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봉샘의 성장통

선생님의 여자 친구


“ 사랑합니다!! "

현관을 들어서는 녀석들을 힘껏 안습니다.

품에 들어 선 녀석들이 묻습니다.

" 선생님~ 좋은 일 있어요? "

" 응~ "

" 뭔데요? "

" 그건... 쉿~ 비밀이야~ 흐흐... "

" 가르쳐 줘요~ "

" 비밀이래두~ "

" 가르쳐 줘요~ 가르쳐 줘요~ "

오늘따라 웃음방울이 더욱 큰 선생님.

선생님 비밀이 뭘까...

궁금보가 커지는 아이들이

선생님 바지단을 잡고 매달립니다.

" 싫어~ 싫어~ 비밀이야~ "

" 가르쳐 줘요~ 가르쳐 줘요~ "

" 비밀인데 어떻게 가르쳐 주냐! "

" 나한테만 살짝 가르쳐 줘요~ "

" 그럼 비밀이 아니게? "

" 안 가르쳐 주면 나 내일부터 풀씨 학교 안 올꺼야~ "

" 잉? 이 녀석이 선생님한테 협박을 하네? "

" 그러니까 가르쳐 줘요~ 네? "

" 음... 좋아~ 그럼 너만 살짝 들어.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구? "

" 네~ 히히 "

사실 정말 비밀이었다면

아이들에게는 절대 말해서는 안됩니다.

꾹 참으며 비밀을 지킬만큼

입이 작은 녀석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밀이라고 동네방네 떠 들고 다니는 선생님처럼 말입니다.

녀석 귀에 입만 살짝 붙여

가만히 속삭입니다.

" 비밀이 뭐냐면... 선생님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어~ "

녀석의 얼굴이 활짝 펴집니다.

" 정말이요? "

" 그래~ 그러니까.. 이건 절대 비밀~ 알았지? "

" 네~ 알았어요... 히히 "

비밀 이야기를 들은 녀석은

구멍 난 풍선처럼

교실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며 떠들어 댑니다.

" 나는 선생님 비밀 이야기 들었다! "

이런~

아이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듭니다.

" 나도 말해 줘요. 비밀 이야기! "

" 어~ 비밀인데~ "

" 근데~ 제 한테는 왜 말해줬어요! "

" 그건... "

" 그러니까 나도 가르쳐 줘요. "

아이들이 차별한다는 눈으로

선생님을 저울대 위에 앉힙니다.

" 알았어~ 그럼... 한 사람씩 와라~ 비밀이니까... "

전혀 비밀 이야기가 아닙니다.

말만 그렇지...

그래도 이야기를 들은 모든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비밀을 지키는 모습을 단 한 사람한테라도 지키기 위해서.

" 너도 비밀 이야기 들었어? "

" 응~ 들었어. 그런데, 말하면 안 되지? "

" 응~ 그래~ "

" 푸하하하~ "

웃음을 참지 못하는 선생님이

배를 잡고 웃습니다.

" 왜 웃어요? "

" 아니~ 아니야~ 갑자기 배가 아파서~ "

" 배 아픈데 왜 웃어요? "

" 그러게? 배 아픈데 왜 웃음이 나지? 으흐흐..."

비밀 이야기는

풀씨 학교 버스를 타고

아이들 작은 걸음 속에 숨었다가

집집마다 들어 선 녀석들의 작은 입을 통해

" 쉿~ 이건 우리 선생님이 비밀이라고 한건데... "

엄마, 아빠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이들이 집에 가기가 무섭게

핸드폰으로 문자들이 날아듭니다.

" 선생님~ 축하해요~ 잘 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

유치원 생 언어전달 하듯

초등학생 알림장 적어 가듯

집으로 가져 간 비밀 이야기는

오히려 더 큰 날개와 목소리를 달고

여기 저기 날아다닙니다.

" 선생님~ 좀 진득하게 하면 안 되요? 애들처럼 그러면 어떻해요? "

" 난 연애에는 아직 애야~ "

핀잔주는 선생님들 말에도

마냥 좋기만한 선생님!

다음 날입니다.

" 선생님~ 뭐 하세요? "

" 응~ 여자 친구에게 동영상을 보낼까 해서... "

" 동영상이 뭐에요? "

" 응~ 비디오처럼 찍어서 문자처럼 여자 친구 핸드폰으로 보내는거야~ "

" 그럼 나 찍어줘요~ "

" 정말? 그럼 도와줄래? "

" 네! "

무지개 승하, 친절한 효민이, 친구 사랑 가현이가

핸드폰 작은 구멍 속으로 들어옵니다.

" 선생님 여자 친구가 된 것을 축하해요~ "

" 컷! 좋았어~ "

" 나도 할래요~ "

나무 블럭 놀이를 하던 이야기 준형이가 다가옵니다.

" 그래~ 좋아~ "

갑자기 얌전해진 이야기 준형이~

귀여운 목소리로 부끄러운 듯 입을 모아 말합니다.

" 선생님 여자 친구 보고 싶어요~ "

" 컷~ 좋았어~ "

" 자~ 이제 보낸다~ "

" 그렇게 하면 여자 친구 핸드폰으로 가는거에요? "

" 그럼~ 그럼~ "

선생님은 동영상을 받고 기뻐 할

여자 친구 얼굴을 떠 올리며

연신 싱글벙글입니다.

