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길동에 회관이 생긴지 얼마 후에
조그만 종이 상자에 담겨 온
강아지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흰 눈처럼 새 하얗고 두 눈이 똘망한 강아지 한 마리와
돼지새끼 한 마리!
그런데 가만히 보니 돼지새끼가 아닙니다.
포동포동 살찌고 코가 들린 것을 봐서는
흡사 돼지 새끼인데
색깔이 얼룩덜룩하고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것이
강아지 같기도 합니다.
아니, 강아지였습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어찌 이렇게 다른 놈이 나올 수 있을까
참으로 신기하게 바라보았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더욱 가관입니다.
다른 녀석은 만져주면
고개를 치켜들고 꼬리를 흔드는데
요 녀석은 등 대고 누워 하늘보고 웃습니다.
그리하여 돼지 같은 이 녀석 이름이
하늘이가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회관 안에서도 살고
맛있는 고기에 참치 캔만 먹으며
컹 컹 양반처럼 짖던 시절도 있었지만
옥길동 마당을 내 집처럼
뛰고 넘어지고 살던 때도 있었지만
함께 온 흰 강아지 ' 바다'가
홍역 걸려 죽은 다음에
희한하다 귀엽다 만져주던 아이 손
콱 물어 엉엉 눈물나게 혼난 뒤로는
가다가 걸리고 뛰다가 넘어지는 쇠줄에 묶여
그렇게 그렇게 살게 되었답니다.
무서우면 무섭다 으르렁대다 혼나고
반가우면 반갑다 컹컹 짖다 혼나기만 하던 하늘이.
다섯 살 꼬맹이들이 여덟 살 형아 되고
여덟 살 형아들이 다시금 다섯 살 꼬맹이로 줄어
다시금 봄이 오듯 시작되던 날들에도
언제나 옥길동 하늘아래 살던 하늘이.
그 하늘이가 영영 하늘이 되어 버렸습니다.
" 선생님~ 하늘이 왜 죽었어요? "
" 글쎄... 선생님도 잘 모르겠어요. 병이 걸려 죽은 것 같기도 하고 늙어서 죽은 것 같기도 한데... 어제까지 건강했으니 병에 걸려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하늘이가 하늘이 되고 싶어서 그랬나 보다 생각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
옥길동 터주대감이 죽자
풀씨 학교 뿐만 아니라
초등 아이들 볍씨 학교 아이들과
7학년인 살림 반 아이들까지 들썩거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늘이를 묻습니다.
일곱 살 아이들이 땅을 파고
선생님은 고운 천으로 하늘이 몸을 감싸줍니다.
하늘이 누운 땅에 예쁜 가을 잎들을 깔아주고
하늘이 고운 옷 위로 하늘이 밟고 살던 흙을 덮어줍니다.
하늘이 무덤 가에 작은 조약돌이 쌓이고 쌓여
하늘이 하늘가는 길에 무지개 다리를 놓아줍니다.
" 하늘아~ 하늘 나라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
나뭇가지로 엇대고
노란 고무줄로 엮은
작은 십자가 하나가
하늘아래 흙이 되는 하늘이 자리가 됩니다.
작은 강아지
한 생명이
오늘 또 하나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하늘이 살았을 때
하늘이 옮겨 놓은 글 있어
하늘이 있는 하늘로 날려보냅니다.
① 하늘이를 소개합니다!!(2001년 5월)
하늘이!!
하늘이는 이제 3살 된 개입니다.
목욕한지가 오래 되어서 털 색깔이 흙 색깔입니다.
하늘이는 선생님을 보면 하늘을 보고 눕습니다.
배를 만져달라고 하는 신호입니다.
배를 만져주면 가만히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래서, 이름이 하늘입니다.
선생님이 밥을 주면 좋아서 똥을 쌉니다.
그래서 똥개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똥개인 하늘이가 좋습니다.
옥길동에 오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이 하늘이 입니다.
다른 사람이 오면 무섭게 짖다가도
선생님이 오면
달도 잠자는 컴컴한 밤인데도 꼬리를 흔듭니다.
하늘이는 똥개지만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친구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하늘이는 비겁합니다.
어린이 친구나 할아버지에게는
무서운 호랑이로 변합니다.
물기도 합니다. 할퀴기도 합니다.
선생님에게 매일 혼나지만
하늘이는 잘 모릅니다.
하늘이가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돔물 병원에 데려 갔습니다.
너무 너무 무서워서 침을 계속 흘렸습니다.
선생님이 하늘이 침으로 목욕을 하였습니다.
겁이 많고 약한 사람에게는 호랑이가 되는 하늘이지만
언제나 생각나는 옥길동 친구입니다.
