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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희망이 열 개


이른 아침 새벽안개가

닫힌 창문을 살며시 비집을 때

곤한 잠에 취한 체육실에 시계종이 울려나고

체육실이 들썩거리며 울려날때

첫번째 희망이가 깨어 납니다.

아침나절 재잘대던 참새떼가 훠이 몰려 사라질 때

재잘거리며 북적거리며 건네이는

아이들의 아침인사가

바지단을 이리저리 흔들어 댈 때

두번째 희망이가 인사 합니다.

불이 켜지고 테이프가 돌아가고

아이들의 손짓이 시작되고

아이들의 웃음이 시작되고

아이들의 하루가 시작되고

희망이의 마른 등에 굵은 땀한방이 흘러 내릴 때

세번째 희망이가 폴짝 거립니다.

마른 연기를 내뿜으며

꼬리를 감추는

커다란 버스들이 사라지면

아이들이 지나간 전장에

채 가시지 않은 녀석들의 웃음들이

아직도 깔깔대고 뛰어 다닐 때

네번째 희망이가 미소짓습니다.

회관에 불이 켜지고

회관에 하나 둘씩 다시 불이 꺼질때

사라져 가는 선생님들의 뒷모습 그 언저리에

다섯번째 희망이의 하루도 함께 실려 갑니다.

부산스럽고 하릴없고

소란스럽고 고요하고

흐르는 땀과 말라버린 체육복과

그 웃음과 지나간 기억과

밤낮이 있는 하루처럼

전혀 다른 모습의 두 모습이

오늘 하루도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없을 때

여섯번째 희망이는 행복합니다.

한적한 회관에 한적하게 서서

지나간 아이들의 발자욱을 따라 걸어보고

지나간 아이들의 웃음을 따라 웃어보고

지나간 아이들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아내며

일곱번째 희망이는 자신을 돌아 봅니다.

굽이굽이 굽어가는 옥길동 외길을 걸어 걸어

늦은 시간 피씨방 작은 모퉁이에 앉아

아이들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쏟아내며

피식 웃어 보는,

여덟번째 희망이의 일기입니다.

하늘이와 바다와 인사하고

쓸쓸한 외톨박이 용기와 인사하고

회관의 늦은 하루와 인사하고

작은 방 작은 이불속에

오늘도 커다래진 마음을 누이며

아홉번째 희망이는 꿈을 꿉니다.

가슴속에 몰래 들어와

살며시 들여다 보고 사라지는

오늘이라는 꼬멩이 녀석을 쫓아 가다보면

살짝이 웃으며 열어 보이는 세상이

이른 아침 눈을 뜨게 하는 내일입니다.

오늘도 열번째 희망이는

첫번째 희망이를 만나기 위해

새벽안개 비집고 들어오는 창문으로

한발 한발 다가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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