탓하지 않고

제 모양 실하지 못한 죄를

아이들로 변명 삼지 않도록

있는 모양 그대로에 충분히 겸손하도록 희망합니다.

아홉 해 되는 선생노릇에

일곱 살 난 아이들보다 잘난 노릇없기에

비우고 비우고 또 비워서

새로이 만들어지는 아이들의 그릇에

작은 때 한 점이라도 묻히지 않도록 소원합니다.

숨 한 번 들이쉬며 선생 노릇 잊고

숨 한 번 내어쉬며 새로이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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