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땡!
종 소리가 들리면
꽁꽁 언 겨울 바람 호호 불어가며
베란다에서 놀던 아이들
몸 터에서 몸 위로 몸을 겹쳐 놀던 아이들
복도에서 복도로 어슬렁 걸음을 걷던 아이들
책 방에서 책 너머로 이야기를 던지던 아이들
폴짝 폴짝 토끼마냥 뛰는 발발이 껴 안고
콩딱 콩딱 뛰던 아이들이 달려옵니다.
짝짝짝짝!
박수소리에
이리 삐뚤 저리 빼뚤 동그라미가 만들어지고
몸을 두드려 몸을 깨우는 몸깨우기가 시작됩니다.
입이 바쁜 아이들은 입을 움직이고
손이 바쁜 아이들은 손을 움직이고
선생님 보기에 바쁜 아이들은
데구르르 눈을 움직입니다.
들이쉬고 내 쉬고
아랫 배가 홀쭉해지면
작은 컵 하나 들고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조심 조심 뜨거운 물 받은 후에
살금 살금 앞굼치로 고양이 걸음.
홀짝 홀짝 뜨거운 물 마시며
목구멍에서 가슴으로 더운 기운을 보냅니다.
대나무 소금에 물을 태워
콧구멍으로 흘려보낸 아이들은
가고 싶은 곳으로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갑니다.
나만 하는 놀이가 시작됩니다.
잘 노는 찬이는 '인기 찾기 놀이'를 합니다.
친구들로부터 인기 없다 생각하는 찬이는
인기를 얻고 싶다하여 인기 얻는 놀이를 합니다.
속닥 속닥 귓속말을 나눈 후에
찬 바람 들이치는 교실 문도 닫고
정리 안 한 나무 블록도 가지런히 세우고
놀기에 바쁜 친구들 틈에서
친구들을 돕는 놀이를 합니다.
멀쩡해도 아토피라는(찬이 표현)귀여운 찬이입니다.
살아있는 재용이는'용감해지는 놀이'를 합니다.
밤이 되면 무섭다는 재용이는
대낮처럼 환해도 밤이면 무섭다는 재용이는,
텔레비전에서 봤던 귀신이 무섭고
처녀귀신이 제일 무섭다는 제용이는,
손바닥에 동그랗게 아홉 사람 그린 후에
홉- 홉- 아홉 번을 빨아 마시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영화에서 슬쩍~)
하하하 큰 소리로 세 번 웃으며
'용감해지는 놀이' 를 합니다.
덩달아 '나도 무서운데' 하는
식물박사 슛돌이 지호도 함께.
어렸을 때 너무 운 탓에
목소리가 미워졌다는 친절한 효민이는
목소리가 예뻐지는 것이 소원이라 합니다.
그래서 효민이는 '예쁜 목소리 되찾기' 놀이를 합니다.
끙~ 뭐가 나올 만큼 아랫배에 힘을 주고
하나, 둘, 셋 말하는 연습을 합니다.
대나무 소금물로 입안도 헹구면서
메아리처럼 되돌아 올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그림동화 영인이는 '그림동화 만들기'를 합니다.
삐뚤빼뚤 스케치북
접고 자르고 풀칠하고
쓰고 그리고 지우며 엮은
꼬질 꼬질 그림책.
떡-허니 내미는 제목이
' 일본과 조선! '
세상에 하나 뿐인 그림책을
선생님도 친구들도 매일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덕지덕지 코딱지
코 때문에 고생하는 메아리 헌기는
코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어제 말도 잊은 채
친구들 보라는 듯이 가장 먼저
동그란 콧구멍 속에
대나무 소금 물 똑똑 떨군 후로
너도나도 소금 물 찾게 만든
'건강한 코 놀이' 대장이 되었습니다.
동물사랑 생각 깊은 택형이는
하늘이와 반달이 새끼 '발발이 친구' 놀이를 하고
목수 동영이는 뚝딱뚝딱 '나무놀이'를 하고
편안한 농부 정호는 싹둑 싹둑 ' 가위 손 놀이'
책 사랑 이야기 준형이는 ' 책 만들기 놀이'
스스로 민재는 '모험 놀이'
몸 사랑 민재는 '친구 돕는 태권도 놀이'
고무줄 마술사 무지개 승하는 ' 고무줄 놀이'
천천히 도원이는 '종이접기 놀이'
사이좋게 재웅이는 '마음 전하기 놀이'
사랑하는 세연이는 '사랑하기 놀이'를 합니다.
아직까지 코맹맹이 꼬맹이 상담을 하는
생명 건욱이, 친구사랑 가현이, 꼼꼼이 주영이
만들기 손 한결같은 진우는
친구들 하는 모양에
이리 슬쩍 저리 슬쩍
자기 모양 만들기에 재미납니다.
여기 저기 안 끼는데 없는
약방에 감초 같은 달봉이 선생님은
자기 모양 부끄러워 아이들 틈새에 숨다가도
톡 톡 알밤 벌어지듯 재미나게 사는 아이들 모양에
무릎 치며 한 수, 손뼉치며 한 수
지금에서야 세상사는 맛을 배웁니다.
내 일찍이 배움 기회 많았지만
지금과 같이 마음마저 풍성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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