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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우울함이 끝나는 날 / 선생님이 아파요 조그마한 동네입니다. 꼬마가 있습니다. 길을 갑니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꼬마는 장님입니다. 모두가 장님입니다.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보인다는 말을 모릅니다. 무엇이 보이는것인지 생각도 모릅니다. 지팡이가 있을 뿐입니다. 지팡이가 길을 갑니다. 길을 갑니다. 걸어서 갑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희미한 기억 저편에 있는 말입니다. 걷는다는 것. 누군가가 말해 주었습니다. 걷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걷는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지금 꼬마는 걷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없는것도 몰랐습니다. 누군가가 말해 주었습니다. 바람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햇볕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위험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모든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바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 더보기
십자매 - 하늘나라에 간 십자매 -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엽니다. 밤새 기다리던 아침이 문을 열자마자 휑하니 지나갑니다. 오늘도 행복한 아침입니다. 복도를 지나다 깜짝 놀랍니다. 십자매 한 마리가 새 장에 몸이 끼어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꾸로 메달려 있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한참을 서있다 다가섭니다. 십자매가 죽었습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렇게 죽어 있습니다. 새장에서 십자매를 꺼내는데 한참이나 걸립니다. 발이 끼어서 빠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모이를 먹다가 다리가 새장에 꼈는지 나이가 들어 노환으로 죽었는지 십자매가 죽었습니다. 이유도 알 수 없이 그렇게 불쌍하게 죽었습니다. 삽 한자루를 꺼냈습니다. 화단 한 귀퉁이를 팝니다. 흙을 덮고 무덤을 만듭니다. 손으로 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