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를 만듭니다.
모둠별로 둘러 앉아 놀이감을 결정합니다.
무슨 놀이를 만들지?
우리는 시이소를 만들네요..
우리는 꽃밭을 만들꺼에요..
그리고, 쉴 수 있는 흔들침대두요..
우리는 힘 겨루기를 만들꺼에요..
힘 겨루기?
우리는 철봉을 만들어요..
아무것도 없는 언덕에
아이들이 있습니다.
통나무 하나를 주워오는 녀석
몸뚱이의 두 배나 되는 통나무
끙 끙 통나무가 아이를 데려 옵니다.
둥근 통나무 가는 통나무
통나무와 통나무가 만나면 시이소가 됩니다.
너무 낮다.. 더 높은것을 주워오자..
시이소가 만들어 졌습니다.
두 명, 아니 네 명, 아니 여섯 명..
너도 나도 즐겨찾는 놀이감이 됩니다.
나뭇가지에 밧줄이 치렁 치렁
잡아당기면 올라가고
올라간 줄 당기면 내려오고
단오날 널을 뛰듯 밧줄을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아.. 힘 겨루기... 이제 알았다..
주워 온 고무 밧줄 나무와 나무에 칭 칭 감고
땅을 고르고 꽃받침을 주워다 가지런히 놓습니다.
선생님.. 꽃씨 주세요..
선생님.. 흔들 침대 만들게 천 좀 주워다 주세요..
천을 찾으러 오두막으로 갑니다.
오두막 기둥에 원숭이 두 마리
대롱 대롱.. 흔들 흔들..
선생님.. 철봉이에요..
속이 텅 빈 쇠기둥을 들여다 봅니다.
선생님.. 망원경이에요..
선생님 .. 산이 보여요..
아..아.. 마이크도 되네?
아.. 아..
옥길동 언덕에 조그마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납니다.
전 쟁 반 대...
전쟁이 싫어요..
줍다 만 천을 들고 멍하니 앞 산을 바라봅니다.
산 넘고 산 넘어서 미국사람 코 큰 사람 귀에도 들렸으면...
소리치고 소리치면 하늘도 울려서
전쟁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이 징...하게 울렸으면..
우리네 아이들 놀이터를 만들듯
우리네 아이들 꽃밭을 가꾸듯
어른들의 마음에도 놀이터가 생겨나고
어른들의 마음에도 작은 꽃씨가 심어지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 없는 자연의 테두리를
삭막한 마음에 칭칭 둘러 주고..
먼지 투성이 옷
흙 묻은 손으로
컹 컹 짖는 하늘이와 흰둥이 사이로
종종 걸음 달음박질 하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산 너머 산
하늘 아래 먼 땅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