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녀석과 동그랗게 앉습니다.
" 왜 동그랗게 앉는지 알아요? "
" 몰라요~ "
" 동그랗게 앉으면 안 보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
치고 받고
발로 차고 도망가고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하는 네 녀석들입니다.
" 선생님~ 나 먼저 얘기할래요~ "
" 왜요? "
" 놀고 싶어서요~ "
" ...... "
네 녀석들을 가만히 봅니다.
녀석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러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눈치입니다.
" 선생님이 무슨 말 할 것 같아요? "
" 왜 싸웠느냐고 물어볼꺼죠? "
" 아~ 뇨? "
" 그럼요? "
" 컵 하나 씩 가져오세요~ "
" 왜요? "
" 따뜻한 물 마시게요."
" 상담 할 꺼에요? "
" 아뇨~ "
" 그럼요? "
" 물만 마실 거에요. "
네 개의 컵과 네 명의 아이들.
" 에이~ 난 찬 물이 좋은데... "
" 찬 물만 자꾸 마시면 마음이 차가워져요. 따뜻한 물 마시고 따뜻한 마음을 느껴 보세요. 천천히~ 천천히~ "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물 컵을
가만히 내려다 봅니다.
이 녀석들을 부를 때
선생님도 이미 해답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해답을 가지고 문제를 풀다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마저
해답을 위해 달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
아이들에게 해답을 알려주고 싶은 것은 아닌데
답만 알려주는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답을 아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왜 답만 알려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
" 다 마셨어요. 이제 놀아도 되요? "
물 컵을 들어 보이는 녀석입니다.
" 아니~ 따뜻한 물이 잘 들어갔나 봐야죠. 이리 와 봐요. "
녀석을 가만히 품에 안고 가슴을 쓸어줍니다.
" 이렇게 하면 따뜻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질거에요. 그럼 마음도 편안해 질거고... "
천천히 천천히 가슴을 쓸며
아무 말도 이을 수 없는 선생님입니다.
" 선생님~ 기대도 되요? "
" 그럼요. 얼마든지... "
엄마 품에 안긴 녀석처럼
몸을 맡겨 오는 녀석.
녀석을 가슴으로 받치며
선생님은 느낍니다.
말이 아닌 가슴으로 느낍니다.
아이를 통해 전해오는 따스함을...
매듭을 풀다보면
매듭이 더 꼬이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아니 실제로 더 꼬이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전해주려 마음 먹으면
단 번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매듭은 더욱 단단히 꼬입니다.
풀기 위해 한 것이 오히려 더 묶는 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매듭을 푸는 것인지
매듭을 더욱 조이는 것인지 알려면
매듭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선생님~ 얘기 안 해요? "
" 무슨 얘기요? "
" 싸운 얘기요 "
" 하고 싶어요? "
" 아~ 뇨 "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 가슴이 따뜻해졌네? 한 번 만져봐요~ "
" 따뜻해졌어요~ "
" 그렇죠? "
" 네~ "
" 이제 가서 또 신나게 놀아요~ "
오늘은 따뜻한 물로 가슴만을 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