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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선생님 목이 쉰 이유 2.


꼬마가 화로 밑으로 손을 넣습니다.

구슬을 꺼내기 위해서.

겨우 들어간 손을 이리 저리 흔들어 보는 꼬마.

아- 구슬을 찾았나 봅니다.

구슬을 손에 쥔 듯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손을 빼려 합니다.

하지만, 구슬을 쥔 손은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 안돼! 안돼! 어서 구슬을 놔! 어서! "

선생님은 꼬마에게 달려가려 가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도

꼬마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화로 위에 있던 커다란 어묵 그릇이 흔들거립니다.

출렁 출렁~

어묵 국물이 넘치는가 싶더니,

이내 엉거주춤 엎드린 꼬마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놀란 꼬마는 있는 힘껏 손을 뺍니다.

손 등이 벗겨지며 떼구르르~ 구슬이 구릅니다.

" 아- 악!! "

꼬마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벌러덩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꼬마의 다리 위로

뜨거운 어묵 국물이 쏟아져 내린 것입니다.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는 꼬마의 모습을 보며

선생님도 만득이도 발만 동동 구를 뿐

꼬마를 도울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꼬마의 엄마가 뛰어 들어옵니다.

바로 선생님의 어머니이십니다.

연신 울부짖는 꼬마를 보고,

소스라쳐 놀라시는 꼬마의 엄마...

어떻게 할 줄 모르십니다.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십니다.

선생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릅니다.

만득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릅니다.

어쩔 수 없는 마음에

눈물만 계속 흘릴 뿐입니다.

15.

꼬마가 누워 있습니다.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다리 살에 달라붙은 바지를 벗겨 낼 수 없어

살점을 떼어내듯 가위로 바지를 잘라 내었습니다.

바지가 떼어지며 살점도 함께 떼어 졌습니다.

꼬마는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고

엄마도, 뒤늦게 달려 온 아빠도

꼬마의 고통을 함께 느끼듯

흐느껴 우시기만 하셨습니다.

16.

" 선생님! 그 얘기 정말이에요? "

" 그럼~ 정말이지~, 볼래? 봐봐. 발목의 이 흉터..."

발목의 화상 자국을 보여 줍니다.

" 많이 아팠어요? "

" 그럼~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으... 다리가 아픈 것 같다..."

17.

그로부터 1년 동안 꼬마는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꽃이 피고, 매미가 울고, 단풍이 지고, 겨울 바람이 불어도

방 안에 다리 펴고 앉아 창으로만 지켜볼 뿐

만질수도 느낄 수는 계절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눈에서 쉴 새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 선생님.... "

선생님을 바라보는 만득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그칠 줄 모릅니다.

" 선생님... 이제 그만 우세요. 우리에겐 할 일이 있잖아요. "

" 그래.. 만득아~ "

선생님의 마음이 왜 일곱 살 시절로 되돌아 갔을까요?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반드시!

18.

꼬마의 아빠가 어디론가 뛰어 가십니다.

이마에서는 그칠 줄 모르는 땀이 흐르고

땀에 젖은 티셔츠는 등에 붙어 떨어질 줄 모릅니다.

" 저기.. 여기서... 화..화상 약을... 판다고..해서.. 왔는데요..."

꼬마의 약을 사기 위해 달려 온 것이었습니다.

" 이.. 이..약이.. 우리나라에서..아니,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인가요? 네? "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이

아빠의 얼굴에서 계속 흘러 내립니다.

"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을 주세요. 제일 좋은 약이요.

우리..우리 아들이 지금 다쳤단 말이에요. 우리 아들이요! "

아빠의 목소리가

지켜보는 선생님의 귀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집니다.

19.

잠든 꼬마의 이마에 물 수건을 올려 주시는 아빠.

수건이 마르기가 무섭게 또 다시 찬 수건을 올려 주십니다.

