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면도하는 선생님 피곤한 몸을 따뜻한 물에 맡깁니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줄기 한줄기 물줄기를 따라 새록 새록 아이들의 얼굴들이 스쳐 갑니다. 입 언저리에 비누거품을 칠하며 거칠어진 수염을 면도기로 쓱쓱 문지르며 지난 2박3일을 되 세겨 봅니다. 2002년 1월 11일 금요일 오늘은 캠프를 가는 날입니다. 방학특강 중간에 살짝 가는 캠프라 캠프시간까지 허둥지둥 바쁩니다. 마지막 특강 귀가차량을 타기 위해 수업시간이 끝나자 마자 문단속을 하기 바쁩니다. 강사 선생님들을 밀어내듯 환송하고 이박삼일동안 못 볼 용기하고 토토에게 큼지막한 양배추를 쫘~악 쪼개어 넣어 줍니다. 머리맡에는 팔둑만한 당근도 놓아 줍니다. 따뜻한 밥에 국을 말아 하늘이와 바다에게 건네 줍니다. 김이 모락 모락.. 바쁜 시간만큼 식지 않은 사랑입니.. 더보기 꼬마야 꼬마야 늦은 시간 옥길동 언덕을 오릅니다. 옥길동 언덕에는 가로등이 없습니다. 서너 발자욱을 걷다가 뒤를 돌아 봅니다. 가로등 불빛 밑으로 조그마한 세상들이 보입니다. 이 밤을 끈질기게 잡고 있는 네모난 불빛들도 보입니다. 가로등 불빛이 보여 주는 세상은 그 작은 세상은 밝고 어둡지 않지만 몇발자국 가지 못해 다시 시들어 버리는 철 지난 꽃과, 꽃과 같습니다.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손가락으로 살짝 가리워지는 조그만 달 하나.. 손가락보다도 작은 달이지만 옥길동 저 언덕 너머 겨울바람에 기침하는 작은 들꽃 하나 달빛에 물듭니다. 커졌다 작아졌다 달그림자 놀이 혼자서 하는 놀이입니다. 고무줄처럼 들쑥날쑥 쑥쑥 자라다가도 뾰로롱 작아져 버리는 달그림자 놀이입니다. 옥길동 회관입니다. 하늘이가 요란하게 짖어 댑니다... 더보기 구둣발 시 망사옷 눈길치마 나무마다 시원한 바람 한여름 모기장 속 작은 세상 가지마다 작은 세상 초록물 머금고 개워 뱉은 황토빛 언덕에 성냥개비 세워 놓은 듯 앙상한 산아.. 앙상한 생명 하나 가지마다 주렁 주렁 발가벗은 임금님이 언덕마다 주렁 주렁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별이 지고 지고 지고 지고나면 거짓쟁이 두 눈에도 황금옷이 언덕마다 주렁 주렁 욕심쟁이 동장군 심술옷이 언덕마다 주렁 주렁 . . . . . . . . 함흥차사 시골버스 기다리며 옥길동 언덕마루 40분씩 이빨소리 들어가며 부끄럽게 엉덩이를 드러낸 옥길동 언덕 산들을 바라보며 구둣발로 적어 본 시에요.. .. 더보기 이전 1 ··· 624 625 626 627 628 629 630 ··· 6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