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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잡기 놀이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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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기 놀이 한 번 해 볼까? 선생님은 독수리가 되고 너희들은 참새가 되는 거야~ " 아이들의 표정을 살핍니다. 행여 무서워하는 녀석이 있을까 봐. 작년 5세 반 아이들과 처음 잡기 놀이를 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 선생님은 곰이고...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 하겠다고 울먹이는 녀석들이 나왔습니다. 곰이 무섭다나요? " 선생님은 머리에 예쁜 머리핀을 꽂고 나비넥타이를 하고 있는 귀엽고 예쁜 뚱뚱한 곰이라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할 수 없이 안 하겠다고 하는 녀석들은 앉아서 구경하라 하고 연신 재롱둥이 곰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나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잡기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자기는 절대 잡지 말라는 당부와 약속이 있은 후에 말이지요.

하지만 이번 녀석들은 또 다른 녀석들입니다. 독수리고 곰이고 상어건 간에 선생님만 쫓아다니며 연신 엉덩이 사이에 손가락을 꽂는 녀석, 자기만 잡아 달라 바지 끄트머리에 매달리는 녀석, 누가 잡고 누가 잡히는 것인지도 모르게 까르르 웃음 속에 묻혀 뛰는 녀석들......

한바탕 뛰고 나면 선생님이건 아이건 간에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송알송알 땀방울을 달고 있습니다. " 재미있지! 선생님은 정말 재미있다! " " 재미있어요. " " 너희들이랑 하니까 더 재미있어! " 녀석들 얼굴에 흡족함이 넘쳐납니다. " 다음 시간에는 너희들이 곰 할래? 선생님이 토끼 할게. " " 좋아요! " 다음 시간에는 수많은 아기 곰들에게 쫓기며 비지땀을 흘리는 커다란 아저씨 토끼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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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비행접시를 타자! " " ??? " " 선생님이 우주선을 만들었거든? 신나게 체조를 하고 나서 선생님이 태워줄게! " " 선생님~ 하늘을 날아요? " " 날아~ 굴러서. " " ??? " 몸으로는 체조를 하면서 생각은 이미 우주선에 가 있는 아이들. " 준비운동은 이 정도 하면 되겠지? " " ! " " 그럼~ 출발! " 겉옷을 입고 마당으로 나섭니다. 마당 구석에 커다란 물탱크 뚜껑으로 만든 바퀴달린 우주선이 있습니다. " 이게 우주선이에요? " " 이게 하늘을 날아요? " 우주선을 얕보는 녀석들~ " 이래 뵈도 얼마나 빠른데? 한 번 타 볼래? " " ! " " 몇 명씩 타요? " " ... 너희들은 다섯 살 동생들보다는 크니까 여섯 명! " " 동생들은 몇 명씩 탔는데요? " " 여덟 명! " " 우와~ " 우주선이 날아갑니다. 드르륵~ 요란한 바퀴소리와 함께 마당을 가로질러 우주선이 달려갑니다. " 언제 날아요? " " 지금 나는 중이야! " " 이게 나는 거 에요? " " 눈 감아봐! " " 우와! 정말 나는 것 같다! " 여섯 명을 태운 우주선이 풀씨 학교 옆 재활용센터를 지납니다. " 어디까지 가요? " " 우주 정거장까지! "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은 지구! 그리고 우주선은 우주를 날아 우주 정거장으로 달려갑니다. " 더 빨리! 더 빨리! " 재촉하는 소리에 발이 바닥에 닿을 틈이 없습니다. " 힘들어요? " " 헥헥~ 힘들다! 선생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옛날에는 날아 다녔는데.... " 우주선마냥 날아다니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재활용 우주선처럼 바닥을 딛고 서서 달음박질만 합니다. " 재미있지? " " 한 번 더 타도 되요? " 달봉이 선생님의 침 넘어가는 소리!

하마터면 다음 몸 놀이 시간에 달봉이 선생님을 못 볼 뻔 했답니다.

 

7

" 오늘은 물총새 놀이 하자! " " 물총새 놀이? " 날 더운 김에 물뿌리개를 가져옵니다. 흥이 절로 나는 노래를 들으며 선생님은 물총새가 되어 물뿌리개를 뿌려댑니다. 아이들은 물을 싫어하는 벌레들 마냥 물을 피해 도망갑니다. " 헥헥... 혼자 물총새 하니까 힘들다! " 헐레벌떡 뛰다보니 숨이 턱에 찹니다. " 벌레들은 도망가기만 해요? " " 그럼? " " 벌레들도 잡아요. " " 물총새를? .. 그럼 이렇게 할까? " 그래서 만들어진 놀이! 물총새 포획작전! 다섯 마리 이상의 벌레들이 손을 잡고 뛰면 물총새가 자기보다 더 큰 새인 줄 알고 도망갑니다. 그러면 손을 잡은 친구들이 물총새를 몰다가 손과 손을 이어 원을 만들어 물총새를 원 안에 가두면 벌레도 물총새를 잡을 수 있습니다. 맞잡은 손이 다섯이 안 된 벌레들은 손을 잡다 말고 물뿌리개를 피해 도망가고 하나, 둘 손을 맞잡은 벌레들은 다섯, 여섯까지 손을 모아 물총새에게 달려옵니다. 구석으로 몰린 물총새는 벌레들의 원 안에 갇히고 맙니다. " 우잉~ 잡혔다. " " 저도 물총새 해 볼래요! " " 그래? 그럼 물총새 해 볼 사람!! " " 저요! 저요! " 이렇게 해서 놀이는 계속 만들어집니다. 선생님이 만들고 아이들이 만들고 다섯 살이 만들고 일곱 살이 만들어 새로운 놀이는 계속 만들어집니다. " 선생님! 다음에 또 해요! " " 좋아! 다음에 또 하자! " 이렇게 만들어진 놀이, 100가지 놀이!

100가지 놀이는 풀씨 학교 어린이들만 할 줄 아는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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