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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내가 가는 학교

" 오늘 학교 오기 싫었던 친구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

열 아홉 명 중 일곱 명이 손을 듭니다.

" 저런~ 학교오기 싫었는데 억지로 왔군요. 얼마나 오기 싫었을까? 그렇죠? "

" 네~ "

볼멘 소리로 대답하는 녀석들입니다.

" 내가 오는 학교인데 내가 오기 싫으면 큰일이에요. 오고 싶은 학교가 되게 하든지 아니면 안 오든지 해야지. 그렇죠? "

" 네~ 맞아요! "

" 지금 손 든 친구들은 조금 있다가 선생님이 부르면 오세요. 오고싶은 학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게요. 알았죠? "

" 네~ "

고무줄 마술사 무지개 승하입니다.

"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차를 놓칠 것 같아서 오기 싫어요! "

"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하지? "

" 몰라요~ "

" 음.. 선생님한테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해 볼래요? "

" 뭔데요? "

" 저녁에 잠자기 전에 편안하게 앉아서 두 손으로 머리를 세 번 두드리는 거 에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해요. 나는 일찍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일찍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일찍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세 번! 그러면 분명히 아침 일찍 눈이 번쩍 떠 질 꺼 에요. "

" 진짜요? "

" 선생님도 자주 쓰는 방법인데 잘되더라구요. 오늘 한 번 해 보고 어떻게 되었는지 내일 이야기 해 줄래요? "

" 네~ 알았어요. "

" 이것만 해결하면 될 것 같아요? "

" 네~ "

" 알았어요. 그럼, 내일 다시 얘기해요. "

동물사랑 생각 깊은 택형이와 이야기를 합니다.

" 나는 버스 타기가 싫어요. 버스가 불편하고 차가워서요. "

" 저런~ 버스가 불편하면 정말 오기 싫겠다. 그럼.. 어떻게 하지? 음.. 이렇게 하면 해 볼래요? "

" 어떻게요? "

"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를 해 줄 테니까 내일부터 작은 방석을 하나 가지고 오세요. 그래서 버스 탈 때 방석을 깔고 앉는 거 에요. 그럼 편할 거 에요. 어때요? 해 볼래요? "

" 정말 전화 해 줄 거죠? "

" 그럼요~ 꼭 할게요. "

" 알았어요. "

식물박사 슛돌이 지호가 말합니다.

" 차를 나면 멀미가 나고요 가지고 놀게 별로 없어요. "

" 학교에요? "

" 네~ "

" 음.. 버스를 안 타면 학교에 올 수 없으니까 버스는 꼭 타야 하고 그러면... 선생님이 차량 선생님한테 앞좌석에 태워달라고 얘기해 줄게요. 그럼 좀 괜찮을 거 에요. 어때요? "

" 좋아요 "

" 그리고.. 가지고 놀 것은... 뭐가 필요한데요? "

" 몸 터에 그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섯 개! "

" 다섯 개나? "

우리 반에 천 그네가 세 개나 있는 것도

이 녀석이 필요로 해서 만든 것인데

또 다시 그네 타령을 하는 녀석입니다.

" 음... 그런데, 몸 터는 우리 교실이 아니라 다 같이 쓰는 교실이니까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어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이 오늘 다른 선생님에게 물어봐서 내일 얘기 해 줄게요. 그래서 안 된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한 번 찾아봐요. 어때요? "

" 네~ "

천천히 도원이 차례입니다.

" 친구들이 안 놀아줘서 오기 싫어요! "

옆에 있던 고무줄 마술사 무지개 승하랑

친절한 효민이랑

꼼꼼이 주영이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듯이 끼어 듭니다.

" 아니에요. 잘 놀아 줬어요~ "

" 너희들은 잘 놀아줬다 생각해도 도원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지금은 도원이가 말하고 있으니까 도원이 생각이 중요한 거에요. "

" 도원이 생각만 중요해요? 내 생각도 중요해요. "

승하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 맞아요. 승하 생각도 중요해요. 하지만 지금은 도원이 생각을 듣는 중이니까 도원이 생각이 중요하다는 거 에요. 승하 생각을 듣는 시간이면 승하 생각이 제일 중요하죠. "

" 알았어요. 잘 놀아 줄게요. "

' 놀아주다' 라는 말이

목에 걸린 듯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중요한 것 같지 않아

그냥 넘기기로 합니다.

" 그리고 차 타면 머리가 아파요! "

" 알았어요. 선생님이 차 타는 선생님한테 얘기해서 앞좌석에 앉도록 얘기 해 줄게요. "

" 앞에 앉으면 머리가 안 아파요? "

" 멀미를 하는 것이면 앞에 앉는 게 좋아요. 앞이 잘 보여서 좋고.... "

버스 구조를 설명해 주려다

잠시 주춤거립니다.

" 그리고 버스를 가게 해 주는 엔진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한데요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해요. 그래도 되죠? "

" 네! "

잘 노는 찬이는

친구들이 안 놀아 준다고 해서

비슷한 친구인 택형이와

놀이를 다시 한 번 해 보기로 하고

친절한 효민이는

학교에 놀게 별로 없다고 해서

'뱅뱅이' 같은 놀이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함께 만들어 보기로 하고

생명 건욱이는

장난감이 별로 없어서라고 해서

내일 선생님이랑 자동차를 함께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멋진 친구를 시켜주지 않아서' 라고 한 친구는

다른 친구로부터

노력하지도 않고 멋진 친구가 되려한다고

오히려 핀잔을 듣습니다.

초등학교도 아니고

이제 겨우 유치원 아이들인데

학교를 처음 결정할 때도

엄마랑 아빠랑 둘이서 뚝딱

결정했을지도 모르지만

학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다니는 곳이므로

하루를 오더라도 신바람 나게 와야하지 않을까요.

사실 선생님도

출근하기 싫을 때가 많거든요.

내일 꼭 학교를 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오늘 저녁 아이들은 분명 행복한 꿈을 꿀 것입니다.

학교는 내가 가고 싶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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