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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그림동화 이야기

"선생님! 여기요!"

손부터 불쑥 내미는 녀석의 인사는

꼬깃꼬깃 손 때묻은 한 장의 편지 속에 묻어 있습니다.

"뭔데?"

"편지요. 그림 그렸어요"

"그림? 어디..."

살살 불어오는 봄 바람에 솔깃하여

혹시나 몰래 도망이나 갈까

열심히도 접은 편지.

혹시나 펼치다 날아갈까

조심스레 열어보는 편지 속에는

크레파스 잔뜩 묻혀가며

한땀 한땀 그려진 녀석의 땀방울이 보입니다.

"이야.. 멋진데?"

부끄러워 내달리는 녀석의 뒷통수에

선생님의 뽀뽀를 콕- 찍어 줍니다.

"나만 보기에 참 아깝다. 녀석의 예쁜 사랑이...

좋은 수가 없을까?"

구수함이 잘잘 흐르는 생선구이를 바라보듯

편지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선생님의 두 눈에

반짝하며 떠 오르는 재미있는 이야기.

"옳지. 그렇게 하면 되겠다"

아이들과 동그랗게 앉습니다.

"오늘은 선생님이 재미있는 동화를 하나 들려줄께요

달봉이 이야기도 아니고 만득이 도깨비 이야기도 아니고

그림동화 이야기에요"

"그림동화 이야기요?"

"그래요. 그림동화.. 자.. 바로 이거에요"

편지를 건넨 녀석

두 눈이 똥그래집니다.

친구들과 그림을 번갈아 바라보며

홍시처럼 얼굴이 빨게집니다.

"괜찮아. 걱정할 것 없어. 재미있을꺼야"

찡긋- 눈 웃음을 보냅니다.

"이 그림은 시온이가 선생님에게 그려 준 그림인데요

선생님이 자세히 보니 그림 속에 이야기가 숨어 있는거에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 주려구요."

"이야기가 어디 숨어 있어요?"

"잘 보세요. 보이나요?

숨은 그림처럼 그림 속에 꼭 꼭 숨어 있어서

너희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꺼에요.

하지만 선생님은 눈이 커서 금방 찾을 수 있지요.

자! 그러면 이야기를 꺼내 줄테니까 잘 들으세요"

시온이가 그려 온 그림은

이른 아침 전기 청소기로 열심히 청소하는 엄마를 그린 그림과

잠수함을 타고 바닷 속을 여행하는 그림 두 장입니다.

.

.

.

.

" 여보! 다녀 오겠소."

너무나 바쁜 아빠는 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회사로 출근 하셨어요.

"엄마! 풀씨학교 갔다 올께요"

아침부터 신이 난 시온이는 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풀씨학교 버스를 타고 붕-

엄마 곁에는 커다란 청소기 하나와 세탁기 보다 더 큰 빨래와

어지럽혀진 방만 남았어요.

"이제 청소를 해야지"

엄마는 세탁기에 빨래를 차곡차곡 넣고

어지럽혀진 방을 청소하기 위해 전기 청소기를 켰어요.

윙- 청소기가 잠을 깨고 방 안을 흔들었어요.

구석구석 숨어있던 먼지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어요.

청소기는 도망가는 먼지를 쫓아가 홉- 하며 마셔버렸어요.

"괴물이다!"

청소기를 보고 먼지들이 도망가며 소리쳤어요.

후후...참 재미있는 이야기죠?

그런데, 시온이 엄마는 재미가 없나봐요.

시끄러운 청소기를 가만히 쳐다 보시다

톡- 하고 청소기를 끄시는거에요.

"아! 정말 재미없어. 왜 이리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매일 매일 청소, 매일 매일 빨래.. 나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그때였어요.

열린 창문으로 봄 바람이 휘-잌 하고 들어왔어요.

"재미있는 일 많은데..."

"응? 이게 무슨 소리야?"

깜짝 놀란 엄마는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 보았어요.

어디서 말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에요.

"저에요. 봄 바람이에요. 창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 왔어요"

"봄 바람이라고? 이런.. 나는 여태 봄이 온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요?"

"네가 나를 재미있게 해 줄꺼니?"

"그럼요. 제가 이래뵈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봄바람인걸요."

"나는 말야..."

엄마는 한참동안 생각합니다.

"나는 말야.. 넓은 바닷 속에 가 보고 싶어. 하늘만큼 넓은 바다 속을.."

"그래요? 그 정도야 쉽죠.. 자.. 눈을 감아 보세요"

"눈을? 정말 바닷 속으로 갈 수 있는거니?"

"걱정마세요. 그 정도는 쉬운 일이라고 했잖아요"

엄마는 눈을 감았어요.

봄 바람은 엄마 몸을 감싸안고 휘-잌...

"자! 이제 눈을 뜨세요!"

엄마는 천천히 눈을 떴어요.

아..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정말로 바닷 속에 있는 거에요.

커다란 바닷 속에 예쁘게 생긴 잠수함을 타고 말이죠

"이야.. 정말이네? 정말 내가 바닷 속에 왔네?"

엄마 얼굴에 봄 꽃같은 웃음이 피어났어요.

무지개 색 물고기도 보이고

스물스물 해파리도 보이고

엄마는 참으로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정말..정말 고마워. 바다처럼 마음이 넓고 커지는 것 같아"

"여기는 바닷 속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마음 속이기도 해요.

당신의 마음 속에는 하늘보다 훨씬 넓은 바다가 있어요.

몰랐죠? 마음 속에 이렇게 넓은 바다가 숨어 있을 줄은..."

"그래. 정말 몰랐어. 정말..."

엄마는 너무나 행복 해 하였어요.

"이제는 재미없는 일이 없을꺼에요.

재미 없으면 눈을 감고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 보면 될테니까요.

그곳에는 당신을 위한 재미가 언제나 가득 차 있을테니까요"

"그래..그래.. 정말 고맙다. .고맙다.. 봄 바람아!"

넓고 커다란 바닷 속에 엄마의 행복한 웃음이

물고기처럼 둥둥 떠 다녔답니다.

.

.

"어때요? 재미있었어요?"

"네! 재미있어요"

"다른 친구들도 그림을 그려오면 선생님이 따끈따끈한 동화로 만들어 줄께요"

"정말이죠?"

"그럼요. 정말이고 말구요"

화가가 그린 그림도 작자가 쓴 동화도 아니지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동화가 만들어집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이야기로 태어 날 그림을 보며 행복 해 하고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은

숨 죽여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희망이..

또 하나의 행복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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