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한 술
이번 주만 세 번을 마시고
지금도 알딸딸한 가운데 일기를 씁니다.
무언가 답답한 구석이 있어서
평상시에는 줘도 마시지 않던 술을 자청하고 있습니다.
생각도 마찬가지지만
무조건 넣기만 하면 속병이 되고 맙니다.
들어가는 만큼 나가는 것도 있어야 하고
이러한 순리를 거스르려는 고집은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말이죠.
곧기만 하면 부러지기도 쉽다고
그동안 너무 나무토막 같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제 생긴 모양 때문에
넘어져도 크게 다치는 나무토막 말입니다.
모자란 구석도 있어야 사람 냄새가 나는데
속 알맹이는 그렇지 않으면서
너무 곧은 척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스스로 그렇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드러내고 살아야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되지 않겠지만.
술이 들어가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니 아예 생각마저 접을 수 있어 좋습니다.
어디서 나는 흥인지는 모르겠지만
흥얼흥얼 노래도 불러보고
제 몸짓에 피식 웃어도 봅니다.
궁상맞게 혼자 술 먹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도
내 속에 머물지만 않아서 좋습니다.
웅덩이에 빠지듯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줄 모르는 자신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어 또한 좋습니다.
내 생활의 전부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 선생님!
지금의 나로서는
행복도 이 안에 있고
절망도 그렇고
억울함도 그렇습니다.
졸립니다.
흐물흐물 허리가 늘어지고
손발이 찌릿 한 것이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내일 또 내가 만든 술자리가 있습니다.
편한 자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편할 이유도 없습니다.
내일은 내일이고
지금은 두 다리 쭉 펴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흥얼 흥얼 그렇게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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