② 하늘이 형 바다의 죽음! (2003년 6월)
'바다'가 죽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비실비실 잘 먹지도 않더니
잘 걷지도 않더니 계속 앉아만 있더니
며칠동안 설사를 하며 기운을 못 차리더니
결국에는 다리를 떨며 온 몸을 떨며 경련을 일으키더니
부리나케 달려 간 동물병원에서 커다란 주사를 맞고도 기운을 못 차리더니
아프다고 아프다고 소리치며
점 점 얼굴이 야위어 가더니
일요일 저녁에는 하얀 침을 뱉어내며
그렇게 그렇게 쳐다보더니
그래도 주인이라고
힘없는 몸뚱아리로 꼬리를 연신 흔들더니
월요일 새벽에 조용히 죽었습니다.
바다는 홍역이라는 병이 데려 갔습니다.
삽 한자루 들고나섭니다.
하늘이가 따라 섭니다.
오늘도 햇님은 동그랗게 떠올라
가만히 바라보는데
희망이는 말이 없고
하늘이도 말이 없고
쌓이는 흙무덤만 바라봅니다.
바다를 묻습니다.
바다가 좋아하던 방석과 함께
바다가 아파하던 시간과 함께
삽 한자루에 한 무더기 흙더미에 그렇게 묻습니다.
무덤 주위로 작은 돌멩이들을 쌓으며
막대기 두 개를 이어 십자가를 세우며
바다와 함께 했던 사진첩을 들춰봅니다.
희망이는 이런 때가 너무나도 싫습니다.
희망이는 이런 시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동물들을 사랑하지만
그래서 많은 동물들과 함께 하였지만
가슴 아픈 시간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솜톨 밤톨 햄스터도 그랬고
잉꼬친구 꼬돌이 꼬순이도 그랬고
키싱구라미 친구들도 그랬고
늙은 십자매 샘이도 그랬고
하얀이 토끼도 그랬고
귀여운 토끼 꼬마도 그랬고
하얀 강아지 바다도 그러합니다.
바다가 묻힌 무덤가에서
하늘이 턱을 괴고 누워서
아무도 오지 않는 하얀 하늘을 향해
컹컹 짖어 댑니다.
친구를 보내는 하늘이의 마음처럼
친구를 보내는 희망이의 마음처럼
오늘 하늘은 그리움의 하늘입니다.
③ 하늘이의 하소연(2004년 9월)
아무것도 없는 맨 땅에는 매일 가면서
꼬랑지 빠져라 흔들어도 나는 쳐다도 안 보구
짧은 내 다리 반 도 안 되는 녀석에겐
큰 놈, 작은 놈 힘들겠다 죄-다 뽑아 주면서
진흙탕 뒹굴어 온 몸이 흙 빛이 되어도
나는 나 몰라라 하구
에게게~ 겨우 하루 비 안 오면
목 마르겠다 호수로 펑 펑 넘치면서
배고파 컹컹 짖으면 시끄럽다 나만 야단맞구
쬐끔한 놈 나 보러 올라치면
왕- 문다 못 오게 하구선
맛도 없는 저 놈의 들풀들에겐
시도때도 없이 가게하구
풀 잎 하나 떼면서도 ' 미안 ' 하면서
점심 한 끼 훌쩍 넘기고도 내겐 아무 말도 안 하구
나고 지고, 나고 지고, 나고 지고
저 놈의 들 풀들
세 번 지고 세 번 날동안
컹컹 짖고, 컹컹 짖고, 컹컹 짖었지만
큰 놈이나 작은 놈이나 나만 미워해!
나는 개 인데!
털 많네~ 늑대로 만들고
벌렁 코네~ 돼지로 만들고
나는 나는 개만 되고 싶은데!
끙 하고 뱉은 똥, 다시 먹다가도
하늘보고 한숨지니 구름만 생기네.
바다야! 바다야!
먼저 하늘 간 내 친구, 바다야!
거기는 어떠니?
거기는 좋으니?
내 이름이 하늘인데
왜 네가 갔니?
배 대고 눕다가도
등 대고 돌아눕는, 내가 하늘인데
왜 네가 갔니!
...옥길동 텃밭에 문지방이 설 때부터...
...돼지 코 강아지, 늑대 털 강아지. 하늘이는...
...땅 위에서 하늘처럼 옥길동을 지켜 온 친구랍니다...
...그런데, 요즘 하늘이가...
...심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조그만 아이들이나 커다란 선생님이나...
...하늘이 있는데, 없는 척 하니까요...
...하늘이 있는 줄 고개 들어야 알 수 있듯이...
...하늘이 컹컹 짖으면 있는 척 해야 한답니다...
...반가운 척 해야 한답니다...
...그래야 하늘이, 온전히 하늘이가 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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