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버스 타자.."
이름을 부릅니다.
"다 탔습니다. 출발하셔도 되요."
버스가 출발합니다.
"선생님.. 백 괴물 얘기 해 주세요..
어저께 하다가 말았잖아요."
"선생님도 듣고 싶은 게 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은 비가 조금 왔으니까 비 노래를 부릅니다.
"호롱 호롱 호~롱 산새 소리에
잠 깨어 들로 나가니~...."
"잘 했지요? 어서 얘기 해 주세요."
"오늘은 다른 것을 했으면 좋겠다."
"안돼요.. 오늘밖에 시간이 없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잖아요."
오늘은 방학특강 마지막 날입니다.
다른 유치원을 다니다가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이 되어서 잠깐 오게 된 회관입니다.
"음.. 선생님은 마지막이라고 생각 안 하는데..
또 만날 꺼야. 그래서 지금 헤어지는 것이 슬프지 않아."
"저는 선생님 다시 안 만날 건데요?"
"그래도 만나게 될걸? 선생님은 알 수 있지.."
"거짓말 하지 마세요. 어서 백 괴물 얘기 해 주세요."
"선생님은 거짓말 안 해. 거짓말 할 줄은 알지만..
너희들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가 않거든.
그래서 말인데.. 오늘의 얘기는..."
6년이라는 시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달봉이가 등장하고
칡뜩이, 삼룡이도 등장합니다.
수영기간에는
버스 타는 시간이 길어서
이야기도 고개 고개를 넘습니다.
방학특강은 10일 동안만 하기 때문에
열 고개를 넘습니다.
동화책을 읽고 동화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모두들
'에이~' 합니다.
한,두명은 꼭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만듭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선생님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무슨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일단은 입을 열어 시작합니다.
시작만 하면 이야기는 절로 풀려 갑니다.
가끔씩 선생님도 놀랍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이
술~ 술~ 나올 때는
마술에 걸린 빗자루 마냥
덩실 덩실 춤을 추기도 합니다.
특강에 나타난 괴물이
백 괴물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
이 세상에 한번뿐인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잊지 않고 기억 해 줍니다.
특강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녀석들..
유달리 얼굴이 둥근 두영이
웃음이 예쁜 다빈이
뽀뽀는 절대 할 수 없다고 정색을 하던 미진이
선생님보다 유치원 선생님이 훨씬 좋다고 자랑하던 소희
열 밤을 자고 나면
후딱 지나가 버리는 10일 이지만
10일 동안의 이야기는
열 밤이 지나도 백 밤이 지나도
기억해 주는 아이들입니다.
"잘 가~ 나중에 또 보자"
엉덩이를 심하게 떠는 버스가
콩알이 될 때까지
무더운 여름 할아버지의 부채 마냥
손을 흔들어 줍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흔들어 줍니다.
세인이만 남았습니다.
"세인아.. 저기 하늘에 누가 그림 그렸다"
"어디요? 어.. 비행기가 지나 갔나봐요"
"음.. 하늘이 스케치북도 아닌데 비행기는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는구나"
"히히히.. 그럼 지우면 되잖아요"
"뭘로 지워야 하지? 하늘에 그려진 그림을 지우려면?"
"바로 옆에 있잖아요. 비행기가 뀐 방귀요.. 구름이요"
"아.. 비행기가 뀐 방귀가 구름이구나..
구름은 하늘을 지우는 지우개고?"
세인이의 말에 정말 구름이 지우개처럼 보입니다.
신기합니다.
저 하얀 구름이 지우개라는 것이..
비행기가 하늘에 그림을 그리면서 방귀를 뀌고 지나가면
방귀구름을 집어다가 살짝 지워주면 됩니다.
"세인이 안녕~"
"선생님.. 안녕~!"
아이들이 없는 버스 안에서
가만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방귀구름으로 살짝 지워 봅니다.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마음에
아이들의 마음을 그려 주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마음에
아이들이 그려준 마음을 이야기 합니다.
아무것도 주는 것 없이
너무나 많은 것이 오고 갑니다.
성냥갑 같은 버스 안에서
하늘같은 마음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