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희망이의 일기(녹음본)

십자매

 

 

- 하늘나라에 간 십자매 -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엽니다.

밤새 기다리던 아침이 문을 열자마자

휑하니 지나갑니다.

오늘도 행복한 아침입니다.

 

복도를 지나다 깜짝 놀랍니다.

십자매 한 마리가 새 장에 몸이 끼어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꾸로 메달려 있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한참을 서있다 다가섭니다.

십자매가 죽었습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렇게 죽어 있습니다.

 

새장에서 십자매를 꺼내는데 한참이나 걸립니다.

발이 끼어서 빠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모이를 먹다가 다리가 새장에 꼈는지

나이가 들어 노환으로 죽었는지

십자매가 죽었습니다.

이유도 알 수 없이 그렇게 불쌍하게 죽었습니다.

 

삽 한자루를 꺼냈습니다.

화단 한 귀퉁이를 팝니다.

흙을 덮고 무덤을 만듭니다.

손으로 도닥거려 줍니다.

하늘나라에 가서는 행복하게 살아라...

 

사무실에 앉았습니다.

나무젓가락을 가져 왔습니다.

노끈을 가져 왔습니다.

코팅종이를 가져 왔습니다.

나무젓가락을 잘라 십자가를 만듭니다.

노끈으로 동여 멥니다.

코팅종이에 글을 씁니다.

 

'십자매의 무덤'

 

'하늘나라에 가서도 행복하세요!!'

 

무덤에 십자가를 꽂고

코팅종이를 꽂아 줍니다.

무덤주위에 자갈을 깔아 줍니다.

예쁜 무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무덤입니다.

 

십자매를 가져오신 선생님에게 전화를 합니다.

 

"선생님.. 너무 슬퍼하지마!"

 

"......."

 

"십자매 한 마리가 죽었어.."

 

"어떤 십자매가요?"

 

"윗머리가 시커먼 녀석.. 배가 하얀 녀석..

 

제가 잘 묻어 줬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 알았어요.."

 

아마 선생님이 보았으면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도 불쌍하게 죽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무덤가입니다.

월요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십자매 무덤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두손모아 함께 기도를 하여야 하겠습니다.

 

"십자매야...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