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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생활 나눔

아이들이 말합니다.

" 선생님! 제가 나보고 놀렸어요 "

" 제가 내 숟가락 통 던졌어요 "

" 제 정리 안 해요 "

" 제가 나 때렸어요 "

어떤 녀석은 이야기마저 꿀꺽 삼키고

눈물만 찔끔거리고 있습니다.

눈물을 조금 나눠 갖으면

이 녀석 역시 친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닙니다.

때린 녀석이 달라지고

맞는 녀석이 달라지고

놀리는 녀석이 달라지고

숟가락 통 던지는 녀석은 달라져도

이와 같은 일은 여지없이 오늘도 일어납니다.

놀린 녀석을 부르고

숟가락 통 던진 녀석을 부르고

정리 안 한 녀석을 부르고

때린 녀석을 부른 후에

왜 놀렸느냐

왜 던졌느냐

왜 정리 안 했느냐

왜 때렸느냐 물으면

또 다른 '○○ 때문'이 나옵니다.

또 다른 '때문'을 따라

어떨 때는 한 걸음, 어떨 때는 열 걸음만큼 걷다보면

비로소 실제 이유를 만나게 되는데

우습게도 본래 이유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제 모습을 제가 보지 못하기에

남 보기를 자기 보듯 못하여 생기는 일들 투성입니다.

내 방에 커다란 거울 하나 있습니다.

제 생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거울이라는 놈이 처음 나왔을 때 어땠을까

생각 해 봅니다.

참으로 두려웠을 것입니다.

제 생긴 모습을

제 눈으로 보지 못하다가 보게 되었으니

그 놀람이야 어디 짐작을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그 모습이 제 모습이라고 믿기까지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생겼겠지요.

물론 이 것 저 것

맑은 물에 얼굴 비추듯 비춰보면

스스로 알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 모습이 제 모습이라 충분히 믿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 이 모습이 바로 당신입니다."

하는.

다시금 거울을 봅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내 모습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나' 를 나타내는 최소한의 '나' 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거울은 진정 나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 나 ' 란 무엇인가?

일생을 다해도

답을 얻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 나 ' 를 찾는 시도마저 하지 않는다면

나는 거울이란 물건 속에서

또는 다른 사람들 눈 속에서

영영 빠져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 거울 속에 갇혀 있습니다.

거울이라는 물건 속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 속에.

내 눈을 통해 나를 보지 못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과 생각만을 의식하고

그 눈에 비춰지는 모습에만 메 달려 있습니다.

나는 나를 알고 싶습니다.

진정 나로부터 자유롭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나를 진정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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