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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녹음기가 필요해!!


점심시간입니다.

반찬통을 이리저리 매만지는 녀석이랑 오늘의 반찬이 무엇이냐고 알면서도 물어오는 녀석이랑

아침부터 밥부터 먹자고 보채는 녀석이랑 손도 씻기전에 식판부터 꺼내는 녀석이랑

점심시간은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절로 찾아듭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요?

분명 식판은 비어있지만 진수성찬을 앞에 둔 녀석들처럼 마른 식판위로 수다들이 쏟아집니다.

"선생님 쪽으로!"

식판언저리에 재잘거림에 심지에 밥상 밑으로까지 들어앉은 녀석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후에

교장선생님의 훈시처럼 오늘의 반찬을 발표합니다..

쏟아지는 환성소리..

녀석들.. 알면서도 새로 아는 것처럼 신이나는 것이 꼭 무슨 시험 합격자 발표를 한듯 합니다.

이렇게 맛있는 반찬을 어떻게 먹을까?

먹기싫은 반찬에서는 얼굴부터 구겨집니다.

"선생님 이거 꼭 먹어야 되요?"

예전에는 그랬지요.. 온갖 아첨발림으로 이세상에서 제일 좋은 반찬이라고 추겨세우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결국에는 입에 얌전히 보관한 후에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 화장실에 가서 뱉어 내기도 하고 억지로 억지로 삼킨덕에 다시금 개워내기도 하였지요..

조삼모사라고 아시나요?

일단 처음에는 그냥 넘어갑니다.

"응.. 먹기 싫으면 먹지마세요.. 먹고 싶은 것만 먹으세요.. 밥은 맛있게 먹어야 하니까"

선생님 눈치를 살핍니다.. 분명 이상하거든요.. 저럴리가 없는데... 나중에 후환이 오지나 않을까 고민하는것이 역력합니다.. 그래도 살짝 좋아하는 음식만 담은채 달을질을 합니다..

30명이 넘는 녀석들이 기나긴 지렁이 기차를 온갖 수다속에 만들어 갑니다.

"선생님.. 김치는 얼마만큼 가져가야 해요?"

상세히 설명해 주지요..

다음녀석이 또 묻습니다. 역시 상세히 대답해 줍니다..

그 다음녀석도 묻습니다.. 조금 뜸을 들이다가 대답해 줍니다..

그 다음녀석도 역시 묻습니다.. 이때쯤 되면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다시 얘기해 줍니다..

2,3명이 지나면 또 물어 옵니다.. 부아가 오릅니다.. 도대체 이녀석들은 선생님 얘기를 듣는거야 안듣는거야? 물어 봅니다.. 들었니? 안들었니? 까먹었다고 합니다.. 까먹었다는데야 어쩔 수 없지요.. 다시 알려 줍니다.. 이대로 가다간 선생님은 한수저도 뜨지 못할 듯 합니다..

모름지기 생각주머니를 활용해야죠..

오늘 반찬을 싸 온 녀석은 언제나 선생님과 함께 식사하는 영광(?)을 갖게 되지요.. 옳지.. 그녀석이 그녀석이니까 같은 녀석을 활용합니다..

"모르는 것은 오늘 반찬싸온 친구에게 물어보세요"

모든것이 해결되었습니다. 반찬을 싸온 녀석도 물어오는 녀석도 재미가 붙었네요..

알면서도 물어오는 녀석.. 아는것을 자랑하듯이 다시 물어오는 녀석.. 모두가 한방에 해결되었습니다.. 선생님도 맛있게 식사하고...

자.. 이제 잘 먹지 않는 반찬이 문제인데.. 여기에 조삼모사가 응용됩니다...

반찬을 경매에 붙입니다.. 남대문 시장의 장사꾼처럼 반찬을 큰소리로 홍보합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대단합니다.. 아이들의 단순한 욕심 또한 엄청납니다.. 반찬을 피해 가던 녀석도 입을 벌리고 선생님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지요.. 맛있어서 먹는것보다는

먹고 싶어서 먹는것 보다는 그러는 것이 재미있어서 먹게 되지요..

아이들의 식사시간.. 고른 영양 섭취도 중요하고 바른 식사자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먹는 즐거움 아닐까요? 더불어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라면 콩하나라도 진수성찬에 비할바 없지요..

이제 남은것은 한가지..

"선생님은 왜 우리 보다 많이 먹어요? 욕심쟁이... 돼지...!!!"

이것은 과연 어떻게 해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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