선생님 눈에 비친 행복을 보며

아이들도 함께 행복탕에 빠집니다.

또 다시 하루가 지납니다.

" 선생님~ 오늘 마술 선물 뭐에요? "

" 음~ 오늘은 너희들이 아니라 선생님 여자 친구한테 줄 선물인데..."

" 뭔데요! 보여줘요~ "

선생님 손에 작고 빨간 스펀지 공이 있습니다.

" 그거 줄 꺼에요? "

" 아니~ 잘 봐~ 여기 빨갛고 작은 스펀지 공이 있지~ 이 스펀지 공을 이 손에서 이 손으로 살짝 건넨 다음 손을 비비면 짠! "

" 아! 목걸이다~ "

" 그래~ 목걸이가 만들어졌지~ 돌고래 목걸이! 그런데, 선생님 여자 친구가 이 선물 받으면 좋아할까? "

" 네~ 좋아할 것 같아요. 마술로 하면 더 좋아할꺼에요~ "

" 정말? "

" 네~ "

"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볼께~ 화이팅~ "

" 화이팅! "

또 하루가 지납니다.

" 선생님~ 여자 친구한테 돌고래 목걸이 줬어요? "

" 응~ 줬어~ "

" 좋아했어요? "

" 무지 무지 좋아했어~ 이렇게 놀라면서, 어머~ 내가 돌고래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하는거야~ "

" 히히히~ "

" 우헤헤~ "

그로부터 며칠동안

아이들은 선생님을 만나면

여자 친구 안부를 묻곤 합니다.

선생님이 웃으면 여자 친구 생각하냐고 묻고

선생님이 핸드폰을 만지기만 하며

여자 친구한테 문자 보내냐고 묻습니다.

" 아냐~ 이 녀석아~ 너희 엄마가 너 다른 곳에서 내려 달라고 온 거야~ "

여자 친구 이야기가 시작된지

열흘 하고도 사흘이 지납니다.

오늘은 나들이를 가는 날입니다.

광명에 세 개 뿐인 산 중 하나 인

도덕산 등반을 하는 날 입니다.

도덕산 오른 쪽 옆구리에서

왼 쪽 옆구리까지

폴짝 폴짝 뛰어 넘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 얼굴이 어둡습니다.

손 붙잡고 함께 가는 녀석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습니다.

" 선생님~ 슬퍼요? "

" 응~ "

" 왜요~ "

" 비밀이야~ "

" 해 줘요~ "

" 싫어~ 오늘은 슬픈 비밀 이야기야~ "

" 슬퍼요? 왜요? "

" 비밀이래두~ "

" 나 한테만 말해 줘요~ "

상담사가 따로 없습니다.

" 선생님 여자 친구가 그만 만나재~ "

" 왜요~ "

" 선생님은 여자 친구를 산 만큼 좋아하는데 여자 친구는 선생님을 나무만큼만 좋아한대.

그래서... "

이 녀석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알까...

하려던 말을 슬쩍 넘겨 버립니다.

" 그래서 슬퍼요? "

" 그래~ "

친구사랑 가현이가 좋은 방법이라고 말 해 줍니다.

" 그럼~ 꽃 들고 방울 토마토같은 과일 사 갖고 집으로 가요~ "

" 집으로 가면 싫어 할꺼야~ "

" 이제 겨울이니까 장갑 같은 거 사 갖고 집에 가요~ "

친절한 효민이가 덧붙입니다.

" 집으로 찾아가면 싫어 할꺼야~ "

친구 사랑 가현이가 한심한 듯 말합니다.

" 선생님은 우리보고는 용기를 가지라고 하면서 선생님은 용기가 없어요? "

걸음을 멈춥니다.

친구사랑 가현이 얼굴을 바라봅니다.

' 녀석... 언제 이렇게 컸지? '

선생님 마음에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 고마워~ 선생님이 용기를 가지고 그렇게 해 볼께... 그래서, 월요일에 다시 얘기 해 줄께.. "

" 네~ "

맞 잡은 손을 꼬옥 잡습니다.

나는 이 녀석들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또 나의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아니 생겼었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여자 친구는

그 전부터 항상 있어 왔습니다.

여자 친구 뿐만 아니라

딸도 되었다 아들도 되었다

남자 친구도 되었다 엄마도 되었다 하는.

카멜레온은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변화 시키지만

이 녀석들은 사랑하는 사랑 마음 따라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참 좋은 녀석들...

이 녀석들 선생님인 나는,

과연 이 녀석들에게

아빠이고 엄마이고 친구이고 하였던가...

단지 개구쟁이 달봉이 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가...

참 좋은 녀석들을 만나

참으로 행복한 선생님입니다.

나는 참 복 많은 선생님입니다.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마차  (0) 2010.05.05
보물 찾기  (0) 2010.05.05
사랑에 빠진 달봉이  (0) 2010.05.05
아침 참새  (0) 2010.05.05
은행 잎이 구릅니다.  (0) 2010.05.05
생활 나눔  (0) 2010.05.05
선생님 뽑기  (0) 2010.05.05
약속  (0) 2010.05.05
향수  (0) 2010.05.05
달봉이는 살아있다!  (0)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