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선생님~ 요즘에는 왜 달봉이 얘기 안 해 줘요~ "
무지개 승하가 뾰로똥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 달봉이 이야기 듣고 싶어? "
" 네~ "
" 알았어. 그럼 아이들 모이라고 해~ "
" 네!~ "
딸랑딸랑 웃음방울을 달고 달려가는 무지개 승하.
무릎 밑에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습니다.
" 음... 무슨 이야기로 해 줄까? "
" 재미있는 걸루요~ "
" 웃기는 걸루요~ "
" 무서운 거 해 줘요! "
" 싫어~ 무서운거는. "
살며시 입 꼬리가 올라갑니다.
" 그럼~ 너희들이 골라봐~ 1번! 방귀쟁이 달봉이 2번! 울보쟁이 달봉이 3번! 뒤죽박죽 달봉이 4번! 사랑에 빠진 달봉이! "
" 사랑에 빠진 달봉이요~ "
" 그래? 알았어. 자~ 그럼 귀를 쫑긋세우고 잘 들어봐~ "
단 것을 보고 입맛다시는 녀석들 처럼
히히~ 시작하기도 전에
웃음보를 여는 녀석들.
꿀꺽~ 침 넘어 가는 소리와 함께
달봉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
" 달~봉아~ 노~올자~ "
달봉이 친구 꿀꿀이가 달봉이를 찾아왔습니다.
막 잠 들려던 달봉이는
부르는 소리에 코를 후비며 일어납니다.
" 에잉~ 졸린데~ 누군데 부르는거야! "
" 나야~ 꿀꿀이~ "
꿀꿀이는 달봉이 동네친구입니다.
" 그런데 왜~? "
달봉이는 잠이 눈꺼풀에 걸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 놀이터에 새로운 미끄럼틀이 생겼어. 같이 가서 놀자~ "
" 새로운 미끄럼틀? "
눈이 번쩍 떠 지며
두 눈에 걸려 있던 잠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 알았어. 나갈께~ "
3.
" 이야~ 미끄럼틀 멋지다~ "
동네 귀퉁이에 있는 놀이터에
새로운 미끄럼틀이 생겼습니다.
반짝 반짝 보석으로 만든 듯 빛이나고
미끌 미끌 참기름을 발라놓은 듯 미끄럽습니다.
달봉이는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
큰 소리로 웃습니다.
" 하하하~ 정말 높다. 우리 집보다 훨씬 높다~ "
" 너희 집보다는 안 높은 것 같은데? "
" 이씨~ "
달봉이가 주먹 쥔 손을 번쩍 들자
꿀꿀이가 두 손으로 코를 가립니다.
" 아냐 아냐~ 너희 집보다 높아. 때리지마~ "
때릴 듯 꿀꿀이를 노려보던 달봉이가
만세를 부르듯이 두 팔을 번쩍 들며 말합니다.
" 우리 집 보다 훨~씬 높아~ 산 만큼 높아~ 야~ 호~ "
" 야~ 호~ "
옆에 있던 꿀꿀이도 덩달아 야호를 부릅니다.
" 달봉아~ 미끄럼틀 타자~ "
" 내가 먼저 탈래! "
쿵! 소리가 나게 미끄럼틀에 앉은 달봉이.
앉는가 싶더니 어느새 엉덩이 자욱을 늘어뜨리며
쏜살같이 내려갑니다.
" 야~호! 신난다. 꿀꿀아 너도 내려와 봐. 재밌다.... 어? "
미끄럼틈 밑으로 여자 아이 하나가
무엇인가 열심히 줍고 있습니다.
" 너 거기서 뭐하는거야? "
" 조개껍데기 줏어. 예쁜 조개껍데기. "
여자 아이 두 볼에 보조개가 살짝 생겼다 사라집니다.
' 히야~ 예쁘다~ '
예쁜 여자만 보면 달봉이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 있잖아~ 나랑 결혼해! "
" 결혼? 쿡쿡.. "
" 왜 웃어? "
" 너 몇 살인데? "
" 일곱 살~ "
달봉이가 손가락을 펴며 말합니다.
" 나도 일곱 살이야. 일곱 살이 어떻게 결혼 해~ "
" 왜 하면 안돼? "
" 결혼은 어른이 하는거야~ "
" 아냐~ 어린이도 결혼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 "
달봉이 입이 삐죽 튀어 나옵니다.
" 달봉아~ 뭐해? "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 온 꿀꿀이가 달봉이를 부릅니다.
