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두렁 움푹 들어간 깜깜한 곳에 얼음 한 조각
아이들 손에 호호 입김에
고양이 밥 그릇까지 이사를 갑니다.
여름에 태어나 겨울을 모르는 고양이 한 마리
태어나 처음으로 얼음을 만납니다.
엉덩이는 도망가고 발톱만 용감해서
톡톡 건드려 움직이나 봅니다.
발다닥에 올라오는 차가운 겨울
혓바닥으로 발바닥을 데웁니다.
이게 뭐지?
코 끝을 갖다대니 에취-하며 대답합니다.
이름이 에취인가?
손 내밀 듯 혓바닥을 내밉니다.
시원한 느낌!
맛있다!
두 발로 꽁꽁 묶어 도망가지 못하게
혓바닥으로 맛있게 핧습니다.
주르륵 도망가는 얼음을 쫓아
가르르- 털을 세워 무섭도록 합니다.
또 다시 도망가면 혼내 줄꺼야!
두 발로 꽁꽁 묶어 한 겨울을 품으며
낼름 낼름 시원한 맛에
코를 박고 잠을 잡니다.
따사로운 햇볕에 고개숙여 좁니다.
우당탕탕- 아이들 발 구름 소리에 놀라
뺏길세라 쳐다보는 두 발 사이로
주르르 흘러가는 고양이 오줌같은 새 하얀 겨울.
어디갔지? 어디갔지?
두 발로 퐁 퐁 물장구를 치듯이
도망간 얼음을 고개 돌려 찾습니다.
어디갔지? 어디갔지?
따뜻한 잠결에 따사로운 햇볕에
졸졸졸 흘려가는 얼음 물을 모르고서
도망간 얼음 찾아 허둥지둥 고양이.
에이. 잡히기만 해 봐라.
다시는 놔 주지 않을꺼야!
고양이 등을 세워 활처럼 쏘아 붙이는 하늘 위로
맛있는 얼음과자 시원한 겨울과자
잠결에 둥둥 꿈처럼 떠갑니다.
→ 아이들이 얼음을 만났어요.
얼음조각 손에 들고 이 손 저 손 올려놓다
손 시려워 내려 놓은 곳에 고양이 한 마리.
얼음을 처음 만난 고양이는
신기한 듯 희안한 듯
얼음을 가지고 놀다가
하늘 빛에 녹아 버린줄도 모르고
하늘보고 가르르 성을 내는 모양이
옥길동 파란 하늘 파란 칠판에
고스란히 그려진... 오늘 아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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