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니
두 손 모아 호호 불어 까먹던
군고구마가 생각납니다.
아이들 작은 손들 모아 지핀 군불에서
은박지와 뒹굴며 검게 익던
고구마가 그리워집니다.
닳고닳아 흙물이 배어나던 눈밭에서
엉덩이 까지도록 내려 타던
눈썰매도 타고 싶습니다.
참새도 외투입고 다니는 추운 겨울에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꽁꽁 언 얼음장같습니다.
복도를 구르는 털실 같은 먼지덩이들도
한 겨울 비질에는 시름시름합니다.
꽃을 그리던 아이들이
눈사람을 그리고
찬물에 머리감던 아이들이
고양이 세수를 하는 겨울입니다.
한 여름 더위에 활짝 열린 교실 대문
소리도 요란하게 잘도 닫고 다니던 녀석들이
한 겨울 꼭꼭 닫은 창은
긴 꼬리 뱀처럼 열면 닫을 줄 모릅니다.
계절이 어떠하든
아이들 숨바꼭질은 청개구리 같습니다.
허리춤에 차던 녀석들이
가슴 아래 출렁대면
선생님 품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생이 삶과 죽음을 껴안듯이
인연은 만남과 이별이 한 몸입니다.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하는 학생 마냥
뒤늦게 서둘러 보는 한 해는,
가슴 뿌듯한 보람보다는
못내 미안한 아쉬움이 더 합니다.
이런 마음 따라 계절도 순서를 정했나 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말고도 선생님에게는 계절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름하여 오 계절!
봄 다음에는 여름 오고
여름 다음에는 가을 오고
가을 다음에는 겨울 오고
겨울 다음에 다시 봄이 오는 중에
사계절 한데 모아 뒤돌아보는 오 계절이 있습니다.
올 봄엔 꽃이 너무 늦게 피었으니
내년 봄엔 적당히 일찍 피기를 부탁하고
올 여름에는 무던히도 더웠으니
내년 여름에는 시원한 비 소식 좀 더 넣고
올 가을은 있는 듯 없는 듯 가벼웠으니
내년 가을에는 가을 단풍 원 없이 밟도록 하고
올 겨울은 하는 모양 봐서
하얀 눈 얼마나 쌓아둘지 눈대중 짚어보는
계절 나눔 자리가 곧 오 계절입니다.
선생님에게는 아이들이 곧 계절 같습니다.
찬바람이 붑니다.
내일쯤
사 계절 한데 모아
오 계절 이야기나 들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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