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똥 싸요?"
한 녀석이 묻습니다.
"뭐..뭐라고?"
"선생님도 똥 싸냐구요"
"그..그럼..싸지.."
"그런데, 우리가 있을 때는 왜 똥 안 싸요?"
"선생님은 아침 일찍 싼다. 너희들 오기 전에..."
"우리가 있을 때 싸면 안되요?"
"왜?"
"보고 싶어요"
"선생님 똥 싸는게 뭐가 궁금하냐? 너도 똥 싸면서?"
"그래도 한 번도 못 봤잖아요"
한 녀석이 껴듭니다.
"난 선생님 오줌 싸는거 봤다"
"고추도 봤어?"
"아니, 고추는 못 봤어"
"이녀석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야?"
나들이 길에 줄행랑을 치는 도마뱀을 쫓아가듯
선생님을 쫓아 옵니다.
고구마를 캐다 왕 지렁이 잠을 깨우듯
선생님을 깨웁니다.
"우리 있을 때도 똥 싸요, 네?"
"안돼!"
"왜요?"
"화장실이 좁아서 문을 닫고 똥을 쌀 수 없어.
무릎이 문에 닿아서 문을 열고 똥을 싸야 하거든."
"동생들도 문 열고 똥 싸잖아요"
"선생님이 동생이냐, 이놈아!"
자기들보다 더 많이 먹는 것에 공평하지 않다 하면서도
선생님이 밥 먹는 모양을 가만히 쳐다보는 녀석들.
또르르 눈알 구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결혼하는거 싫어요!"
"왜 싫어? 친구들은 선생님보고 다 결혼하라고 그러는데..."
"선생님, 결혼하면 유치원 안 올꺼잖아요"
"아냐, 결혼해도 계속 나올꺼야"
"아니에요. 결혼하면 회사가야 해요"
"선생님은 여기가 회사인데?"
"여기가 무슨 회사에요? 여긴 유치원이에요"
"선생님은 유치원이 회사야"
"에이... 거짓말!"
남자들은 결혼하면 다 회사에 가야합니다.
회사에 가서 돈을 벌어 와야 합니다.
돈을 벌기 때문에 항상 늦게 옵니다.
유치원은 아이들만 오는 곳입니다.
선생님도 결혼하면 회사에 가야합니다.
그러니까 결혼하면 안됩니다.
선생님꺼는 무엇이든 신기합니다.
호루라기도 신기하고
외투도 신기하고
볼펜도 신기하고
가방도 신기하고
신발도 신기합니다.
아프다고 펑펑 울던 녀석도
선생님 방에 누우면 병이 달아 납니다.
이것 저것 만져 보느라
손에 병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선생님은 신기한 사람입니다.
회사도 가지 않고 양복도 입지 않고
매일 매일 자기들하고만 놀아 줍니다.
아이들이 있어 신기한 사람이 됩니다.
아무리 더러운 똥일찌라도...
그래서, 선생님은
항상 새로울 수 밖에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