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보여줄 마술 연습을 하느라
끝이 뾰족한 바늘을 들고
손바닥 안에서 이리 저리 굴리다
콕하고 손가락을 찔렀습니다.
뾰족한 바늘 마냥
머리칼이 쭈삣 서고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입에 뭅니다.
단지 손가락을 콕 찔렸을 뿐인데.
입안에서 뱅글 도는
찌릿한 피 냄새.
꿀컥 삼킬까 뱉을까 하다
문득 입에 물었던 손가락을 놓아
손가락 생긴 모양을 봅니다.
다섯 녀석 중 엄지라는 녀석은
가장 작은 녀석이 가장 낮은 곳에 있습니다.
작기도 가장 작거니와
두껍기도 가장 두껍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네 손가락과 달리
뚝 떨어져 있는 모양입니다.
마치 토라져 한 발 물러서 있는 아이처럼.
엄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새끼는
엄지를 제외한 다른 세 녀석과 나란히 있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세 녀석들 사이보다 좀 더 떨어져 있습니다.
엄지보다야 길지만 다른 세 녀석들과도 사뭇 다른 모양입니다.
검지와 중지와 약지를 봅니다.
서로 비슷하게 생긴 세 녀석입니다.
길이야 중지가 가장 길지만
생긴 모양은 얼핏보면 그 녀석이 그 녀석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다른 녀석들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녀석들이
한 손바닥 위에 돋아 있습니다.
본디 바탕은 하나인데
하나에서 다시 다섯이 되었습니다.
바늘을 들어 엄지를 콕 찌릅니다.
온 몸이 움찔하는 것이 엄지만 아프다 할 수 없습니다.
검지를 콕 찌릅니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지도 약지도 새끼도
찌르면 찌르는 대로
시작은 다르지만
반응은 같습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녀석들 움직이는 모양을 보니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최고' 이기를 좋아하는 엄지
'아차!' 놓친 것을 잘 짚어주는 검지
가만히 있어도 중심이 되는 중지
혼자 움직이기에는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불어 사는 증표(결혼반지)를 품고 사는 약지
내 소중한 마음을 약속하는 새끼.
제 모양도 다르지만 제 역할은 더욱 다른 녀석들.
이렇게 서로 다른 녀석들이
각기 다른 아이들이
한 손바닥에서 난 것 마냥
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몸으로 품는 손바닥 마냥
좋은 선생님은 되지 못하더라도
엄지더러 새끼 되라 하는 선생님은 절대 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본디 바탕은 하나라는 것을
콕 하고 찔러 아팠던 기억을
절대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