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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보물 찾기


" 자~ 오늘은 보물찾기를 합니다~ "

" 어떻게 하는 건데요? "

" 뭐가 보물인데요? "

레이저 광선이라도 쏠 듯한 눈들이

선생님 얼굴로 모여듭니다.

" 어제 있었던 일이에요~ 사랑하는 세연이 이야기인데요~ 세연이는 맨발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잖아요.그런데 밖에서도 맨발로 자꾸 다녀서 선생님이 발 다칠까 봐 신발 신고 다니라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골이나서 신발을 들고 나갔는데 어딘가에 숨겼나봐요. 집에 갈 때 찾아 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는거에요~ 그래서 오늘 보물찾기는 짜자잔~ 세연이 신발찾기에요~ "

" 에이~ 시시해~ "

" 아참, 그리고 사랑하는 세연이 신발을 찾아주는 친구에게는 선생님이 선물을 하나 준비 했어요. 마술 도구 선물이에요~ 바로 이거에요. 자~ 이 마술은 어떻게 하는 거냐면~ ..."

마술을 보여줍니다.

동그란 고리를 하나 꺼내서

바닥에 내려 놓고

고리 속에 동전 하나를 넣습니다.

고리 위에 종이를 덮은 후에

손가락을 한 번 탁~ 튕깁니다.

그리고선 종이를 살짝 드니

어? 동전이 사라졌네?

다시 종이를 덮고

손가락을 탁~ 튕깁니다.

종이를 살짝 드니

어? 동전이 다시 나타났네?

" 우와~ 그거 어떻게 하는거에요? "

아이들이 덤벼들 기세로 일어섭니다.

" 잠깐 잠깐! 이건 선물이에요~ 선물 받을 친구에게만 알려 줄 꺼에요.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일제히 문으로 내달립니다.

" 잠깐 잠깐!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요. 신발을 찾은 친구는 꼭 선생님에게 가져와야 해요. 알았죠? "

스스로 민재가 벌떡 일어서며 말합니다.

" 그런데, 한 짝씩 찾으면 어떻해요? "

" 음... 그러면 두 친구가 서로 의논해서 결정해야죠. 선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 못 찾으면요? "

" 못 찾으면 찾을 때까지 이 선물은 선생님이 잘 보관하고 있을께요 "

" 이제 가도 되요? "

" 네~ 시~ 작! "

후다닥닥 뛰어 가는 녀석들입니다.

마치 신발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침대에 엎드려 놀고 있는

사랑하는 세연이를 일으켜 함께 나섭니다.

오늘도 볕이 참 좋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쪼그려 앉아

꾸뻑꾸뻑 졸아도 마냥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선생님~ 어느 쪽으로 가야 되요? "

" 그건 선생님도 몰라요. 세연이만 알고 있으니까... "

" 세연이가 말 안 해 줘요? "

" 네~ "

" 야! 우리는 축구장으로 가 보자~ "

" 맞아! 세연이가 어제 축구장에서 놀았어. "

" 그래. 맞아. "

몇몇 녀석이 축구장으로 달려 갑니다.

" 선생님! 세연이가 볍씨 쪽으로도 가요? "

" 맞아~ 세연이가 볍씨에서 노는 것도 봤어. "

" 나는 볍씨 쪽으로 가야지~ "

버스 밑을 보는 녀석

화단을 살피는 녀석

밭으로 뛰어 가는 녀석

모두가 보물찾기에 바쁩니다.

" 저쪽으로 가보자~ "

" 아냐~ 세연이는 강아지 무서워해서 그쪽으로는 안 가! "

웃음이 납니다.

세연이에게는 관심없는 듯 보이던 녀석들도

세연이에 대해서 참 많이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녀석들이 참 좋습니다.

" 선생님은 여기 계단에 앉아 있을께요."

" 왜요? "

" 선생님이 찾으면 선생님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줘야 하니까. "

" 알았어요. 선생님은 거기 있어요. "

" 그래요~ 찾으면 말 해 줘요. "

마침, 친절한 효민이와 친구사랑 가현이가 지나갑니다.

