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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사는 이유


1.

" 사랑합니다~ "

깡총 토끼마냥 톡톡 뛰어

현관을 들어서는 꼬맹이들을 향해

두 팔 벌려 인사합니다.

생긴 것도 제각각인 녀석들이

삐죽 빼죽 높이와 넓이도 다른 녀석들이

아침이면 향긋한 냄새를 안고 옵니다.

아마도 엄마들의 정성이 만들어 낸 냄새일 것입니다.

조잘 조잘 말하고 이리 저리 내달리다 보면

그리하여 이리 쿵 저리 쿵 한나절을 보내고 나면

풋풋한 땀 내에 지린내를 안을 녀석들.

하루를 충분히 산 녀석들만이 풍길 수 있는 냄새일 것입니다.

" 선생님~ 안개 뿌렸어요? "

대뜸 코 앞까지 다가서는 녀석이 말합니다.

" 어~ 아까 뿌렸다. "

고개를 끄떡이며 들어서는 녀석 뒤로

한 녀석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다가섭니다.

" 거~ 짓~ 말~. 선생님은 거짓말쟁이야~ "

" 뭐가? "

" 안개가 어딨어요? "

" 창고에 있어. 아침마다 가끔 뿌려~ "

태연하게 말하는 선생님 표정에

갑자기 자신감을 잃은 표정입니다.

" 진짜 있어요? "

" 그럼 가짜로 있는 것도 있냐? "

이쯤되면 선생님의 승리입니다.

뻔한 거짓말에 진짜로 속아 넘어갔습니다.

" 며칠 있다 또 뿌릴건데 그때 같이 뿌릴까? "

" 네! "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습니다.

" 애들아~ 선생님이.... "

맨발로 뛰어가는 녀석 뒤로

두 손을 합장합니다.

" 미안합니다~ "

가끔씩 황당한 거짓말을 할 때면

남모르게 하는 버릇입니다.

마음 친구 준영이가 옵니다.

유난히 동그란 두 눈이

동글 동글 굴러옵니다.

양 쪽 어깨에 가방 하나씩을 메고서.

비디오 카메라 가방 하나

도시락이 든 가방 하나.

" 그거 뭐냐? "

알면서도 묻습니다.

" 엄마가 줬어요. 찍어 오래요 "

" 그렇구나~ 알았다. 이따가 찍자 "

이제 한 밤 남았습니다.

내일이 지나면 준영이는 정말 마음친구가 됩니다.

준영이는 형과 엄마와 함께

아빠가 계시는 중국으로 이사를 갑니다.

" 사랑합니다~ "

마음친구 준영이를 꼬옥 껴안습니다.

가슴으로 마음에 꼬옥 묻습니다.

2.

다른 것과 구별짓기 위하여

다른 것과 다름을 알기 위하여

그리하여 다르게 일컬어지도록 하는 것을

'이름'이라고 합니다.

사물이나 동,식물은

고유한 이름으로도 여럿이 불리워지지만

유독 사람만은 사람이라는 공통된 이름 외에

나 만의 고유한 이름을 또 하나 갖고 있습니다.

사람 중에서도 구별짓기 위해

또는 다름을 알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름을 얻게 됩니다.

일제 강제점령기때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창씨개명을 요구받았습니다.

창씨개명이란

성씨를 창조하고, 이름을 바꾼다는 뜻으로

우리의 뿌리를 없애기 위해서

우리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하려고 썼던

일본의 식민정책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름이란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한 사람의 삶 뿐만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와 미래마져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곱 살 질경이 반 스물 한 명의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이름들이 있습니다.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불리워지던 이름 앞에

스스로에 의해 또는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만들어진 이름 하나를 덧붙인 것입니다.

새 이름은 질경이 반 모든 친구들과

선생님이 마음을 모아 만든 이름입니다.

새 이름은 나만 좋아서는 안 되며

나도 좋고 친구도 좋아야합니다.

새 이름은 그렇게 살기 위해 만든 이름입니다.

새 이름은 반드시 나눔이 되어야 함을 아이들도 압니다.

그 중 하나가 '마음친구 준영'입니다.

마음친구 준영이는 중국에 갈 예정입니다.

아빠가 일을 하시는 중국으로 이사를 갈 예정입니다.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과 선생님은 준영이를 마음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보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그래서 만들어진 이름이 '마음친구 준영'입니다.

이제 그 시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는 마음친구 준영이 엄마와 상담을 하였습니다.

" 이제 마음친구 준영이가 정말 마음친구 준영이가 되네요~

어제도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점심시간이면 오늘 오지 못한 친구를 위해 감사묵상을 할 것입니다.

다음 주 부터는 준영이를 위해

친구들이 항상 묵상을 할 것입니다.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마음친구 준영이도

맛있는 식사를 나눔이 되는 식사를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죠.

마음친구 준영이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도록.

그리고 가급적 편지도 자주 보내 주세요.

마음친구 준영이 마음 속에 친구들이 항상 있음을 잊지 않도록

친구들 마음 속에 마음친구 준영이가 언제나 친구로 살아있음을 느끼도록.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준영이는 정말 마음친구 준영이가 되는겁니다.

헤어짐은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

네모진 카메라에 마음친구 준영가 보입니다.

두 손을 들어 V 자를 그리며

얼굴 가득 웃음을 만듭니다.

입술을 씰룩거리며 쫑알쫑알 참새 마냥 말하고

두 팔을 흔들며 딱다구리처럼 떠들며 촐랑댑니다.

장난스런 표정과 행동에 친구들이 웃습니다.

친구들의 웃음도 함께 담습니다.

오늘 하루 모든 것이 담깁니다.

오늘 하루는 마음친구 준영이를 위한 하루였습니다.

질경이 반 스무 명의 친구들이

마음친구 준영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마음친구 준영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한 명의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단 한 명의 친구가 바로 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한 명의 사람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이가 사는 이유

삶은 최선을 다할 때 진정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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