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선생님~ 제가요~ 때렸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도 안해요! "
한 녀석이 울먹이며 옵니다.
" 아니에요. 미안하다고 할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 그냥 이르러 온거에요 "
뒤따라오던 녀석이 억울한 듯 말합니다.
" 어떻게 된건데? "
두 녀석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 앞에 있는데 발로 찼어요 "
" 아니에요. 그네 타다가 부딪힌거에요 "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하는 아이들.
선생님은 한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합니다.
" 기다리기~ "
두 녀석이 쳐다봅니다.
먼저 온 녀석에게 묻습니다.
" 앞에 있는데 친구가 발로 찼어? "
" 네 "
" 그래서 어떻게 했어? "
" 선생님한테 말했어요 "
" 그 친구한테 왜 그랬는지 물어봤어? "
" 아니요~ "
" 왜 안 물어봤어? "
" ..... "
" 친구가 왜 그랬는지는 선생님도 친구한테 물어봐야 알 수 있어.
선생님이 물어 봐 줄께. 친구를 왜 발로 찼어? "
나중에 온 녀석에게 묻습니다.
" 아니에요. 그네 타다가 부딪힌거에요 "
" 그네 타다가 부딪힌거라는데? "
" 아니에요. 발로 찬거에요 "
" 너는 일부러 발로 찬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꺼야.
하지만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일부러 발로 찬게 아니라
그네를 타다가 그만 부딪힌거라고 하네~ "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
" 미안하다고 해야해요 "
먼저 온 녀석이 말합니다.
" 미안하다고 할려고 했단 말야~ "
뒤늦게 온 녀석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잠깐만... 이 친구 이야기를 먼저 듣자.
친구가 일부러 발로 찬 것 같애? "
" 아니요~ "
" 너도 친구가 모르고 그렇게 한 것이라는 거 이제는 알지? "
" 네~ "
" 그럼 발로 찬 친구가 미안하다고 말할 시간을 줘야겠지.
조그만 더 기다렸으면 어쩌면 친구가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수도 있었겠네~ "
" 미안하다고 할려고 했어요 "
" 친구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했데. 어때? 지금이라도 사과를 받을래? "
" 네~ "
" 자~ 그럼 사과해~ "
" 미안해~ "
" 괜찮아~ "
두 녀석이 주고받습니다.
2.
한 녀석이 뛰어옵니다.
" 선생님~ 제가 제 어깨를 때렸어요 "
" 왜? "
" 몰라요 "
" 물어볼까? "
" 네~ "
어깨를 때렸다는 녀석을 부릅니다.
" 이 친구 어깨를 때렸니? "
" 아니요? "
" 아니라는데? "
" 아니에요. 때렸어요. "
"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 안 때렸어요 "
다시 묻습니다.
" 어떻게 때렸는데? "
" 이렇게 팔로 때렸어요 "
" 이렇게 팔로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 안 때렸어요 "
" 안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 뛰어오다가 여기를 팔로 때렸단 말이에요 "
" 뛰어오다가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안 그랬어요 "
" 안 그랬다는데? "
구경하던 한 녀석이 말합니다.
" 제가 제한테 부딪히는거 봤어요 "
" 저 친구가 봤데~ "
" ...... 정말 안 그랬는데... "
한 녀석은 때렸다고 하고
한 녀석은 전혀 그런적 없다고 하고
한 녀석은 부딪히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세 녀석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한 녀석이 뛰어갑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나 봅니다.
재미를 찾아 가는 녀석에게는 온통 재미 뿐입니다.
뛰어가다 다른 녀석이란 부딪힙니다.
재미에 빠진 녀석은 느끼지도 못하며 지나가고
갑자기 부딪힌 녀석은 친구에게 맞은 듯 아파하고
이를 또 다른 한 녀석이 지켜봅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나로부터 비롯된 일이라면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실수였든 우연이었든 고의였든 간에
나로부터 시작된 것은 나로부터 끝맺음을 해야합니다.
" 미안해~ "
사과하는 녀석의 얼굴이 밝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할 필요는 없어.
마음에서 나와야 진짜 사과거든~ "
" 제가 안 했단 말이에요~ "
사과하던 녀석이 울먹입니다.
" 그래~ 알아. 너는 그렇다는거~ "
세 녀석을 안으며 말합니다.
" 너희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놀다보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거든?
'미안해' 하기 전에' 괜찮아' 하기 전에 정말 미안한 일인지
정말 괜찮은 일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자~
선생님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냐~ 선생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많거든.
그래서 선생님도 배우는 중이야~ 그런데, 너희들은 어렸을 때부터 배우니
선생님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는 선생님보다 더 잘 해결할 수 있을꺼야~
지금은 잘 모르더라도 말야~ "
살다보면 부딪힐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찌해야할지 참으로 아리송한 일이 많습니다.
그럴때마다 칼로 무 자르듯 해결하려 한다면
막막한 상황일 경우 잘못 해결할 수 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 반드시 '사과'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반드시 '용서'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반드시 '사과'와 '용서'가
뱀의 머리와 꼬리처럼 함께 가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일에는 '사과'들만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일에는 '용서'들만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렵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일곱 살 녀석들의 이야기이지만
꼬맹이들만이 겪는 유치한 이야기는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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