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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의 일기(녹음본)

금붕어야. 미안해.

 

 

오늘은 견학가는 날입니다.

풍선을 단듯이 모두들 들뜬 마음입니다.

도시락 뚜껑을 열고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는 녀석도 있습니다.

신나게 노래하며 바라보는 창밖은 모두가 친구입니다.

오늘은 견학가는 날입니다.

 

부천 생태박물관입니다.

아이들의 눈이 왕방울 사탕이 되었습니다.

방울옷이 귀여운 꽃사슴,

푸른목을 자랑하는 공작,

손가락을 쫄새라 촐랑되는 거위,

한잠 늘어지게 자고있는 누렁이까지 모두가 아이들의 친구입니다.

 

예쁘게 정돈되어 있는 박재된 곤충들은 무척이나 시시합니다.

시원스레 흐르는 물줄기를 타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한무더기의 금붕어떼가 있습니다.

손을 넣어 어항을 만듭니다.

조그마한 손어항에 금붕어가 들어찹니다.

아이들이 성화입니다.

 

"저두요.. 나두..."

 

솜털같은 손아귀에 금붕어가 춤을 춥니다.

 

금붕어 한마리가 죽었습니다.

손어항이 깨지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물장난을 하던 녀석 발에 밟혀 배가 터져 죽었습니다.

손바닥에 죽은 금붕어가 있습니다.

모두가 잘못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나섭니다.

말없이 산길로 접어듭니다.

상여가 나가듯이 죽은 금붕어를 따라갑니다.

 

아이들 몇몇이 손으로, 나뭇가지로 땅을 팝니다.

조그만 구멍이 생겼습니다.

조심스레 내려놓는 아이의 얼굴에 미안함이 역력합니다.

모두가 한번씩 덮어 줍니다.

따뜻하라고 흙이불을 덮어줍니다.

누구랄것도 없이 다독거리며 말합니다.

 

"금붕어야! 미안해!!"

 

아이들은 생명을 좋아합니다.

쫓아 다니며 귀찮게 굴기도 합니다.

먹지도 못하는 나뭇가지를 먹이기도 합니다.

더운 햇볕에 옷을 입히기도 합니다.

세수를 시켜준다며 바다같은 물을 끼얹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엔 생명이 있습니다.

 

금붕어는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작은 생명으로 다시 살아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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