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날개 세 개
제자리를 돌기만 하는데
그 사이로 바람이 인다.
뜨거운 바람이.
한 여름 밤에는 입김마저 뜨겁다.
선풍기에는 온도계가 없다.
한 여름에는 뜨거운 바람이 이는 데도
두꺼운 국어 사전에는 온풍기라는 말이 없다.
두꺼운 국어 사전에는 냉풍기라는 말도 없다.
오로지 입을 통해 뜨거운 바람을 뱉는
환풍기만 있고
이를 다시 또 다른 뜨거운 바람으로 바꿔주는
송풍기만 있다.
한 여름 밤에는 국어사전마저 뜨겁다.
한 여름에는 자리찾기도 힘들다.
이 책 저 책 들추어 내듯이
몸 구석 구석
마음에 통 내키지 않기에
이리 저리 몸을 굴려본다.
책을 뒤척이듯
몸도 마음도 뒤척인다.
더위에 힘든 벌레 하나가 엉기고 있다.
벌레 덕에 감정과 기운도 함께 엉긴다.
천정이 배 위에 있다.
뜨거운 천정이.
한 여름 밤에는 졸음도 후터분하다.
끈적이는 졸음에 끄트머리 잡고 선 글도
졸음(拙吟)이다.
졸음(拙吟)- 잘 짓지 못한 시.
선풍기 날개가 돈다.
날개가 돌며 날개 도는 소리를 낸다.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머리 속을 뱅글뱅글
소리마저 돈다.
돌다보면 제자리로 오겠지.
돌다보면 제자리로 가겠지.
돌다보면 더위도 돌아갈 날 있겠지.
..........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지요?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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