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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유치한 이야기 2.


1.

" 선생님~ 제가요~ 때렸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도 안해요! "

한 녀석이 울먹이며 옵니다.

" 아니에요. 미안하다고 할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 그냥 이르러 온거에요 "

뒤따라오던 녀석이 억울한 듯 말합니다.

" 어떻게 된건데? "

두 녀석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 앞에 있는데 발로 찼어요 "

" 아니에요. 그네 타다가 부딪힌거에요 "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하는 아이들.

선생님은 한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합니다.

" 기다리기~ "

두 녀석이 쳐다봅니다.

먼저 온 녀석에게 묻습니다.

" 앞에 있는데 친구가 발로 찼어? "

" 네 "

" 그래서 어떻게 했어? "

" 선생님한테 말했어요 "

" 그 친구한테 왜 그랬는지 물어봤어? "

" 아니요~ "

" 왜 안 물어봤어? "

" ..... "

" 친구가 왜 그랬는지는 선생님도 친구한테 물어봐야 알 수 있어.

선생님이 물어 봐 줄께. 친구를 왜 발로 찼어? "

나중에 온 녀석에게 묻습니다.

" 아니에요. 그네 타다가 부딪힌거에요 "

" 그네 타다가 부딪힌거라는데? "

" 아니에요. 발로 찬거에요 "

" 너는 일부러 발로 찬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꺼야.

하지만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일부러 발로 찬게 아니라

그네를 타다가 그만 부딪힌거라고 하네~ "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

" 미안하다고 해야해요 "

먼저 온 녀석이 말합니다.

" 미안하다고 할려고 했단 말야~ "

뒤늦게 온 녀석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잠깐만... 이 친구 이야기를 먼저 듣자.

친구가 일부러 발로 찬 것 같애? "

" 아니요~ "

" 너도 친구가 모르고 그렇게 한 것이라는 거 이제는 알지? "

" 네~ "

" 그럼 발로 찬 친구가 미안하다고 말할 시간을 줘야겠지.

조그만 더 기다렸으면 어쩌면 친구가 미안하다고 사과했을 수도 있었겠네~ "

" 미안하다고 할려고 했어요 "

" 친구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했데. 어때? 지금이라도 사과를 받을래? "

" 네~ "

" 자~ 그럼 사과해~ "

" 미안해~ "

" 괜찮아~ "

두 녀석이 주고받습니다.

2.

한 녀석이 뛰어옵니다.

" 선생님~ 제가 제 어깨를 때렸어요 "

" 왜? "

" 몰라요 "

" 물어볼까? "

" 네~ "

어깨를 때렸다는 녀석을 부릅니다.

" 이 친구 어깨를 때렸니? "

" 아니요? "

" 아니라는데? "

" 아니에요. 때렸어요. "

"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 안 때렸어요 "

다시 묻습니다.

" 어떻게 때렸는데? "

" 이렇게 팔로 때렸어요 "

" 이렇게 팔로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 안 때렸어요 "

" 안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 뛰어오다가 여기를 팔로 때렸단 말이에요 "

" 뛰어오다가 때렸다는데? "

" 아니에요...안 그랬어요 "

" 안 그랬다는데? "

구경하던 한 녀석이 말합니다.

" 제가 제한테 부딪히는거 봤어요 "

" 저 친구가 봤데~ "

" ...... 정말 안 그랬는데... "

한 녀석은 때렸다고 하고

한 녀석은 전혀 그런적 없다고 하고

한 녀석은 부딪히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세 녀석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한 녀석이 뛰어갑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나 봅니다.

재미를 찾아 가는 녀석에게는 온통 재미 뿐입니다.

뛰어가다 다른 녀석이란 부딪힙니다.

재미에 빠진 녀석은 느끼지도 못하며 지나가고

갑자기 부딪힌 녀석은 친구에게 맞은 듯 아파하고

이를 또 다른 한 녀석이 지켜봅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나로부터 비롯된 일이라면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실수였든 우연이었든 고의였든 간에

나로부터 시작된 것은 나로부터 끝맺음을 해야합니다.

" 미안해~ "

사과하는 녀석의 얼굴이 밝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할 필요는 없어.

마음에서 나와야 진짜 사과거든~ "

" 제가 안 했단 말이에요~ "

사과하던 녀석이 울먹입니다.

" 그래~ 알아. 너는 그렇다는거~ "

세 녀석을 안으며 말합니다.

" 너희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놀다보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거든?

'미안해' 하기 전에' 괜찮아' 하기 전에 정말 미안한 일인지

정말 괜찮은 일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자~

선생님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냐~ 선생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많거든.

그래서 선생님도 배우는 중이야~ 그런데, 너희들은 어렸을 때부터 배우니

선생님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는 선생님보다 더 잘 해결할 수 있을꺼야~

지금은 잘 모르더라도 말야~ "

살다보면 부딪힐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찌해야할지 참으로 아리송한 일이 많습니다.

그럴때마다 칼로 무 자르듯 해결하려 한다면

막막한 상황일 경우 잘못 해결할 수 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 반드시 '사과'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반드시 '용서'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반드시 '사과'와 '용서'가

뱀의 머리와 꼬리처럼 함께 가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일에는 '사과'들만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일에는 '용서'들만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렵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일곱 살 녀석들의 이야기이지만

꼬맹이들만이 겪는 유치한 이야기는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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