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 사랑 이야기 준형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침에 만나는 준형이는
책 방 주인 같습니다.
언제나 동화책 한 권을
겨드랑이에 끼고 나타납니다.
선생님을 만나면
먼 길 온 택배 아저씨 마냥
책 한 권 던져주며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사라지는 준형이 입니다.
아침 몸 깨우기를 하더라도
이미 깨운 몸 다시 왜 깨우냐는 듯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놀이만 합니다.
이름을 부르면 한참 만에야 고개를 기웃합니다.
선생님 마음에 준형이는 동그라미 밖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준형이를 데려올까
부르는 마음에 애가 탑니다.
하지만 애타는 건 선생님 마음 뿐 입니다.
동화책 일기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무릎 앞으로
엉덩이 걸음으로 앉습니다.
언제 왔는지 준형이 동그란 눈이
선생님 코앞에 와 있습니다.
동화책은 마술 책입니다.
펼치기만 하면 아이들 두 눈을 쏘옥 빨아들입니다.
책은 상상으로 가는 문입니다.
책을 펼치면 하늘이 열리고
아이들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습니다.
준형이는 누구보다 커다란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큰 날개 짓을 합니다.
준형이 두 눈에 담긴 세상은
선생님 마음을 송두리째 덮습니다.
책이 덮이면 침을 삼키며 사라지는 아이들입니다.
준형이는 이미 간데 없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귓전을 울리는 종소리는
뱃고동 소리 같습니다.
종소리에 맞춰
꼬르르~ 몸에서도 신호가 옵니다.
나무블록이며 스펀지 블록이며
아이들이며 밥상이며
모두들 제자리를 찾고 앉아도
준형이는 아직 입니다.
마저 못해 오는 준형이는
배고프지 않은데 밥 먹는 게 못내 못마땅합니다.
시간만 되면 입맛이 당기는 선생님은
먹어야 입맛을 아는 준형이를 앉히는 것이 일입니다.
요상한 녀석이 숟가락 들기는 어려워도
일단 들었다 하면 일사천리(一瀉千里)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더욱 어안이 벙벙합니다.
선생님 경험 사전에 없는 녀석입니다.
그러니 뒤적거려봤자 해답이 없습니다.
선생님 마음에 들여놓을 수 없기에
준형이 마음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넙죽 받아주는
맘 좋은 녀석도 아닙니다.
아이들 문 장난 놀이처럼
암호가 맞아야 들여보내 주는 녀석입니다.
선생님이 왔는데 안 들여보내 준다고
고래 고래 소리쳐 봤자
선생님 목만 아픕니다.
들어가려면 준형이가 만든 암호를 대야합니다.
비로소 선생님 식 대화가 아니라
준형이 식 대화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깨우침은 일상에서 옵니다.
준형이와의 일상이 곧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만든 무대에 서지 않는 준형이라 하여
준형이 더러 '아웃사이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엄마 눈치 밥부터 익히는 아이들에 비하면
오히려 준형이는
날기를 포기하지 않는
병아리(표현에 고심)일지도 모릅니다.
무대를 준형이에게 옮깁니다.
친구들과 함께 빠질 상상의 동화를 준비하고
그 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녀석인 준형이 인 것처럼
준형이가 있는 그 세계가 곧 중심이 되도록 합니다.
어느 곳도 아웃사이더가 아닌
모든 곳이 중심이 되는 무대가
아이들에게는 배움터가 되어야 함을
선생님은 배웁니다.
준형이를 아웃사이더로 만든 것도 선생님이기에
준형이를 중심으로 옮겨야 할 이도
바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마음 속에 경계가 있어 생긴 일이니
그 경계를 허무는 일만이 남은 것입니다.
이상한 아이라 하기 전에
특별한 아이라 생각하고
특별한 아이라 생각하기 이전에
내 눈에 덮힌 안경부터
다시 고쳐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준형이는 실로
선생님의 참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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