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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즉석 이야기 그림 책


이야기 준형이가 들고 온 영어 그림책

숨은 그림 찾는 영어 그림책

읽어 달라 하는데

읽는게 아니고 찾는 그림책.

" 영어로 써 있는데요? "

" 그래도 이야기 해 줘요 "

" 숨은 그림 찾는 그림책인데요? "

" 그러면 지어서 해 줘요. "

익숙한 시간.

지어 내는 이야기에 익숙한 선생님이

이런 선생님에게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즉석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봅니다.

첫 장을 펼칩니다.

첫 페이지부터 난감합니다.

온갖가지 물건들로 즐비한 그림들.

그렇다고 대충 훓어볼 수도 없습니다.

그랬다간 머리 속이 더 엉망이 됩니다.

언제나 그랬듯

한 장 한 장 넘기며 말 붙이다 보면

어떻게든 연결이 됩니다.

신통방통 요절복통 이야기처럼.

온 몸이 보석으로 뒤덮힌

새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보석이라 하면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는 돌멩이만 생각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석이란

돌멩이가 아니라

쓰임이 있는 물건들을 말합니다.

쓰임이 많은 물건, 그것이 바로 보석입니다.

" 그런데, 왜 새가 다리가 없어요? "

가만히 보니 정말 다리가 없습니다.

이 새는 세상에 한 마리 밖에 없는 새입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이 새를 갖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새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새는 앉지 않는 새이기 때문입니다.

다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앉지 않기 때문에 다리가 필요없는 것입니다.

날기만 하기 때문에 다리가 없는 것입니다.

다음 장을 넘깁니다.

더욱 복잡한 그림찾기가 나옵니다.

새는 하늘 높이 날아

이 세상 모든 곳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아무리 넓은 곳도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새가 내려다 본 곳 중

가장 슬픈 곳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집도 많고 자동차도 많고

없는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곳이었지만

돈 많은 집에는 아이들이 없고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엄마, 아빠가 없고

집도 있고 자동차가 있는 곳에는

사랑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없는 것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한 눈에 볼 때는

모든 것이 있는 곳이었지만

하나 하나 보면

모든 것이 없는 것처럼 슬퍼 하였습니다.

다음 장을 펼칩니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습니다.

여기는 고아원입니다.

고아원은 엄마, 아빠를 잃은 아이들이 사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없는 장난감이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장난감은 다 모인 듯 합니다.

고아원에는 많은 어른들이 왔다 갑니다.

손에 손에 장난감을 가득 들고서.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방 안을 가득 채운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장난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온 몸이 보석으로 둘러싸인 새는

이 모든 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새는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슬픈 나머지 새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새의 눈물은

아이들의 눈물과

없는 것을 그리워 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음 장을 펼칩니다.

회오리 바람같은 그림 속에

또 다시 숨은 그림찾기 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새의 눈물이 떨어진 곳에

회오리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이 바람 속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집도 자동차도 장난감도 모두

엉망진창 뒤죽박죽 뒤 섞이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한 장을 펼칩니다.

역시 복잡한 숨은 그림찾기.

바람이 걷히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집 없던 이들에게는 집이 생기고

아이들이 없던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이 생기고

엄마, 아빠가 없던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생겼습니다.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그리워 하는 것들이

서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장입니다.

역시나 복잡한 숨은 그림찾기.

이 곳은 새가 내려다 보는 세상입니다.

한 눈에 보아도 행복한 세상입니다.

행복한 세상 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습니다.

행복해진 사람들은 고개 들어 하늘을 봅니다.

하늘에는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는 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보석으로 만들어진 새 인줄

아직도 모르고 살고 있답니다.

영어 그림책을 덮습니다.

휴우~ 오늘도 무사히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즉석 이야기를

한참 뒤에 옮기려 하니

군더더기 말들이 따라 붙어 버렸습니다. 쯧쯧~

역시 즉석 이야기는

입을 통해 나올 때가

서툴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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