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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왕 지렁이

밭으로 갑니다.

선생님은 삽을 들고

아이들은 호미 통을 들고서.

어제는 김장하기 위해

배추를 뽑았고

오늘은 배추밭을 엎어

양파 밭을 만듭니다.

삽을 든 선생님은

고랑 흙을 퍼 둔덕을 만들고

이랑에 앉은 아이들은

갈라진 흙더미를 호미로 부숩니다.

밭 사이 삐죽 고개 내민

배추 뿌리 꽁지를 찾은 아이들이

인삼이랍시고 호들갑을 떱니다.

꼬맹이 심마니들처럼

'인삼이다!' 소리치면

우수수 낙엽 떨어지듯

아이들이 몰려갑니다.

둔덕에는 꼬맹이들 호미자국

고랑에는 꼬맹이들 궁둥짝자국

절구 찧듯 콕콕

참새 모이 찧듯 콕콕.

거름을 뿌립니다.

담벼락 밑 볼록 흙을 뒤집으니

흙 속에 잠자던 검은 거름이 솟습니다.

호호- 아이들 입김 같은 더운 기운이

땅덩이 숨을 쉬듯 푹푹 솟구칩니다.

삽 질 한 번에 땅덩이 하나가 떨어집니다.

기분 좋게 잠자던 지렁이 한 마리

잠투정하듯 빙그르 몸 돌려 툭 떨어집니다.

" 와~ 왕 지렁이다! "

흙 속에 엎드려 먹기만 했는지

통통 살찐 왕 지렁이

찬 기운에 놀라 혼비백산

어쩔 줄 몰라 꽈배기 마냥 몸트림을 합니다.

한 녀석이 덥석 잡더니

밭으로 줄행랑을 칩니다.

호미로 살살 흙 등을 긁어

조그만 구멍에 쏘옥 넣고

추운 밤 이불 덮듯 곱게 덮어 줍니다.

땀 훔치며 하는 모양 가만히 보니

한 녀석은 지렁이만 찾고

또 한 녀석은 지렁이만 옮겨 묻어줍니다.

입 바른 한 녀석이 나무라듯 말합니다.

" 지렁이 만지지마~ 지렁이 죽는단 말야~ "

영문을 모르는 녀석 말에

또 한 녀석이 토를 답니다.

" 지렁이는 몸이 차가워서 손으로 만지면 화상 입는다구. 사람 손이 뜨거워서~ "

이 녀석들 하는 모양을 보면

지렁이도 행복해 해죽~ 웃겠습니다.

옥수수 농사 콩 농사

배추 농사 무 농사도 풍년이더니만

올해 아이들 농사도 풍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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