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녀석들... 분명,
하늘에서 똑 떨어진 녀석들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품이 넓을까...
1.
제 몸집만한 가방을 메고 한 녀석이 옵니다.
아슬랑 아슬랑 봄 바람을 타고서.
데구르 데구르 구슬이 구르는가 싶더니
온 몸을 휘 돌려 동물 집으로 갑니다.
폭신 폭신 걷던 신발에
질퍽 질퍽 진흙이 묻더니
바지 위로 진흙 떡이 떡! 떡! 붙습니다.
' 안녕 ' 인사도 없이
두리번 두리번 돌멩이를 주워
냠 냠 맛있는 밥 그릇 위로
돌 밥을 줍니다.
쩝 쩝 입 맛 마시는 강아지 얼굴에
콕 콕 나무 침을 놓습니다.
" 뭐 하냐~ 이 녀석들아! "
선생님의 목소리에
옷깃 속으로 목을 쏘~ 옥
풍덩 풍덩 진흙 물을 튕기며
꼬리야 떨어져라 줄행랑을 칩니다.
" 들어가자~ 교실에 가방은 벗어 둬야지~ "
사근 사근 부드러운 목소리에
은근 슬쩍 못 이기는 체 신발장까지 갔다가
선생님이 형아 들 보는 사이
신발을 벗다 말고 맨 발로 뛰쳐 나갑니다.
" 어~ 이 녀석, 또 어디갔지? "
뒤집어진 신발만 남겨 놓고
신발 주인은 멀리 멀리 산보를 나갑니다.
2.
" 아저찌~ "
" 으잉? 나 아저씨 아니야. 선생님이야. "
" 으~응... 아저찌~ 근데, 아저찌 누구야? "
" 아저씨 아니래두~ "
" 으~응... 아저찌~ 우리 손생님 오디갔쪄? "
" 니네 선생님이 누군데? "
" 몰라! 녀자야! "
" 여자 선생님이야? "
" 아니~ 뇨자야! "
" 그러니까 여자 선생님이냐니까~ "
" 아니~ 아니~ 뇨오자! "
" 으~ "
" 아저찌 아파? 머리? "
" 아냐~ 안 아파~ 머리~ "
" 아푸면 뵹원 가 뵹원. "
" 알았어. 병원갈께~ 병~ 원~ "
3.
후다닥~
소리만 요란한 거북이가 뛰어 옵니다.
" 어이구~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냐~ 이 녀석아~ "
모자를 휙 돌려 쓴
긴 머리 팔랑머리 꼬마 녀석이
무섭지도 않은 눈을 무서운 척 쳐다봅니다.
" 뭘 보냐~ 이 녀석아~ "
순간!
홱~
하고 나르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 블럭 하나가 이마에 딱- 하니 불을 냅니다.
" 아야!!! "
" 선생님~ 왜 그래요? "
" 아~아, 저 녀석이 선생님한테 블럭 던졌다~ "
" 누가요? "
" 저 녀석이.... "
일곱 살 형이랍시고
일곱 살 선생님 제자랍시고
으쓱 으쓱 걸어간 녀석에게
꼬마 녀석 두 눈을 실실 흘리더니만,
" 주~글래~ "
4.
다섯 살 꼬멩이들이 옥길동에 왔습니다.
엉덩이에 불난 녀석들마냥
안 쏘다니는 곳이 없습니다.
손 바쁜 선생님
한시라도 잡아둘라치면
좁은 창문 사이로 도망가고
베란다로 도망가고
신발도 없이 외투도 없이
' 씨~익 '
선생님에겐 개구쟁이 웃음만 남겨둔 채
몸뚱아리만 쏘옥
줄행랑을 치는 녀석들...
다섯 살 선생님도
여섯 살 선생님도
일곱 살 선생님도
하늘에서 똑 떨어진 다섯 살 천사들 덕에
고개 들어 하늘 보지 않고도
품 넓어 하늘 닮은 녀석들 보며
하늘 마음 한 움큼 씩 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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