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정리할 줄 모르는 녀석들은 잘 놀 수 없어요!
놀기 전에 나와 다른 친구들을 위해 잘 정리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해요! "
놀 때는 이리저리 헤집다가
정리할 때는 여기저기 삐죽거리기만 하는 녀석들 들으라
선생님이 한마디 합니다.
한 녀석이 오리입을 내밀며 말합니다.
" 어차피 난 이제 안 놀꺼니까~ "
어차피라~
일곱 살 녀석들이 잘 쓰는 말 중에
'어차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라는 말은
무슨 짓을 해도 내겐 아무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친구들이 이러거나 저러거나
나는 나대로 하겠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웠을까?
아이들이 왜 이런 말을 쓰게 되었을까?
궁금하여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 어차피라는 말은 언제 쓰는거야? "
" 몰라요~ "
" 모르는 말을 왜 써? "
" 그냥요~ "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2.
옛날 어느 마을에 젊은 머슴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머슴은 게을러 일 하기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주인 마님이 마당 좀 쓸라하니 마저못해 쓰는 척
하루종일 쓸어도 앞 마당 반도 쓸지 못합니다.
주인 마님이 기가 막혀 젊은 머슴을 꾸짖습니다.
" 네 이놈~ 그런 식으로 일을 할려거든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거라! "
주인 마님의 역정에
젊은 머슴은 쓸던 빗자루를 내동댕이치며 쏘아붙입니다.
" 어차피 나도 나갈려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네. 뭐~ "
젊은 머슴은 그 길로 집을 나섭니다.
짐이라고는 옷가지 몇 가지만 챙겨들고서
갈 길 없는 길을 터벅터벅 걷습니다.
하루종일 길을 걸으니 다리가 천근만근입니다.
어디 다리 좀 쉬어 갈 때 없나 찾던 머슴은
마침 우물가 옆 나무 그늘을 발견합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아픈 다리를 주무르는데
하늘에서 난데없는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나무 그늘이라 하더라도 굵은 소낙비는 피하지 못합니다.
" 에이~ 어차피 땀으로 젖었는데 뭐~ 이까짓 비 맞고 말지~ "
마침 다리도 쑤시겠다
입고 있는 옷도 땀에 절었겠다
젊은 머슴은 비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한참동안 그러고 앉아있자니
으스스 추위가 옵니다.
양 팔로 어깨를 감싸며 일어서려다가
" 에이~ 어차피 젖었는데 어디 간들 안 춥겠어? "
제자리에 다시금 주저 앉고 맙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은 점점 더 추워지는데
이상하게 잠이 솔솔 쏟아집니다.
' 이러다가 얼어죽는거 아냐? '
젊은 머슴은 정신을 차리려고 머리를 흔들다가도,
" 에이~ 어차피 한 번 사는 목숨~ 이러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 "
결국 그 젊은 머슴은
장대같이 퍼붓는 소낙비를 밤 새 맞고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게으름보다 더 무서운
'어차피'라는 무력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마져 버리고 만 것입니다.
3.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렇듯 기가 막힌 이야기가
종종 현실이 되곤 합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
자신을 진정 사랑하지 못함에서 비롯됩니다.
자기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는 마음
자기 자신을 온전히 알지 못함에서 비롯됩니다.
어차피 할 청소라면
이왕이면 신명나게 할 것이고
어차피 먹을 밥이라면
이왕이면 먹는 것에만 집중하여 맛있게 먹고
어차피 한 번 사는 오늘이라면
이왕이면 뒤돌아봐도 후회없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3.
피어나는 생명에게
햇볕 고운 말을 주어야겠습니다
" 어차피 나는 달리기를 못하는걸... "
" 어차피 나는 축구도 못하는데 뭐... "
스스로 자신을 못나다 하고
못난 자신을 인정하다 못해
포기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파릇파릇 새싹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피어나는 생명에게
햇볕 고운 말을 주어야겠습니다.
희망 가득한 내일을 보여줘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사는 어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하루를 살아
'어차피' 하며 한숨 쉬지 말고
' 그래도 나는! ' 하며 희망을 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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