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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의 일기(녹음본)

일요일 보내기

 

 

눈을 떴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마음놓고 편히 잤다 싶어 시계를 봅니다.

오전 9시입니다.

이제는 늦잠도 오래 자지 못하는 선생님입니다.

 

계속 잠을 청해 보지만

편한날일수록 잠이 오질 않습니다.

 

자던 모습 그대로 일어 섭니다.

이불이며 요며 베란다에 널어 놓습니다.

건조대에 한움큼 있는 빨래도 모두 내어 놓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빨래가 잘 익을 듯 합니다.

 

컵라면에 물을 붓습니다.

냉온수기에서 빈소리가 납니다.

물을 길어 와야합니다.

 

청소를 합니다.

인사동에서 사온 향에 불을 붙입니다.

은은한 향기가 온 방에 가득합니다.

 

남은 빨래를 들고 샤워실로 갑니다.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를 해 줍니다.

 

담배불을 붙입니다.

베란다의 뜨거운 기운이 담배를 피워댑니다.

저멀리 밭에는 수건을 덮어쓴 아저씨가 앉아 있습니다.

오늘은 날이 더워 주말농장에도 사람이 없습니다.

 

뒤곁에 있는 복이 생각이 납니다.

복이는 회관에서 함께 지내는 진돗개입니다.

그릇에다 물을 담습니다.

먹다 남은 빵을 듭니다.

더위에 혀가 한움큼 더 나온 복이입니다.

물을 마십니다.

눈깜짝할사이에 물이 바닥을 보입니다.

무척이나 목이 말랐나 봅니다.

빵을 열심히 먹습니다.

주인이 밥을 먹어야 개도 밥을 먹을텐데..

은근히 복이에게 미안합니다.

저녁에는 밥을 해야 하겠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이반찬 저반찬 섞어서

맛있는 비빕밥을 만들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혼자남은 십자매에게도 모이를 주고 물도 갈아주고

좁은 방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커다란 자라에게도

맛있는 모이를 주었습니다.

 

커다란 체육실 엠프에 CD를 넣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에서 부터 가지가지 음악테이프가

가득합니다. 바라만 봐도 뿌듯합니다.

재산입니다.

음악을 틉니다.

잔잔하던 회관에 생기가 돕니다.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 둡니다.

한여름 시원한 바람이 구석구석 찾아듭니다.

아무곳에나 팔베게를 하고 누워도

솔솔 잠이 오는 시원한 여름입니다.

 

몇달째 가뭄이라 걱정도 앞섭니다.

물이 부족해서 화단의 꽃들도 나무도 시들합니다.

시원스레 비가 내렸으면 합니다.

처마끝에 걸리는 비소리도 들어 보고 싶습니다.

빗방울이 들이치는 베란다에 앉아

빗물의 얘기도 들어 보고 싶습니다.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합니다.

 

솔솔 시원한 일요일 한낮에

이렇게 하루를 보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