별이 가도록 달이 가도록

길고 긴 밤이 거북이 마냥 엉금엉금,

졸린 눈을 비벼가며 잠든 꼬마를 지켜 주시는 아빠.

칭칭 감긴 붕데에 손을 얹으시며

꼬마 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아빠.

꼬마가 잠든 밤이면

언제나 꼬마 옆에서

밤이 가도록 잠이 가도록

꽃이 피고 메미가 울고 단풍이 지고 겨울 바람이 불어도

언제나 한결같이 꼬마를 지켜 주시는 아빠이십니다.

" 내 마음이.. 왜.. 이 곳으로 왔는지..이제야...알겠다! "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선생님이 만득이를 바라봅니다.

만득이도 그 이유를 알았는지 고개를 끄떡입니다.

" 선생님은 참 바보야! 그렇지? 만득아? "

" 아니에요. 선생님! 지금이라도 아셨잖아요.

할아버지가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지금도 얼마나 선생님을 사랑하시는지... "

" 그래.. 맞아.. 할아버지는 선생님을 정말 사랑하셔.

꼬마가 어른이 되어 선생님이 된 지금에도... "

20.

"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만득이도? 선생님도? "

달봉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 왜 나만 빼고 숨바꼭질을 하는거야~ 나도 하고 싶단 말야~ 숨바꼭질!"

달봉이 두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 으~앙~ "

수돗물이 쏟아지듯

달봉이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 달봉아! 왜 우니? "

달봉이 뒤에서 선생님 목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선생님과 만득이가 서 있습니다.

" 뭐에요! 어디갔다 이제 온거에요! 나만 쏙 빼고! 으~ 앙~ "

" 미안해! 달봉아! "

가만히 달봉이를 안아주는 선생님.

선생님의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 어? 선생님도 우는 거에요? 에이~ 어른인데도 우네~ "

" 어른은 뭐 눈물이 없는 줄 아냐! 이 녀석아! "

21.

" 만득아! 고맙다. 선생님 마음을 되찾아줘서... "

" 아니에요. 선생님... 마음을 다시 찾은 것은 제가 아니라 바로 선생님 자신이에요.

그리고, 이제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선생님 몸 속에 마음을 꽁꽁 묶어 두고 왔으니까

할아버지 사랑을 언제나 느끼실 수 있으실꺼에요. 선생님... "

" 그래. 정말 고맙다. 만득아!

할아버지가 선생님을 사랑하시듯

선생님도 할아버지를 많이 많이 사랑해 드려야겠다. "

" 그래요. 선생님! "

선생님이 만득이를 꼬옥 안아 줍니다.

" 에이~ 또 거짓말 한다~ 저 녀석~

마음을 몸 속에 어떻게 묶어 둘 수 있냐?

저 녀석, 이제보니 순 거짓말쟁이잖아? "

달봉이가 콧구멍을 벌렁이며 말합니다.

달봉이를 쳐다보는 선생님과 만득이.

쿡~ 쿡~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 하하하 " " 히히히 "

" 뭐야! 왜 웃는거야? 어? 또.. 나만 빼고 뭐 한거지? 그런거지? "

" 하하하 " " 히히히 "

" 어~ 정말 그러면 나..또 운다~ 또 울꺼야~ 진짜루~ !! "

22.

" 그럼, 일요일 날 많이 울어서 목이 쉰 거에요? "

" 응, 그래 "

" 그렇구나! "

" 얘기... 재미있었니? "

" 예... 다음 주 월요일에도 달봉이 얘기 또 해 줄꺼죠? "

" 그럼~ 약속은 꼭 지켜야지~ 그렇지? "

" 녜!!!! "

끝.

덧붙이는 말:

즉석 이야기를 글로 옮기고 보니

구성도 엉성하고, 스토리도 영~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달봉이 이야기인 만큼

읽으시는 분도 동심으로 가볍게 읽어 주시길...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

언제나 몸과 마음이 함께 하는 가운데 순간에 최선을 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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