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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가을 마차


땡땡~ 땡땡~

" 마차 탈 사람 모여라~ "

종을 치며 아이들을 모읍니다.

오늘은 통합수업 하는 날!

반도 없고 나이도 없는 날..

가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놀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날입니다.

한쪽에서는 바느질을 한다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앉아 있고

또 한쪽에서는 손에 황토를 묻혀가며

찰흙놀이를 합니다.

나뭇잎을 주워 온 아이들은

나뭇잎 위에 종이를 대고

열심히 연필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얀 종이 위로 검은 무늬의 나뭇잎이 만들어집니다.

낙엽 길이 만들어진 길 한 복판에서는

덕지덕지 수레 위에 앉을 자리를 만든

마차가 굴러갑니다.

말만 마차이지 말이 아닌 사람이 끄는 인력거입니다.

힘쓰는 일은 당연 하나밖에 없는 남자 선생님 몫이라

바지를 걷어붙이고 힘 쓸 준비를 합니다.

교실 여기저기서 나온 아이들이

마차 정거장에 지렁이 기차를 만듭니다.

" 자~ 다섯 명씩 타세요~ 차레 차레~ "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하며

타자마자 한마디씩 합니다.

" 출발! "

" 가자! "

" 이랴~ ! "

이랴? 말이 된 기분입니다.

" 자~ 넘어지지 않게 잘 잡고 앉으세요. 출발합니다.! "

출발하자마자 한 녀석이 마차를 막고 섭니다.

" 왜? "

" 주차권 주세요! "

" 주차권? "

어디서 보긴 많이 본 모양입니다.

" 주차권 없는데? "

손에 쥐고 있던 돌멩이를 쑥- 내미는 녀석.

" 이걸로 하세요. "

" 알았어요. 이따가 올 때 줄께요~ "

세 걸음 정도 가니 또 한 녀석이 막고 섭니다.

" 왜? "

" 주차꽁! "

" 주차꽁? "

발음도 시원찮은 다섯 살 녀석입니다.

" 주차꽁 없는데? "

손에 쥐여지지도 않는 큰돌을 내미는 녀석.

" 주차꽁이 이렇게 커? "

" 응! 이따 올 때 줘! "

" 알았어~ "

다시금 출발합니다.

마차 앞에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선 아이들~

" 너희들 뭐에요? "

" 주차권!!"

" 무슨 주차권을 이렇게 많이 받아요? 마차가 갈 수가 없잖아요. 조금만 받아요! "

" 알았어요~ "

순순히 물러서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래도 꼭 받아야 한다고 버티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호주머니에 돌멩이가 가득합니다.

마차에 실린 아이들보다

호주머니에 든 돌멩이가 더 무겁습니다.

" 어디까지 갈까요? "

" 약수터! "

" 약수터는 너무 멀어서 못 가요.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어서. "

" 그럼~ 신호등! "

" 신호등? 좋아요. 그럼 신호등까지~ "

드륵드륵드륵~

바퀴 살이 보이도록 천천히 갑니다.

" 빨리가요~ "

" 안돼요! "

" 왜요? "

" 이건 느림보 마차거든요. "

" 그럼~ 달봉이 얘기 해 줘요. "

" 달봉이 얘기? 달봉이 얘기 듣고 싶어요? "

" 네~ "

" 알았어요. 그럼 달봉이 얘기 시작~ 달봉이가 길을 가는데... "

재활용 센터 옆을 지나자

수염인지 머리칼인지 눈과 입을 가린

조그만 강아지가 짖어댑니다.

" 선생님~ 강아지가 짖어요~ "

" 아니에요~ 노래하는 거에요 "

" 노래하는 거라구요? "

" 네~ 저 강아지는 노래하는 강아지거든요. "

" 웃기다. 노래하는 강아지래~ "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고

세 바퀴 돌고,

같은 길을 왔다~ 갔다, 갔다~ 왔다

천천히 걷는 길도

계속 말하며 한참을 걸으니

숨이 턱에 걸립니다.

" 에구~ 힘들다! "

" 힘들어요? "

" 네! "

" 힘내라~ 힘내라~ 힘나요? "

" 네! 힘나요! "

힘은 안 나고 웃음만 납니다.

" 우리가 도와줄께요! "

몇 녀석이 수레를 둘러쌉니다.

한 쪽씩 잡고 수레를 밀어줍니다.

" 이야~ 수레가 가벼워진 것 같아요~ "

" 그렇죠? 우리가 힘이 세거든요~ "

" 고마워요~ "

신이 난 녀석들이 더욱 힘차게 발을 딪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하나, 둘 밀던 녀석들이

수레에 걸쳐 타기 시작합니다.

" 악~ 더 무거워졌어요!! 도와주는 거 에요? 방해하는 거 에요? "

" 도와주는 건데요? "

히유~ 6인 승 마차가 10인 승 마차가 됩니다.

배에서 꼬르륵~

밥 먹을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립니다.

" 야호~ 밥 먹을 시간입니다~ "

" 벌써 요? 더 타면 안돼요? "

" 말이 배고프데요. 말도 밥을 먹어야 힘이 나지요~ "

" 알았어요~ "

대롱대롱 가지에 달린 단풍들과

바삭바삭 밟히는 소리가 좋은 낙엽들과

우히히히~ 웃음소리가 밝은 아이들과 함께

오늘은 가을 마차를 타고 놀았습니다.

가을을 타고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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