" 나 지금 바빠~ "
" 이름이 달봉이야~ "
" 응~ 김 달봉~ "
배를 볼록 내밀며 자랑스러운 듯 이름을 말하는 달봉이.
" 난 사랑이야. "
" 사랑이? 예쁘다. 나랑 결혼 해 줄 꺼지? "
" 아니~ "
" 왜! "
" 결혼은 어른이 되야 하는거야. "
" 어른은 몇 살인데? "
" 음.. 아마 한..스물 다섯 살은 되야할 껄? "
" 스물 다섯 살? ... 음..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달봉이.
뒤돌아 뛰어 갑니다.
" 달봉아~ 어디가! "
꿀꿀이가 불러도 달봉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뛰어 갑니다.
4.
" 선생님~ 떡국 만들어 줘요. 떡국! "
집으로 온 달봉이는 신발도 벗지 않고 선생님을 찾습니다.
" 어? 형아~ 떡국 먹는 거 어떻게 알았어? "
밀가루를 떼어 내던 삼룡이가 달봉이를 보며 말합니다.
" 달봉이 대단하다~ 우리가 떡국 만드는 거 어떻게 알았을까? "
설겆이를 하는 선생님도 한 마디 합니다.
" 우와~ 대단하다. 내가 떡국 먹고 싶은 거 어떻게 알았지? "
허겁지겁 달봉이가 자리에 앉습니다.
" 안돼~ 형아~ 손 씻고 와~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안돼~ "
얼굴에 하얀 밀가루가 묻은 칠뜩이입니다.
" 나 바쁘단 말야~ 빨리 떡국 먹고 나가야 돼~ "
" 어딜 가는데? "
궁금하여 쳐다보는 선생님과 삼룡이, 칠뜩이.
대답 대신 달봉이는 반죽만 뚝 뚝 떼어 냅니다.
" 선생님~ 형아가 더러운 손으로 반죽 만져요 "
" 달봉아~ 손 씻고 해라~ "
" 빨리~ 빨리~ "
반죽을 떼어 내는 달봉이 얼굴에
김이 모락 모락 피어나는 떡국 그림이 그려집니다.
재촉하는 달봉이 녀석 때문에
떡이 채 익기도 전에 떡국 상이 차려집니다.
" 떡이 다 안 익은 것 같은데... "
" 익었어요. 익었어요~ "
얼마나 빨리 먹는지 숟가락이 보이지 않습니다.
" 달봉아~ 천천히 먹어. 체 할라~ "
" 급해요~ 한 그릇 더 줘요~ "
" 또? "
벌써 세 그릇 째 떡국을 먹는 달봉이.
" 형아~ 그렇게 많이 먹으면 배탈 나~ "
" 아냐~ 괜찮아~ 빨리 먹고 스물 다섯 살이 되야 돼. "
" 스물 다섯 살? "
" 한 그릇 더 줘요~ "
" 또? "
도대체 달봉이가 왜 이러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표정들입니다.
" 왜 스물 다섯 살이 되야 돼? "
" 결혼해야 하거든. "
" 결혼? "
" 응~ 결혼하려면 스물 다섯 살이 되야 돼. "
난감해 하는 선생님입니다.
이 녀석한테 어떻게 설명을 하지?
설명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 달봉아~ 있잖아~ "
" 한 그릇 더 줘요~ "
" 또? "
" 어서 줘요. 빨리 스물 다섯 살이..? "
" 형아~ 왜 그래? "
갑자기 달봉이 얼굴이 울상이 됩니다.
" 배 아파~ "
" 거봐~ 이 녀석아~ 그렇게 빨리 먹으니까... "
" 으앙~ 똥 나온다. 화장실~ 화장실~ "
숟가락도 놓지 않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달봉이.
" 선생님~ 형아 숟가락 가지고 화장실 갔어요. "
입 안에 떡국을 가득 담은 칠뜩이가 화장실을 가르키며 말합니다.
" 그래~ 선생님도 봤어. "
잠시 후
화장실에서 떠나갈 듯한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 으앙~ "
" 달봉아 왜 그래~ "
" 형아~ "
부르는 소리에 답을 하듯
달봉이 울음 섞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 똥 나왔어. 떡국이 다 나왔어. 다시 먹어야 되잖아~ 으앙~ "
정말 어의가 없는 녀석입니다.
" 선생님~ 형아 왜 저래요? "
삼룡이의 동글동글 눈동자가 걱정스러운 듯 말합니다.
" 글쎄다~ 선생님도 모르겠다. "
우리의 말썽꾸러기 달봉이가
과연 스물 다섯 살이 되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를 기대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