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썸네일형 리스트형 휴가지병 몸 뚱아리도 휴가인 줄 아나 봅니다. 눈퉁이에 낀 눈곱 떨어낼 줄 모르게 바쁘다가 하릴없이 묻어나는 하품에 절로 떨어지는 휴가 첫 날! 마지막 수업 때 삐끗한 허리가 말썽을 부립니다. 숨 한 번 들이쉬니 온 신경이 허리에 모입니다. 집중하지 말래도 절로 집중되는 통증입니다. 신기하게도 휴가 때면 묵은 병이 살아납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안 그래도 쉴텐데 더욱 쉬라 그러나 봅니다. 태평양이 비좁아 허리 굽은 새우마냥 구부정한 모양으로 하루를 지냅니다. 어떤 모양도 편하지 않습니다. 더위에 지친 강아지 마냥 누워있다 보니 옥길동 강아지들이 생각납니다. 선생님들이 휴가라 밥 챙겨줄 이가 없습니다. 일어서기는 일어서야 할텐데 가기는 가봐야 할텐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식경이 지납니다. ' .. 더보기 더위와 밤이 만났을 때 플라스틱 날개 세 개 제자리를 돌기만 하는데 그 사이로 바람이 인다. 뜨거운 바람이. 한 여름 밤에는 입김마저 뜨겁다. 선풍기에는 온도계가 없다. 한 여름에는 뜨거운 바람이 이는 데도 두꺼운 국어 사전에는 온풍기라는 말이 없다. 두꺼운 국어 사전에는 냉풍기라는 말도 없다. 오로지 입을 통해 뜨거운 바람을 뱉는 환풍기만 있고 이를 다시 또 다른 뜨거운 바람으로 바꿔주는 송풍기만 있다. 한 여름 밤에는 국어사전마저 뜨겁다. 한 여름에는 자리찾기도 힘들다. 이 책 저 책 들추어 내듯이 몸 구석 구석 마음에 통 내키지 않기에 이리 저리 몸을 굴려본다. 책을 뒤척이듯 몸도 마음도 뒤척인다. 더위에 힘든 벌레 하나가 엉기고 있다. 벌레 덕에 감정과 기운도 함께 엉긴다. 천정이 배 위에 있다. 뜨거운 천정이. 한 여.. 더보기 여름 방학을 맞으며 여름 방학을 맞으며... 질경이 반 스물 한 명의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하나 씩 있습니다. 새로운 이름은 똑같은 질경이 반, 똑같은 일곱 살이라는 공통점에 특별히 다른 무엇 하나를 심어줍니다. 같으면서도 다른 것, 그것은 새로운 이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키, 몸무게, 생김새뿐만 아니라 목소리, 행동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다른 것이 더욱 많습니다. 오히려 다른 것이 더욱 많은 아이들이지만 질경이 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곱 살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음에서 다름을 찾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특히,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나의 자신감이 되어주는 특별히 다른 것을 스스로 아는 것. 그것이 진정 자기 자신에 대한 앎일 것입니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어린이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습니다... 더보기 어차피 1. " 정리할 줄 모르는 녀석들은 잘 놀 수 없어요! 놀기 전에 나와 다른 친구들을 위해 잘 정리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해요! " 놀 때는 이리저리 헤집다가 정리할 때는 여기저기 삐죽거리기만 하는 녀석들 들으라 선생님이 한마디 합니다. 한 녀석이 오리입을 내밀며 말합니다. " 어차피 난 이제 안 놀꺼니까~ " 어차피라~ 일곱 살 녀석들이 잘 쓰는 말 중에 '어차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라는 말은 무슨 짓을 해도 내겐 아무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친구들이 이러거나 저러거나 나는 나대로 하겠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웠을까? 아이들이 왜 이런 말을 쓰게 되었을까? 궁금하여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 어차피라는 말은 언제 쓰는거야? " " 몰라요~ ".. 더보기 유치한 이야기 2. 1. " 선생님~ 제가요~ 때렸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도 안해요! " 한 녀석이 울먹이며 옵니다. " 아니에요. 미안하다고 할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 그냥 이르러 온거에요 " 뒤따라오던 녀석이 억울한 듯 말합니다. " 어떻게 된건데? " 두 녀석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 앞에 있는데 발로 찼어요 " " 아니에요. 그네 타다가 부딪힌거에요 "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하는 아이들. 선생님은 한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합니다. " 기다리기~ " 두 녀석이 쳐다봅니다. 