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녀석이 있습니다.
오늘이 유치원에 오는 마지막 날입니다.
일동이입니다.
형진이입니다.
지웅이입니다.
"선생님.. 이게 무슨 케잌이에요?"
"오늘 누구 생일이에요?"
어제 저녁 이사회에 갔었습니다.
커다란 케잌이 있었습니다.
케잌을 먹다가 아이들 생각이 불현듯 났습니다.
집에서는 있어도 잘 먹지 않는 케잌입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모든것이 맛있습니다.
늦은 시간 스쿠우터에 시달렸습니다.
쿵쾅 쿵쾅 어제따라 길이 꼬불꼬불
케잌이 깨어진 눈사람 같이 되었습니다.
케잌을 꺼냅니다.
"에이.. 무슨 케잌이 이래?"
"새로나온 케잌이야.. 이름하여 못난이 케잌"
일동이와 형진이와 지웅이가 책상에 앉습니다.
케잌에 불을 붙입니다.
마땅히 부를 노래가 없습니다.
명상음악을 틉니다.
"자.. 눈을 감고 손을 모으고 선생님 얘기를 들으세요..
내일부터는 일동이와 형진이와 지웅이를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선생님을 도와서 언제나 열심히 청소를 하던 일동이
일동이가 있어 점심시간에 선생님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착한 마음 예쁜 눈으로 언제나 선생님을 기쁘게 해 주었던 형진이
형진이가 있어 선생님이 항상 예쁜 마음입니다.
언제나 멋진 말로 선생님에게 웃음을 주었던 지웅이
지웅이가 있어 선생님이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내일부터는 일동이와 형진이와 지웅이를 만나지 못합니다.
우리 친구들이 초등학교에 가서도 여기에서 처럼
멋진 친구들이 될것이라고 우리들은 믿습니다.
친구들을 잊지않고 언제나 건강한 우리 일동이, 형진이, 지웅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선생님.. 형진이 울어요"
일동이 말입니다.
빨개진 눈자위에 맑은 눈물이 흐릅니다.
헤어짐은 아이들에게도 눈물입니다.
손을 모았던 녀석들도
눈자위가 빨갛습니다.
"자.. 선생님이 일동이, 형진이, 지웅이에게 선물을 준비했어요.
저금통이에요.. 예쁜 저금통인데 소중하게 간직하세요.."
"나도 받고 싶다.."
"그럼 너도 내일부터 안 나와야 해"
"음.. 싫어.."
케잌에 세자루의 촛불이 흔들립니다.
"자..촛불을 끄면 폭죽을 터뜨릴거에요.."
"안되요.. 선생님.. 터뜨리지 마세요.. 무서워요"
"아니야.. 소리가 작으니까 괜찮아.."
"싫어요.. 제발 터뜨리지 마세요.. 제발요"
"그럼.. 저쪽을 향해서 터뜨릴께"
무서움이 많은 상미입니다.
폭죽이 두개라 형수가 도와주러 나왔습니다.
일동이, 형진이, 지웅이가 촛불을 껐습니다.
폭죽을 터뜨립니다.
"포옥"
너무나 작아 우습기까지 한 폭죽소리에
모든 아이들이 헤헤 웃습니다.
"폭죽 터뜨리지 마세요"
"벌써 터뜨렸다. 이녀석아."
케잌을 나누어 먹습니다.
우리반 아이들의 가장 치열한 경쟁중의 하나가
먹기경쟁입니다.
집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녀석들 같습니다.
일동이, 형진이, 지웅이에게 한숫가락씩 떠 줍니다.
케잌 모양이 너무 이상해서
도저히 칼로 자를 수가 없습니다.
케잌을 먹기위해
예쁜 자세, 예쁜 얼굴, 예쁜 눈으로
선생님만을 바라보는 녀석들입니다.
한숫가락씩 먹고
케잌이 남아서
또 한숫가락씩 먹고
그래도 남아서
반숫가락씩 다시 먹었습니다.
입에 하얀 크림을 바르고
산타할아버지마냥 허허 웃는 녀석도 있습니다.
"자.. 이제 우리 친구들하고 인사하도록 해요.."
줄을 서서 인사를 나눕니다.
일동이는 뭐가 어색한지 친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여자친구들 곁은 손살같이 지나갑니다.
남자친구들은 팔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서로 얼싸안고 넘어집니다.
겹겹이 포개어 집니다.
아이들의 사랑은
말로 표현되지는 못하지만
이렇듯 겹겹이 겹겹이
두터운 사랑인가 봅니다.
점심시간입니다.
일동이는 오늘도 식사를 일찍 마칩니다.
손에 행주를 들고 나섭니다.
일동이의 저 모습도 오늘 뿐입니다.
행주를 든 일동이의 모습도 오늘 뿐입니다.
형진이는 여전히 청소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지웅이는 빗자루를 가져왔다 다시 가져 갑니다.
그리고는 빗자루를 다시 가지러 갑니다.
청소를 하는건지
청소를 하는척 하는건지
어느때 처럼 다가와 말합니다.
"선생님.. 제가 청소를 했게요.. 안했게요"
"선생님이 했다고 할까요? 안했다고 할까요?"
"에이.. 그게 뭐야!!"
웃으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지웅이의 모습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집에 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동이, 형진이, 지웅이의 물건들을
종이가방에 담습니다.
노란장화가 눈에 들어 옵니다.
언덕위의 밭에 오를때 신던 장화입니다.
행여나 뱀이라도 나올까봐 신던 장화입니다.
손에 손에 흙손을 달고서
고구마를 심던 생각이 납니다.
너무나 너무나 잘 심어서
줄기까지 모두 심던 녀석들입니다.
고구마가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흙속에 다 묻어 버렸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녀석들입니다.
오늘은 어머님들께서 직접 데리러 오셨습니다.
마중을 나온 녀석들이 가지 말라고 옷소매를 붙듭니다.
현관에서 가만히 손을 흔들어 줍니다.
자동차가 소리내며 사라져 갑니다.
건강해라.. 일동아, 형진아, 지웅아..
보고 싶을 거야..
그리고, 언제나 사랑한다...
"선생님.. 지웅이 형아 어디 가는 거에요?"
태권도를 하는 동생들이 화장실에 가다가 묻습니다.
"응.. 집에 간다.. 자.. 우리 신나는 태권도를 하러 가 볼까?"
오늘도 체육실에서는
신나는 음악소리가 퍼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