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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손님맞이


" 선생님이 옛날 이야기 하나 해 줄 게요.. 아마 알고 있는 이야기일 거 에요.

두루미와 여우 이야기인데요. "

" 아~ 알아요."

사이좋게 재웅이가 아는 체를 합니다.

" 두루미와 여우는 같은 반 친구였데요. 하루는 두루미가 여우를 집에 초대했어요. 두루미 생일이었거든요. 여우는 두루미에게 줄 멋진 선물을 준비해서 두루미 집을 찾았어요. 두루미는 기뻐하며 여우를 맞았어요. 여우를 위한 특별한 음식을 준비했는데 그것은 바로 여우가 좋아하는 고기 수프였어요. 여우는 군침을 흘리며 수프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여우는 그 날 수프를 먹을 수 없었어요. 두루미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길쭉한 호리병에 수프를 담아서 가져왔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먹으려고 해도 여우는 두루미처럼 입이 길고 뾰족하지 않기에 호리병 속 고기 수프를 먹을 수 없었던 거 에요."

" 마시면 되잖아요~ "

한 녀석이 마시는 시늉을 하며 말합니다.

" 고기 수프가 뜨거워서 마실 수도 없었답니다. 화가 난 여우는 집으로 돌아가 두루미를 골려 줄 생각을 했어요. 다음 날 여우도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어제 초대해줘서 오늘은 자기가 초대하겠다구요. 여우도 두루미처럼 고기수프를 준비했어요. 여우는 두루미가 먹을 수 없도록 여우가 즐겨먹는 접시에 고기수프를 담아줬어요. 두루미는 아무리 먹으려고 해도 접시에 담긴 수프를 먹을 수 없었답니다.... 선생님이 이 이야기를 왜 할까요? "

" 몰라요~ "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일곱 살 녀석들을 바라보며

선생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어제 질경이 반 엄마, 아빠랑 상담을 했거든요? 상담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질경이 반 친구들이 친구들 초대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초대한 친구가 손님으로 온 친구들에게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화장실에 손을 씻으러 갈 때도 주인 어린이가 먼저 씻어야 씻을 수 있고 놀이를 하더라도 주인이 하자는 대로 해야한다고요. "

"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한다구요! "

불쑥 한 녀석이 튀어 오르자

다른 녀석들도 맞장구를 칩니다.

" 초대한 친구들에게 그렇게 하면 다시는 그 집에 가기 싫을 거 에요. 두루미 집에 간 여우처럼 요. 여우 집에 간 두루미처럼 요. 안 그럴까요? "

" 그래요. "

" 좋아하는 친구들이라서 집으로 초대하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더 잘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주인인 것처럼 요. "

아이들이 선생님을 봅니다.

아이들 마음에 똑 똑 노크한 소리를

분명 잘 듣고 있는 녀석들입니다.

내친 김에 한 마디 더 거듭니다.

" 내일이 무슨 날이죠? "

" 몰라요! " " 무슨 날이에요? "

" 1년 동안 질경이 반 친구들과 함께 해 주신 마실 엄마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오는 날이에요. 우리 전에 마지막 날 뭘 하기로 했었죠? "

" 떡볶이요~ "

" 맞아요. 떡 볶기를 해 먹기로 했었죠? 그런데, 선생님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내일 떡 볶기 만들기를 하면 분명 엄마 선생님들이 더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요리하는 것이고 불도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손님들이 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

" 그럼, 엄마 선생님이 어의가 없을 것 같아요. "

친절한 효민이가 말합니다.

'어의'라는 표현에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반가운 마음에 덧붙여 말합니다.

" 맞아요. 어의가 없으실 거 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 생각에는 손님들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다시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

순풍에 돛단배 흘러가듯

아이들과 궁합이 맞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준비할 수 있는

선물 한 가지씩을 준비하기로 합니다.

천천히 도원이가 색종이 접기를 예로 들어

말 풀기가 더욱 쉬워집니다.

간단한 간식도 준비하기로 합니다.

엄마 선생님 소원 들어주기도 하기로 합니다.

물론, 남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나

거인으로 만들어 주는 것처럼

우리가 들어줄 수 없는 소원은

안 된다고 미리 말하기로 하고.

이야기가 이쯤 되자 친절한 효민이가

손을 들고 일어섭니다.

" 내일 제가 말할게요. "

사이좋게 재웅이도

꼼꼼이 주영이도 손을 들고 일어섭니다.

" 음.. 그럼, 세 명이 다 하면 안 될까? "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아이들과 짠 작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에 밥상을 쭉 펴고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선생님을 기다린다.

엄마 선생님이 오시면

친절한 효민이가 일어나 말한다.

" 선물이 있어요! "

그러면,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 엄마 선생님에게 건넨다.

엄마 선생님이 좋아하시고 있을 때에

사이좋게 재웅이가 일어나 다시 말한다.

" 먹을 것도 있어요! "

아이들이 다시 일어나

준비한 간식을 꺼낸다.

엄마 선생님이 기뻐 어쩔 줄 몰라할 때

마지막으로 꼼꼼이 주영이가 일어나 말한다.

" 소원 한 가지씩을 들어 드릴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말해 주세요."

그리고 나서는 엄마 선생님 소원을 듣고

다같이 소원을 들어준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엄마 선생님이 하고 싶어하는 놀이를 함께 한다. '

작전을 정리하며

선생님도 아이들도

키득 키득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내일 벌어질 일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 자~ 그럼, 이제 다 되었나요? "

" 초대장도 만들어요~ "

" 아하~ 초대장~ 좋지요. "

종이 두 장씩을 받고서 초대장을 만듭니다.

" 난 글씨 모르는데... "

" 무슨 글씨를 쓰고 싶은데요? "

" 초대장이요~ "

" 선생님이 크게 써서 여기에 붙여 놓을게요. 따라 쓰세요. "

한 장의 초대장이 아닌

한 명 한 명이 준비한 초대장을 묶어

초대장 책을 만듭니다.

" 제가 갖다 줄게요. "

" 저도 할게요. "

마실 엄마 선생님 아들과 딸이 있는

여섯 살 동생 반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내일 벌어질 손님맞이를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일은

신나고 즐거운 하루가 되겠죠?

덧붙이는 말:

마실은 이 주에 한 번씩 아이들과 함께 옥길동 약수터까지 걸어갔다 오는 자연 만나기 수업으로 한 모둠 당 여섯 살 엄마 선생님 한 분씩, 질경이 반은 두 분의 엄마 선생님께서 1년 간 도움을 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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