먼저 온 녀석에게 묻습니다. " 앞에 있는데 친구가 발로 찼어? " " 네 " " 그래서 어떻게 했어? " " 선생님한테 말했어요 " " 그 친구한테 왜 그랬는지 물어봤어? " " 아니요~ " " 왜 안 물어봤어? " " ..... " " 친구.. 더보기 도떼기 시장의 조화 어쩌다 단 한 번 또는 두 번하는 생활 또는 놀이 이것은 한 여름의 기다려 온 휴가와 같아 있는 대로 살고 있는 대로 놀다보면 오히려 더 피곤하고 오히려 더 무료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참았다 모았다 한 번에 왕창 쏟아버리는 것보다 매일 매일 살고 매일 매일 놀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매일 매일이 항상 일정하지 않은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그리고 어제의 어제와 내일의 내일 이러한 날들을 한 그릇에 넣고 적당히 비비고 섞은 후 공평하게 날 수 만큼 나누면 하루 하루가 매일 매일이 일정해 집니다. 그런데, 이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미숫가루를 탈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되풀이 되나 매일 매일 같지않은 도떼기 시장같은 무질서한 아이들의 놀이 속에 .. 더보기 부전 자전 1. 아버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아버지와 노인 복지 센터에 가는 날입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이력서를 한 통 삽니다. 걸음에 흔들거리는 이력서... 야릇한 기분입니다. " 아버지 준비되셨어요? " " 어디 가는데~ " " 복지 센터에 가야되요. 이력서도 한 통 써야 되구..." 이력서를 내밉니다. " 이력서는 무슨... " 이력서를 받아든 아버지 표정이 야릇합니다. " 살아오신 대로 그냥 쓰시면 되요. 하셨던 일도 적으시구..." 돋보기를 꺼내시는 아버지.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신문지 한켠에 무엇인가를 적으십니다.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열심히 적으시더니 이력서를 꺼내십니다. " 안 가면 안되나... " " 아버지랑 같이 가려고 조퇴했단 말이에요~ " " 담에 가면 안되나.... 더보기 사는 이유 1. " 사랑합니다~ " 깡총 토끼마냥 톡톡 뛰어 현관을 들어서는 꼬맹이들을 향해 두 팔 벌려 인사합니다. 생긴 것도 제각각인 녀석들이 삐죽 빼죽 높이와 넓이도 다른 녀석들이 아침이면 향긋한 냄새를 안고 옵니다. 아마도 엄마들의 정성이 만들어 낸 냄새일 것입니다. 조잘 조잘 말하고 이리 저리 내달리다 보면 그리하여 이리 쿵 저리 쿵 한나절을 보내고 나면 풋풋한 땀 내에 지린내를 안을 녀석들. 하루를 충분히 산 녀석들만이 풍길 수 있는 냄새일 것입니다. " 선생님~ 안개 뿌렸어요? " 대뜸 코 앞까지 다가서는 녀석이 말합니다. " 어~ 아까 뿌렸다. " 고개를 끄떡이며 들어서는 녀석 뒤로 한 녀석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다가섭니다. " 거~ 짓~ 말~. 선생님은 거짓말쟁이야~ " " 뭐가? " " 안개가 어딨.. 더보기 유치한 이야기 " 선생님~ 나 내일부터 풀씨 학교 안 올꺼에요~ " " 왜? " " 친구가 괴롭혀서요~ 다른 유치원 갈꺼에요 " " 다른 유치원에는 괴롭히는 친구가 없어? " " 괴롭히는 친구 없는 유치원 갈꺼에요 " " 그런 유치원이 있어? " " 있어요 " " 어디 있는데? " " ..... " " 어디에 있는데? " " 있어요. 그런 유치원! " " 여기도 그런 유치원이 될 수 있잖아~ " " 여기는 그런 유치원 아니에요 " " 괴롭히는 친구가 없으면 그런 유치원이잖아~ " " 괴롭히는 친구가 있잖아요!! " " 그 친구가 왜 괴롭히는데? " " 몰라요.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해요 " "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하면 다른 유치원 가야 해? " " 네~ 그 친구 없는 유치원 갈꺼에요 " " 다른 유치원에 가면 그.. 더보기 절로 쓰는 글 오늘은 아이들과 밭의 풀을 맸습니다. 보통 잡초를 뽑는다 하는데 이 세상에 이유없는 생명이 없듯 잡초도 없으니 잡초라 할 수 없고 해서 그냥 풀이라 했고 호미로 뿌리 채 캐 내니 뽑는 것이 아니라 매는 것이라 맸다고 했습니다. 놀기에는 일각연이 있는 아이들만 모아 놓은 반이라 밭 일을 소홀히 했더니 울 반만 풀들이 번성하여 오늘은 큰 맘먹고 밭으로 향했지요. 오늘따라 햇볕도 무척 따가워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키우는 옥수수며 콩이라 열심히 했습니다. 심지도 않은 방울 토마토며 고추도 있어서 길 가다 동전 주은 양 좋아라 했습니다. 더우면 밭 가운데 있는 해바라기 잎 밑에서 잠시 쉬기도 하며 오전 일과를 마쳤지요. 오후에는 물놀이를 했습니다. 찜통같은 교실에서 모기와 씨름하느니 물놀이가..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