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눈이 똥그래서 무서워요!!"
선생님을 무서워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여섯살입니다.
가까이만 다가가도
눈만 쳐다봐도
무서워 움츠려드는 녀석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무서워?"
물어도 대답이 없습니다.
그냥 앞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눈빛입니다.
그냥 앞에서 없어집니다.
가슴에 무거운 돌 하나를 얹고서...
여섯 살 다른 녀석에게 묻습니다.
"너도 선생님이 무섭니?"
"네!"
"왜 무섭니?"
"선생님 눈이 너무 무서워요!"
"왜? 잡아 먹을까 봐?"
"아니요. 그냥 무서워요!'
"그럼 일곱 살이 되면 질경이반이 되기 싫겠네?"
"아니요? 질경이반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무섭다면서"
"그래도 질경이반이 되면 선생님이 달봉이 이야기 해 줄꺼잖아요"
"달봉이 이야기는 좋니?"
"네!"
거참...
질경이반에게 묻습니다.
"너희들도 선생님 무섭니?"
"아니요!"
"너희들은 선생님이 왜 안 무섭니?"
"재미있잖아요"
"뭐가?"
"선생님이요" "몸놀이가요"
'그런데, 어떤 동생은 선생님이 무섭단다. 어떻게 하면 좋겠니?"
"재미있게 해 주세요!"
"재미있게 해 주는데도 무섭단다"
"재미없으니까 그렇죠. 재미있게 해 주세요!"
그런가?
재미없으니까 무서운 건가?
모르겠습니다.
재미보다는 무서운게 더 큰가 봅니다.
재미보다는 선생님 두 눈이 더 커 보이나 봅니다.
선생님만 느끼는 재미없는 재미인가 봅니다.
여섯 살 어떤 녀석에게는...
거울을 봅니다.
'내 얼굴이 무섭게 생겼나?'
미소를 지어 봅니다.
입을 벌려 함박웃음을 지어 봅니다.
눈을 봅니다.
'안경을 쓰고 다닐까?
그러면 커다란 눈이 조그맣게 보일테니...'
많고 많은 아이들 중에
선생님을 무서워 하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선생님을 싫어하는 녀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왜 이리 불편한지 모르겠습니다.
모두다 선생님을 좋아해야 하는 것처럼!
손이 닿아도 손을 잡지 않습니다.
마음이 닿아도 가슴으로 안지 않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입으로 말만 합니다.
눈이 마주치면 눈을 돌려 줍니다.
손이 닿아 손을 잡는 것도
마음이 닿아 가슴에 안는 것도
아이가 싫어하면 선생님 욕심일 뿐입니다.
멀리서 안아주기만 합니다.
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음으로 살며시 안아 줍니다.
아이들을 가까이 하는 방법에는
다가서기와 거리두기가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고
너무 멀어 소외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거리는 자연스러움에서 생기는 간격입니다.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거리를 두면서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어려움은 마음에서 생기는 거리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눈에 보이는 거리로 나타내야 합니다.
아이가 편안할 수 있도록...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아이들을 안아줍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선생님은 너를 사랑한단다."
입으로 혹은 마음으로...
선생님 마음에 눈금이 생겼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리를 재는
사랑의 '자'가 생겼습니다.
소중히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자'가 필요한 아이가 또 있을지 모르니...
그나저나 난 왜 이리 눈이 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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