" 친절한 효민이하고 친구사랑 가현이는 선생님하고 얘기 좀 해요~ "

" 무슨 얘기요! "

볼멘 목소리를 내는 가현이입니다.

아마도 그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 선생님이 약속했던 이야기를 해 줄려구요~ 선생님 여자 친구 이야기~ "

" 어제 했잖아요! "

가현이가 계속 퉁퉁거립니다.

" 어제는 효민이가 안 와서 끝까지 안 해 줬잖아요. 선생님은 얘기하고 싶은데 얘기 듣기 싫어요? "

" 나 지금 화 났다구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다구요. "

" 듣고 싶지 않으면 안 들어도 되요. 선생님이 해 주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니까."

심통을 부리면서도 가현이는 다른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 나도 들을래요~ "

무지개 승하도 다가옵니다.

" 그래요~ 그럼 얘기 해 줄께요. 금요일 나들이 때 효민이하고 가현이가 선생님에게 용기를 줘서 선생님이 다시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저녁 때 집에 가서 넥타이 메고 양복 입고 장미 꽃 한 송이를 사 가지고 여자 친구 집 앞으로 갔어요. 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꼭 나오세요 하고 문자를 보낸 다음 아파트 앞 공원에서 기다렸어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거에요. 시간이 12시가 다 되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꽃이랑 편지랑 집 앞에 붙여 놓고 왔어요. 그런데, 집에 오니까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는거에요. 그렇게 하지 말라구요. 부담스럽다구요. "

" 부담스러운게 뭐에요? "

" 부담스럽다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친구나 조금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많이 좋아할 때 생기는 마음이에요. 나는 잘 해 줄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게 싫은거에요. 그런 마음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 네~ "

" 왜 꽃을 사 갖고 갔어요! "

가현이가 나무라듯 말합니다.

" 그때 가현이가 꽃이랑 방울토마토랑 사 가지고 가라고 했잖아요? "

" 내가 언제 그랬어요! "

가현이가 골이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 선생님은 너희들하고 약속한 것도 있고 또 그렇게 해 보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에요. 그런데, 한 번 하고 나니까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

" 무슨 생각이요? "

"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면 안 된다는거요.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요. "

아이들이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 너희들도 그럴 때 있잖아요. 나는 그 친구가 좋아서 하는데 그 친구는 싫어할 때! 그래서 다시 안 하기로 했어요. 그 사람이 원하는대로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선생님이 정말 용기를 다시 얻었으니까! "

친절한 효민이가 쑥쓰러운 듯 웃습니다.

친구사랑 가현이도 기분이 풀어졌는지

더이상 툴툴거리지 않습니다.

" 선생님!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선생님도 같이 찾아요! "

살아있는 재용이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옵니다.

" 그래요~ 같이 가요~ "

" 선생님~ 세연이 따라 가 봐요. 그럼 신발 숨긴데로 갈 수도 있잖아요. "

"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그럼 지금부터... 우리는 세연이 그림자다! "

서른하고도 여섯이나 먹은 선생님.

아이들하고만 지내다 보니

여자 어른 사귀는 것이 참으로 서툽니다.

좋으면 좋다하고

싫으면 싫다하고

좋다가도 금방 싫어지고

슬프다가도 금방 행복해지는 아이들처럼

선생님도 그렇답니다.

나 좋으면 다 좋은 줄 알고

나 싫으면 다 싫은 줄 알고

어찌보면 단순하고 바보스럽고

어찌보면 미련하고 천진난만하고

어찌보면 이기적인,

어쩌겠어요~

지금 내 모습이 이럴 걸~

하지만 오늘도 다시 하나 배웠답니다.

이런 나 자신을 제일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는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앎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 메어 못 쓴다는 것을.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세연이 신발처럼

이런 나를 좋아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볕 좋은 가을 날에

행복한 해바라기의 부끄러운 보물찾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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