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몸 장난을 합니다.
손도 작고 발도 작고
힘도 작은 작은 녀석들이
한 여름 파리처럼
끈적끈적 달라붙습니다.
한 두 녀석 떼어 내기는 참으로 쉽습니다.
앞으로만 오는 녀석의 중심을
살짝 돌려만 주어도 팽그르 팽이돌듯 돌다가
이내 픽~ 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다행히
보이는 것이 작은 녀석들은
넘어짐도 작습니다.
폭신 폭신 침대에 살포시 내려앉는 깃털처럼
넘어지고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녀석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녀석들도
너댓이 넘으면
전혀 다른 모양이 됩니다.
시커멓게 때 낀 양말 바닥에
호떡마냥 짓눌린 밥덩이를 떼어내는 것처럼
아무리 떼어내고 떼어내도
떼어내는 만큼 달라붙어
힘 쓰는대로 숭숭 기진맥진(氣盡脈盡)하고 맙니다.
마침내
고목나무 쓰러지듯
꼿꼿하던 두 다리가 무너져 내립니다.
쿵~
소리도 요란하게 선생님이 쓰러집니다.
고개 들어 하늘 보지 않아도 하늘이 보입니다.
눈만 뜨면 보이는 하늘입니다.
그 하늘 안에 아이들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녀석들.
선생님 좁은 품을 비집고 들어와
서로들 제 자리 찾기에 바쁩니다.
" 숨 차다~ 잠깐만 쉬자~ "
새근 새근 숨소리
연한 땀내음
쉴 줄 모르는 녀석들
팔 다리를 주무르며
거칠어진 호흡을 주무르며
몸과 몸을 맞대고 호흡을 맞춥니다.
" 선생님은 우리가 좋아요? "
" 아니~ "
" 안 좋아요? "
" 아니~ 선생님은.... 너희들이... 하늘이다!! "
와락 껴 안습니다.
껴 안은 손을 양 겨드랑이에 끼워
간지럼을 태웁니다.
" 으헤헤헤~ "
송사리 빠져나가듯
품에서 미끄럼을 타며
아이들이 빠져 나갑니다.
천정을 하늘 삼아 팔베개를 하고 눕습니다.
흔들 흔들 천 그네를 타는 녀석
배 깔고 누워 그림을 그리는 녀석
무엇을 하는지 연신 왔다 갔다 하는 녀석들 틈에서
잠시 딴 생각을 해 봅니다.
하늘 아래 있으면 하늘이 된 듯 하고
아이들과 있으면 아이들이 된 듯 하고
눈 감으면 몸을 스치는 바람이 된 듯도 하지만
여전히 나를 버리지 못하고 내 속에 갇혀있는 나를 봅니다.
장난 중에 퍽- 하고 얼굴을 때리는 녀석 손 맛에
순간 일그러졌다 펴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녀석에게
무엇이라도 해 주어야 한다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잠시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있지 못하는 녀석들을
자꾸만 눈 안에 가두어 두기도 합니다.
선생이랍시고
아직도 무엇인가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내 속에 아이들을 안고 있으니
진정 나를 버리지 못한 선생으로서
아이들에게 진정 선생(先生) 일 수 있는가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이라 한다지만
단지 인생을 먼저 산 사람으로
무엇을 가르치려 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 선생님~ 뭐 해요? "
심심해 보이는 녀석이 다가옵니다.
" 심심하니? "
" 네~ "
" 선생님도 심심하다. 우리~ 서로 안 심심하게 해 주기 할까"
" 네~ "
손 내미니 손을 잡아 줍니다.
녀석의 작은 힘에 내 힘을 보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 자~ 안 심심하러 가자~ "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속에서 벌떡 일어나
선생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훌훌 털고
진정 자유로운 선생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습니다.
오늘도 희망이는
선생의 삶을
나의 삶을
온전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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